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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오즈가 아니라, 당신 곁에 있어요

“파랑새 날아간 그곳 / 무지개 너머 날 데려가 줘.”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귀에 익은 명곡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를 한글로 들려주며 막을 내렸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은 어느새 익숙해진 이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극장을 나섰다. 함께 본 11살 딸에게 “너 벌써 다 외웠니?”하고 물었더니, “너무나 유명한 곡이잖아요!” 하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재왈의 극장 가는 길 - 가족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서울시뮤지컬단의 ‘오즈의 마법사’는 어린이들 사이에 이미 잘 알려진 그 이야기를 가족용 뮤지컬로 만든 것이다. 소위 ‘가족용’ 공연은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엄마 아빠의 취향까지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낮은 게 일반적이다. 한데 ‘오즈의 마법사’는 예외였다. 지난 16일 개막하던 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 관객들로 만원이었다.

애초 동명 영화(1939년)로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는 소녀 도로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웅 서사 드라마다.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도착한 도로시가 에메랄드시의 마법사를 만나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여느 영웅 서사가 그렇듯이, 모험의 여정에서 도로시는 길동무도 만나고 진기한 경험도 하며 악당과도 마주친다.

이야기의 주제는 마지막 장면에 응축됐다. 도로시가 루비 구두 뒷굽을 여러 번 바닥에 부딪치며 주문을 외웠다. 환상의 나라 ‘오즈’에서 빠져나오는 주문은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다!(There’s No Place Like Home!)”였다. 이어 무지개 뒤로 도로시가 삼촌과 함께 사는 캔자스의 농장집이 나타났다. 긴 잠에서 깨어난 도로시는 “집이 최고다”라며, 다신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도로시가 이런 환상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엔 길동무가 동행했다. 머리가 빈 허수아비와 심장이 없는 깡통맨, 용기 없는 사자. 이 셋도 꿈을 얻고자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나선 길. 각자 지혜(머리)와 마음(심장),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법사가 불어넣어 준 자신감으로 도로시처럼 셋도 원하던 걸 얻는다. 순간 관객들은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있으며, 열정과 용기가 삶을 살찌운다”는 교훈을 얻는다.

뮤지컬에서, 도로시의 환상여행은 애견 토토와 회오리바람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때 공중을 나는 플라잉(flying) 기술과 현란한 조명, 영상이 어울려 실감 나는 만화경을 선보였다. 화려한 장면 전환, 마술, 열기구, 사과나무 춤 등 아이들이 좋아할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그때마다 “와!”하는 꼬마들의 함성이 극장 천장에 부딪혀 메아리로 돌아왔다.

토토를 못살게 굴던 심술쟁이 걸치 아줌마는 자전거와 빗자루 비행을 맘대로 하고, ‘북쪽의 착한 마녀’ 글린다도 새장 같은 원통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 도로시와 친구들이 마법사를 찾아가는 ‘노란 벽돌길’은 회전무대로 처리했다. 20명의 어린이들이 깜찍한 의상을 차려입고 등장하는 난쟁이 먼치킨들의 춤은 성인들 못지않은 앙상블을 과시했다.

하나 볼거리 많은 무대에서 배우는 주가 아니라 종이 되기 일쑤다.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에서도 임혜영은 극중 12살 도로시 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그는 이미 ‘마이 페어 레이디’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실력을 검증 받은 차세대 주자다. 짜임새 있는 연출(유희성)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지만, 부족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규모에 비해 너무 큰 극장은 무대의 열기와 공명을 온전히 담아내기엔 힘이 부쳤다. 노래와 대사가 관객들에게 또렷이 전달되지 않은 채 공중에서 맴돌았다. 작품을 음식으로 친다면, 극장은 그 음식을 담는 그릇인데 조화가 아쉬운 것이다.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오즈의 마법사’의 경쟁작은 고전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아닐까 한다. 선물 받은 호두까기 인형이 멋진 왕자님으로 변신해 소녀 클라라를 환상적인 과자나라로 안내하는 ‘호두까기 인형’의 줄거리는 흡사 ‘오즈’를 닮았다. 양질의 공연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게 공공단체의 역할이라면 ‘오즈’는 그 값에 부합한다. 아직도 내 집이 싫다며 객지에서 헛된 꿈을 좇는 슬픈 영혼들에게 바치고 싶은 공연이다. 12월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를 거쳐 LG아트센터 기획운영부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서울예술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공연예술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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