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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무협의 콘텐트, 新무협에 녹이다

출간된 지 2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 무협소설이 있다. 국내에서 무협이란 장르가 그동안 발전해온 경과를 생각하면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1995년 좌백의 ‘대도오’를 필두로 시작된 신무협은 이미 장르의 관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사건의 개연성과 현실적 캐릭터가 기본인 시대다. 그래도 금강의 『풍운고월조천하(風雲孤月照天下)』는 살아남았다. 88년 『고월 (孤月) 』이란 제목으로, 96년 현재의 제목으로 나왔고 지난 10월 청어람에서 다시 출간됐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80년대 무협 10선’의 첫 작품으로 등장했다.

조현욱 교수의 장르문학 산책 - 금강의 『풍운고월조천하』

이 같은 생명력의 배경은 단 하나, 재미다. 유명한 모 무협작가가 “80년대에 나왔던 책을 지금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또 자주 꺼내 다시 보는 유일한 작가”라고 금강을 거명했을 정도다. 『풍운고월조천하』는 역사 무협인 『발해의 혼』과 함께 금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신기막측, 천변만화, 보보살기, 인심협담, 영웅기녀, 기진이보, 영단묘약으로 대변되는 정통무협, 즉 구무협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있다. 금강의 특징인 스피디한 사건 전개와 간결한 문장이 웅대한 스케일 속에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 구속에도 얽매이지 않고 무협소설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처음부터 기획하고 구성했다”면서 “추리 속에 다시 추리가 들어 있고 장이 거듭될수록 예측불허의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구속’ 운운은 신무협(금강의 용어로는 ‘2세대 작가’)을 겨냥한 비판을 담은 표현이다. 그는 신무협에 대해 “영웅과 기연, 미녀를 배제하고 다분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무엇은 쓰지 않는다’는 제약을 가지고 나타난 작품이기 때문에 발전에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금강『한국무협의 어제와 오늘, 내일』) .

금강은 스스로 ‘무협소설의 발전’이란 용어를 쓸 자격이 있는 작가다. 신무협의 대표 주자 좌백은 ‘한국무협사’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 “그가 무엇을 쓰면 다른 작가들이 흉내 내어 재생산을 하고, 그럼으로써 창안자인 자신이 오히려 전형적인 모티브를 흉내 내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일까지 생겼다.

『뇌정경혼』에 등장하는 ‘무엇이든 보는 것만으로도 외우고 익히는 한령심법’이란 모티브는 무수히 모방됐다. 『절대지존』은 황궁무협 시대를 연 작품이다. 황궁을 배경으로, 황족을 주인공으로 한 무협소설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이전까지 없었다. 이 역시 무수한 모방과 모티브 차용을 당한 작품이었다.”

좌백은 “금강의 작품에는 무협 본래의 맛이 있다”면서 “『풍운고월조천하』에는 금강이 생각하는 무협의 모든 것이 투입됐다. 혹은 무협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 책은 기존 독자에게는 추억의 명작이며 무협을 모르는 독자라도 입문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중앙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SF 등 과학소설,무협지 등 장르소설도 두루 탐닉하고 있다. 한국외대(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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