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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꼴찌들의 동경대 가기’ 한국판 리메이크

일본 만화나 드라마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하는 트렌드는 내년에도 계속될 모양이다. 지난해 ‘꽃보다 남자’ ‘결혼 못하는 남자’ 등이 만들어져 화제를 모으더니, 내년 초 KBS는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 ‘공부의 신’을 선보인다. 미타 노리후사의 만화 ‘드래곤 사쿠라’(한국판 제목 ‘최강입시전설, 꼴찌 동경대 가다’)가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2005년 드라마로 만들어져 ‘동경대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이영희 기자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꼴찌들만 모이는 3류 고등학교 류잔고에 폭주족 출신 변호사 사쿠라기 겐지가 파산 관리인으로 파견된다. 사쿠라기는 빚더미에 앉은 학교를 구하기 위해 이 학교 학생 5명을 1년 만에 동경대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동경대 진학생이 생기면 학교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고, 더불어 자신의 능력 역시 세상에 알려질 것을 기대한 ‘무모한 도전’. 그리고 이야기는 ‘만화답게’ 흘러간다. 학업에는 뜻이 없던 아이들이 어찌어찌 모여 ‘동경대진학특별반’이 만들어지고, 처음에는 반항하던 학생들은 차츰 공부의 매력에 빠져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는.

입시 열풍에 있어 한국과 수위를 다투는 일본. 이 만화는 당연히 큰 주목을 받았다. ‘아침에는 암기과목보다 수학을 공부하라’ ‘영어는 노래·춤과 함께 외워라’ ‘공부 스케줄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책임량별로 세워라’ 등 이 만화에 등장하는 각종 학습법이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고, 수험생들의 필독서가 됐다. 심지어 드라마가 방영된 해에는 동경대 지망자의 수가 그 전 해보다 12%나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이 만화가 1970년대부터 일본 정부가 주장해온 ‘유토리(여유) 교육’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개성과 창조성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밀려 ‘퇴물’이 되어 버린 ‘입시의 달인’들이 만화 속 특별반 강사로 등장, “입시는 현대 일본에 남아 있는 유일한 평등의 기회” “주입식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쯤 되니 한국에서 요즘 방송 중인 ‘80일 만에 서울대 가기’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 프로 역시 서울대에 갈 만한 실력이 안 되는 7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단백비급(단숨에 백 점을 올릴 수 있는 비법), 춘삼전략(거지왕 김춘삼이 쓰레기를 줍듯 중요 요점을 모두 주워 담는 전략) 등 단기간에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한다.

‘공교육 몰락에 앞장선다’ 등 비판이 만만치 않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관심을 끄는 모양이다. 덕분에 올해 수학능력시험에서는 황당한 ‘기름종이 소동’도 벌어졌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수능 점수 22점 올리는 비법’으로 기름종이를 소개하자, 정부가 뒤늦게 기름종이를 시험장 반입 금지품 목록에 올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화장용 기름종이도 반입이 금지돼, 얼굴에 ‘도그 오일’ 넘치는 학생들이 곤란을 겪었다나 뭐라나.

‘드래곤 사쿠라’가 ‘80일 만에…’와 다른 점은, 단순한 수험의 기술을 넘어 인생 전반에 적용될 만한 교훈들을 전해준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룰이라는 게 있고, 그 룰을 만드는 게 동경대를 나온 녀석들이다. 이 룰에 속고 싶지 않으면 동경대에 가라”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아는가, 먼저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알아라” 등 명대사가 독자들의 학습 의욕을 마구 고취시킨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있는 걸까. 한 고등학생 독자는 리뷰에 이렇게 적었다. “이 만화 보면 정말, 무진장 공부하고 싶어진다. 단, 책상에 앉기 전까지만.”



중앙일보 문화부에서 가요·만화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를 향한 팬심으로 일본 문화를 탐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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