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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예수의 고향을 찾다

1 예루살렘 곳곳에선 전통복장을 한 유대교도들을 만날 수 있다.
유대인은 크리스마스를 싫어해
크리스마스를 열흘 남짓 앞둔 14일. 텔아비브 야파 언덕에 자리 잡은 성 베드로 성당에서는 성탄 준비가 한창이었다. 예배당 강대상 옆에 성탄 트리를 세우고 예수의 탄생 모습을 재현한 모형을 만들어 전시했다. 성모상에 올라가 먼지를 닦으며 대청소도 했다. 하지만 성당 외관 장식은 하지 않았다. 이 성당의 곤잘로 구스만 신부는 “유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싫어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교회 안에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유대인(most Jewish people)이 아니라 모든 유대인들(all the Jewish people)이 크리스마스를 싫어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은 유대교를 믿는다. 유대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 종교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 예루살렘의 크리스마스는 몰려드는 관광객들 속에서 볼 수 있다. 예루살렘을 내려다볼 수 있는 스코푸스 산에 관광객들이 모여있다.
이날 성당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었다. 24일과 25일 각각 세 차례씩 진행될 크리스마스 예배도 히브리어ㆍ영어ㆍ폴란드어 예배로 나눠져 있다. 서구에서 온 관광객ㆍ주재원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기독교의 최대 성지 성묘교회가 있는 예루살렘에서도 크리스마스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예루살렘의 옛 성은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특히 통곡의 벽은 유대교도들이 가장 성스럽게 생각하는 곳이다. 솔로몬왕이 처음 세우고 기원전 22년 헤롯왕이 재건한 예루살렘 성전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부분이다.

3 예수가 태어난 장소에 세워진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4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부근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인들의 최대 목표가 통곡의 벽을 확보하는 것이었을 만큼 유대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통곡의 벽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남녀가 기도하는 구역이 구별돼 있으며, 남자들은 머리를 가리는 작은 모자 ‘키파’를 써야 벽 가까이 갈 수 있다. 15일 찾아간 통곡의 벽 앞은 울며 기도하는 유대인들로 가득했다. 토라(구약성경의 모세오경)를 열심히 소리 내 읽기도 하고, 소원을 적은 쪽지를 벽의 돌 틈에 끼우기도 했다.

통곡의 벽 바로 뒤엔 이슬람의 세 번째 성지 알 아크사 사원과 화려한 황금지붕의 바위돔이 있다. 하루에 다섯 차례씩 이슬람 기도 소리가 통곡의 벽 앞에서 울고 있는 유대인들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예루살렘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예수가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메고 간 ‘십자가의 길(Via Dolorosa)’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시신이 내려지고, 묻혔다가 부활한 무덤이 있는 곳에 세워진 성묘교회에 이르러서야 겨우 느낄 수 있었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들을 보고서다. 나이지리아ㆍ프랑스ㆍ미국ㆍ터키 등 세계 각지에서 온 기독교인들이 예수의 발자취를 좇고 있었다. 성묘교회 주변 가게에서는 예수의 탄생 장면이 담긴 기념품을 늘어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렸다. 여행사 ‘렌트어가이드’의 가이드 야곱 자미르는 “일년 중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5 유대교의 명절 하누카의 상징은 촛대 9개가 연결된 ‘하누키야’다. 다양한 하누키야를 파는 가게. 6 예루살렘은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의 히잡 가게.
예수가 태어난 곳, 베들레헴은 좀 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강했다. 예루살렘에선 찾기 힘들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예수탄생교회 주변에서 볼 수 있었다. 교회 안은 예수가 태어난 장소를 가리키는 ‘베들레헴의 별’을 보기 위한 순례객들의 줄로 인산인해였다. 물론 대부분 관광객들이었다. 가슴에 여행사 스티커를 붙인 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인근 라헬의 무덤이 기도하는 유대인들로 꽉 찬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대신 ‘해피 하누카’
크리스마스 시즌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교의 전통명절 하누카(Hanukkah)를 즐긴다. 하누카는 유대력에 따라 키슬레브월 25일에 시작돼 8일 동안 이어지는데, 그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거의 비슷하다. 올해의 경우 12월 11∼18일이 하누카 기간이었다. 하누카는 헬라의 안티오쿠스에 의해 더럽혀진 예루살렘 성전을 기원전 165년께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성전 탈환 당시 성전에는 하루치 기름밖에 없었는데, 그 기름으로 새로운 기름이 조달될 때까지인 8일 동안 불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해 유대인들은 하누카 기간 동안 아홉 개의 촛대가 가지처럼 연결돼 있는 ‘하누키야’에 불을 밝힌다. 일단 가운데 촛대에는 매일 불을 붙여 놓은 뒤, 하루에 한 개씩 촛대에 불을 붙여 나간다. 마지막 날에는 모두 아홉 개의 촛대에 불이 밝혀진다. 그래서 하누카를 ‘빛의 절기’라고도 부른다.

유대인들은 하누카 기간 매일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 때면 집집마다, 가게마다 하누키야에 불을 붙인다. 기도문을 읽고, 촛불을 붙이고, 하누카 노래를 부르는 의식이 매일 반복됐다. 즐겨 먹는 음식도 따로 있다. 성전을 8일간 밝힌 거룩한 기름을 생각하며, 도넛과 감자부침 등 기름을 많이 넣어 조리한 음식을 챙겨 먹는다. 특히 딸기잼과 우유크림, 초콜릿 크림 등을 채워 넣은 하누카 도넛 ‘수프가니아’의 인기는 대단하다. 도넛 가게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누카 넷째 날인 14일 오후 텔아비브 네바제데크 센터를 찾아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같은 곳이다. 하누카 기간 중엔 다양한 특별 이벤트가 진행됐다. 오후 5시. 하누키야에 촛불을 켜는 시간이 되자 인근 주민들이 센터 마당으로 모여들었다. 하누카 도넛을 나눠 먹으며 ‘드라이델’이라 불리는 사각 팽이를 갖고 노는 순서가 이어졌다. 드라이델의 옆면엔 각 면마다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각 단어 머리글자가 적혀 있다. 요정 분장을 하고 초콜릿을 나눠주는 도우미가 흥을 돋웠다. 만나는 사람마다 웃는 얼굴로 “해피 하누카”란 인사를 건넨다. 흥겨운 축제 자리였다.


사족하나. 네바제테크 센터에서 만난 텔아비브시 공문원 엘가트 제도크는 하누카 도넛을 권하기만 하고 먹지 않았다. 왜냐고 묻자 "이거 하나에 500칼로리"라고 말하며 웃는다.종교와 풍속이 달라도 사람사는 모습은 세계 구석구석에서 참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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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