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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앙일보가 뽑은 ‘2009 올해의 책’ 두 권

누구도 모든 신간을 리뷰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 취향도 다릅니다. 해서 연말이면 ‘올해의 책’을 두고 고민합니다. 올해는 본보 북섹션의 단골 서평기자들과 문화평론가 조우석, 도서평론가 이권우·표정훈 씨가 참여해 두 권을 선정했습니다. 이 책들이 올해 나온, 가장 좋은 책이라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깨어있는 21세기 한국인이라면 꼭 읽어두어야 할 책을 고르느라 고심한 결과임은 자부합니다.



보수-진보 진영의 갈등은 경제문제에서 도드라진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전기료 인상 논란에서 보듯 맹목적인 주장이 판치는 게 현실이다. 사진은 스페인 마드리드 시민들이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12일 벌인 시위. [AFP=연합]

울타리에 갇힌 좌파 우파, 그들만 모르는‘사실’들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지음,노시내 옮김, 마티,395쪽, 1만6000원




요즘 우리 사회에 사실(fact)은 없고 주장만 있는 듯하다. 보수건 진보건 모두 자신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세종시와 4대강이 단적이다. 진보진영은 행정부처 이전 비용은 애써 무시한다. 대신 균형발전 등의 편익만 강조한다. 4대강은 정반대로 비용만 강조하고 홍수 예방 등의 편익은 무시한다.



보수 진영의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딱이다. 중요한 건 이념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걸 강조하는 책이라서다.



우선 진보진영의 맹목적인 이념에 칼날을 들이댄다. 좌파는 지구온난화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기 값을 올리는 게 맞다. 그래야 소비를 줄여 전기 생산에 드는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좌파는 전기값 인상에 결사 반대다. 저소득층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지은이는 여기에 사실의 잣대를 갖다 댄다. 전기요금을 30% 올리면 소득 하위 20%의 저소득층이 추가로 내는 전기요금은 2억5000만 달러. 하지만 최상위 20%가 내야할 요금은 그 두 배가 넘는 5억5600만달러다.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전기 요금 인상을 반대하지만 실은 부유층을 더 많이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은이는 “전기 요금을 올려라, 대신 빈곤층에게는 따로 소득 이전을 해줘라”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보수 진영의 허황된 주장도 가차없이 비판한다. 보수는 늘 세금을 맹목적으로 증오한다. 우파 단체들은 매년 ‘세금 없는 날’을 선포한다. 그날 만큼은 “정부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강조한다. 물론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비판해야할 것은 정부의 낭비적 행태지 세금 자체가 아니라고 한다. 세금이 본질적으로 사악한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가령 헬쓰클럽에 회비를 내면 시설을 ‘무료로’즐기는 것과 똑같이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면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를 ‘무료로’즐기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 책을 통해 합리적인 주장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를 깨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과학·종교는 뭘 하고 있나, 교수 셋이 묻고 답하다



종교전쟁

장대익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647쪽, 2만2000원




“종교의 유통기한은 이제 끝나지 않았을까요? 종교가 독점해왔던 가치와 의미의 영역마저 과학에 넘겨주고 있는 것 아닐까요?”



과학철학자 장대익 교수(동덕여대)의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입장이 다른 세 학자가 주고받은 과학과 종교를 주제로 한 편지와 좌담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두 학자는 호남신학대 신학과 교수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목사 신재식 교수와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김윤성 교수.



장 교수는 오늘날의 과학이 마음, 언어와 상징, 인간 행동 등을 속속 해명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가 권위를 지닐 여지는 더 이상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과학의 일방주의를 경계한다. 지동설, 진화론, 정신분석학, 뇌과학, 인지과학의 도전이 기독교를 뒤흔들어 왔지만, 과학이 종교의 영역을 모두 해명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성을 신앙의 시녀로 삼았던 중세 기독교의 오만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오히려 과학의 거센 도전을 받아내며 보다 겸손해진 기독교가 그 고유의 영역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신 교수의 지적에 이어 김윤성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삶에는 서로 구분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 복잡하고 모호한 중첩 지대가 무수히 많고, 과학과 종교는 그러한 중첩 지대 어디쯤엔가 놓여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과학으로 환원시키려는 오만한 과학과,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몽매한 종교를 모두 비판하는 셈이다.



제목과 달리 세 학자들 사이에 전쟁은 없었다. 다만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미덕인 지적(知的) 대화가 있었다. 논쟁적 주제인데다가 현대 과학의 다양한 성과를 넘나들기 때문에 자칫 난해해지기 쉽지만, 대화체 편지 문장에 글말이 아닌 입말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전쟁 아닌 전쟁에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소통이 우리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라 한다면 이 책은 단연 지적, 학문적 소통의 모범이다. 더구나 그 소통을 관전하는 독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소통, 즉 학문과 대중의 소통까지 성취하고 있다. 표정훈(출판평론가)




놓치긴 아깝지요, 이 책들



한 해를 보내며 놓치기 아까운 책이 두 권만은 아니다. 11명의 서평 필자들이 거론한 책 중에서 아쉽게 빠진 책들을 소개한다.



◆가슴 뭉클한 책=파킨슨 병에 걸린 80대 어머니를 7년 간 돌본 50대 후반의 딸이 기록한 『어머니를 돌보며』(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부키)가 꼽혔다. 치매에 걸린 모친을 돌보는 자식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고통을 감정의 과잉 없이 풀어나간 점이 돋보였다. 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는 물론, 망가져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시간을 잊게 하는 책=이야기의 재미를 소설의 으뜸가는 미덕이라 여기는 독자라면 『1Q84 1,2』(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를 빠뜨릴 수 없다. 스포츠센터 강사이면서 구제불능 남편에 대한 청부살인을 받는 미녀 킬러 아오마메와 작가지망생인 덴고가 주인공. SF적 요소에 노골적 성애 묘사가 어우러지면서 사이비 광신도 집단, 가정 폭력 등 일본 사회의 병리현상들을 건드린 이 소설은 ‘하루키 종합선물세트’란 평을 얻었다.



◆곱씹어 볼 책=우리 법조계의 문제점을 발가벗긴 『불멸의 신성가족』(김두식 지음, 창비)은 제목처럼 ‘불멸’은 아닐지라도 두고두고 음미해 볼 책이다. 법조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지은이가 법조인은 물론 브로커, 법원공무원, 경찰, 기자, 마담 뚜까지 인터뷰해 우리 사법현실을 고발했다. 부조리한 시스템, 뒤틀린 특권의식에 절로 탄식이 나오지만 지은이 특유의 풍자가 곁들여져 읽는 재미도 만만치않다.



◆내공이 돋보이는 책=기원전부터 현대까지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천착한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 2』(이삼성 지음, 한길사)가 인문학계의 올해 수확으로 꼽혔다. 중국과 그 주변국의 관계를 지배-종속이 아닌 전쟁과 평화를 규율하기 위해 창안해낸 국제적 규범과 제도였다는 시각으로 풀어간 이 저작은 세계화 시대에도 여전한 생명력을 가졌다는 평가다. 서울대 박희병 교수가 18세기 조선의 천재시인 이언진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저항과 아만』(돌베개)도 주목받았다.



◆눈이 즐거운 책=고대 그리스에서 중세 이슬람, 중화제국을 거쳐 현대 프렌치 퀴진까지 맛난 음식과 요리사· 미식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각의 역사』(폴 프리드먼 지음, 21세기북스)는 생생한 예술작품을 삽화로 곁들여 읽는 동안 군침이 돌게 할 정도다. 색다른 이야기거리가 풍성할 뿐 아니라 문명사적 고찰까지 더해진 책은 이 분야의 완결판으로 불릴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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