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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여자에 점수 따려다, 얼떨결에 ‘짝퉁 작가’된 웨이터

릴라, 릴라

마르틴 주터 지음

차경아·김혜경 옮김

까치, 384쪽, 1만1000원




애절한 순애보라기보다는 도취와 질투, 맹목적인 욕망 등으로 점철된 처절하고 미련한 사랑 이야기다. ‘대박 소설’을 잡는 데 혈안이 된 출판업자들이 연일 술판 아니면 담판을 벌이는 국제도서전을 도마 위에 올린 풍자소설이기도 하다.



이질적인 두 소재가 어떻게 한 소설로 묶이는 걸까. 상상력의 힘은 무한하다. 본인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빙충맞은 술집 웨이터일 뿐인 스물 세 살 다비드 케른이 어느날 소설 원고를 손에 넣는다. 헐값에 사들인 중고 가구 안에 숨겨져 있었던 것. 다비드는 술집 단골인 한 살 연상의 ‘진지녀’ 마리 베르거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신이 쓴 원고인 양 읽어보라고 넘긴다. 자칭 문청인 마리, 소설에 감동 받아 프랑크푸르트의 출판사에 출간 제의한다. 출간 제의가 받아들여지면서 ‘장난’은 ‘사고’가 된다. 소설은 남의 소설 ‘릴라, 릴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다비드가 필생의 여인인 마리를 곁에 붙들어 두기 위해 벌이는 때로는 웃음 터지는 때로는 복장 터지는 분투기다.



소설은 거의 정확하게 반분된다. 전반부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마리를 다비드가 쟁취하는 과정. 등장인물들의 얄팍한 감정 변화, 술친구 그룹 내의 주도권 다툼 등이 작가 특유의 삐딱한 시선을 통해 유쾌·통쾌하게 그려진다. 마리가 다비드의 소설에 반해 결정적으로 끌리는 장면에선 눈물이 날 정도다. 다소 무거운 후반부는 베스트셀러 소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도서전이 열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웃지 못할 보고서같다.



소설은 액자소설 구조다. 자주 삽입되는 ‘릴라, 릴라’의 내용은 손발 오그라드는 러브스토리다. 액자소설 밖 다비드와 마리의 냉랭한 현실과 대비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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