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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시조대상] 오종문 “가진 것 모두 버리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군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조 문학상인 중앙시조대상 제 28회 대상 수상작으로 오종문 시인의 ‘연필을 깎다’가 선정됐다. 중앙시조대상은 시집을 한 권 이상 낸 등단 15년 이상의 시조시인 중 한해 최고의 작품을 발표한 이에게 수여한다. 중앙시조신인상은 정경화 시인의 ‘겨울나무’에 돌아갔다. 중앙시조신인상은 시조를 열 편 이상 발표한 등단 5년 이상 10년 미만의 시조시인을 대상으로 한다. 예심은 김세진·우은숙 시인이 맡아 대상 시인들이 1년간 (2008년 12월~2009년 11월)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신작 시조에서 본심 후보작을 선정했다. 본심은 박시교·한분순 시조시인과 장경렬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맡았다. 제20회 중앙 시조백일장 연말장원은 김대룡씨가 받으며 등단했다. 연말장원은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해당한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열린 중앙 시조백일장 입상자로부터 새 작품을 받아 왕중왕을 가렸다. 시상식은 23일 오후 5시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사 로비 1층 연수실에서 열린다.










대상



등단 25년을 바라본다.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기에 시조로 빚어낸 나이테는 30줄도 더 된다. 그럼에도 굵직한 상 받은 적 없어 오종문(50·사진) 시인은 시조계에서 상복 없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목숨 걸고 시를 써 본 적이 없어서, 결론은 수상작에 못 미쳐서” 여태 못 받았던 거라 해석한다.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연필을 깎다’ 역시 “아직도 뭔가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내년 봄에 낼 시집엔 퇴고해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한 5년간 시조를 뒷전으로 밀어뒀다. 보증을 선 게 잘못돼 거리로 내몰렸던 탓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시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작은 출판사를 운영해온 그가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택한 건 책 집필이었다. 원고지 4500매 분량의 『이야기 고사성어』 3권을 3년 만에 써냈다. 환경동화류 등의 아동물도 여러 권 썼다. 그는 “시집 외에 평생 책 30권을 쓰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돈벌이와 상관없는 시를 다시 쓸 여유가 생긴 건 1년 전쯤이다.



“가진 것 모두를 버리고 나니 세상이 달리 보이더군요. 내려놓음과 비움을 배우는 데 5년 여 세월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시기의 아픔들이 시조로 승화됐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급히 메모를 하려는데 연필심이 뚝 하고 부러졌단다. 마침 다른 연필들도 심이 다 닳아 깎아 쓸 수밖에 없었다. 칼을 대고 결대로 깎아내리다 문득 “뚝 하고 부러지는 것 어찌 너 하나 뿐이리”란 초장이 떠올랐단다. 세상을 향한 원망의 칼을 휘두르는 대신, 뚝 부러진 “무딘 맘 잘 벼려” “불멸의 시”를 쓰는 것이 시인의 길 아니겠는가.



“시조는 저에게 출렁이는 강물 속의 한 송이 물보라 꽃이었습니다. 끝없는 산맥으로 이어져 내려온 특별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먹구름 틈에 적막을 숨기고, 초원의 풀밭 위에 꿈을 숨겨놓고 스스로 잿더미가 돼버린 당신이었습니다.”



이경희 기자



◆약력=▶광주광역시 출생. ▶1986년 사화집 『지금 그리고 여기』로 등단. ▶시조집 『오월은 섹스를 한다』, 6인시집 『갈잎 흔드는 여섯 악장 칸타타』 외 다수.









찻물을 끓입니다. 좋아라 기뻐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려 연잎차를 우립니다. 그리고 따끈한 한 모금의 그 맛없는 맛이 내 목젖에 닿기까지의 ‘연’을 생각합니다. 바람의 별궁을 짓고도 못내 흔들리던 잎, 그 아래 연약한 듯 하면서도 꼿꼿한 줄기, 또 그 아래 초록빛 광채를 숨긴 채 백년을 꿈꾸는 씨앗!



서서히 저의 생각은 겨울나무에게로 옮겨갑니다. 다르지 않지요. 겨울나무의 의지 또한! 하지만 거듭거듭 비는 내리고 눈보라는 칩니다. 급기야 아무리 견디어도 힘이 들던 어느 날엔가 뿌리의 흔들림도 발견했습니다. 어쩝니까 또 견디어야지요.



시조를 사랑하는 일 또한 그렇습니다. 그 견딤의 으뜸으로 ‘도리’와 ‘의리’를 꼽고 싶습니다. 그것을 실천하느라 오히려 작품을 물린 적도 많습니다. 그 신실(信實)한 바탕이 없으면 거짓 표현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반짝이는 재주보다는 여기저기 기웃대는 술수보다 바보스러울 만치 제 자리에 뿌리박고 선 부족한 나무에게 백련(白蓮)처럼 맑고 투명한 함박눈을 뿌려주신 심사위원께도 감사합니다. 그 눈이 다 녹기 전에 언제나 돌아올 봄을 묻으며 정진하겠습니다.



◆약력=▶1961년 대구 출생 ▶2001년 동아일보,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시집 『풀잎』 ▶한결시조동인



심사평

참신한 소재·내용 … 현대 시조가 나아갈 방향 보여줘




올해로 28회를 맞는 중앙시조대상 및 중앙시조신인상은 시조 시인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조 분야 문학상이다. 이 같은 권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올해에도 심사위원들은 엄정한 심사를 위해 최선을 다 하였다. 참고로 올해에는 선고 과정을 거쳐 대상 후보작으로는 12인의 작품 80여 편이, 신인상 후보작으로는 10인의 작품 70여 편이 본심에 올라왔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각 부문마다 각자 2~3인의 수상 후보자를 추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작품 정독에 임하였다. 그 결과 대상 부문에서는 5인의 이름이, 신인상 부문에서는 4인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이어서 이들의 작품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 끝에, 심사위원 전원이 한결같이 높이 평가한 오종문의 ‘연필을 깎다’와 정경화의 ‘겨울나무’를 각각 대상 수상작과 신인상 수상작으로 올리기로 하였다. 대상 수상작인 오종문의 ‘연필을 깎다’는 시조의 정격을 유지하면서도 소재와 내용 면에서 참신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현대 시조가 나아갈 방향을 나름의 시적 노력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미덕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신인상 수상작인 정경화의 ‘겨울나무’는 흠잡을 데가 없는 단아하고 정갈한 작품이다. 종장 처리에서 완결미가 특히 돋보이기도 하는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모범이 되는 시조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는 예라는 데 심사위원들은 의견을 같이하였다.



어느 해보다도 뛰어난 작품으로 영예의 수상자가 된 두 분 모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시조의 앞날을 위해 두 분 모두 계속 힘써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심사위원 박시교·한분순·장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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