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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키 여사 “한식은 다 좋아해요 … 보쌈은 재래식 된장과 먹는 게 좋죠”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인 미유키 여사가 14일 도쿄 총리 공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미유키 여사는 한국 문화의 매력으로 부모를 소중히 여기고 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을 꼽았다. [재일 사진작가 권철]

일본의 퍼스트레이디 하토야마 미유키(鳩山幸·66) 여사의 ‘한국 사랑’은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저 한국 드라마나 배우에 빠져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끼니마다 김치를 식탁에 올릴 정도로 한국 요리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한글 공부에도 열심이다. 그래서인지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단발머리에 화사한 짙은 금색 투피스 차림의 미유키 여사가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줄곧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인터뷰에서는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 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선물로 받은 한과 봉투를 그 자리에서 뜯더니 못 참겠다는 듯 연신 한과를 입으로 가져가며 “맛있어요”를 연발하는 모습에서는 소녀 같은 천진난만함이 배어 나왔다. 14일 오후 총리 공관에서 열린 이번 인터뷰는 미유키 여사가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외국 언론과 처음으로 하는 인터뷰였다. 아직 일본 국내 언론과도 유명 인사와의 대담 형식이 아닌 정식 인터뷰는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분 단위로 짜인 일정 속에도 인터뷰에 나선 데는 미유키 여사의 유별난 ‘한국 사랑’이 반영된 듯했다. 이번 인터뷰는 중앙일보 미디어그룹의 신문(중앙일보)·방송(QTV)·인터넷(조인스; www.joins.com) 등 여러 매체가 공동 보도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끝없는 한국 사랑

열렬한 ‘한국 팬’을 자처하는 미유키 여사가 인터뷰 중 직접 한글로 쓴 ‘중앙일보·중앙방송(QTV)의 독자·시청자 여러분, 사랑해요’란 메시지를 들고 있다.
-‘동안(童顔)’이란 표현을 쓰면 실례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나이에 비해 매우 젊어 보이십니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웃음).”

-한국 문화의 여러 분야에 관심이 큰 걸로 압니다.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시나요.

“역시 인간관계에서나 여러 면에서 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에 끌립니다. 유교의 정신이라고 할까요. 한국 사람들이 부모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대단히 감동적입니다. 또 한국 음식문화는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의미에서 한국의 문화는 ‘건강문화’라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접하시면서 특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습니까.

“모두 연기가 뛰어납니다. 얼마 전 외국을 방문할 때 기내에서 이병헌씨가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를 봤어요. 이씨의 연기는 정말 뛰어나요. 그런데 할리우드의 라이팅(writing; 극본)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이병헌씨가 불쌍해요(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가 설정한 이씨의 인물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추정됨). 그런데 이씨가 출연 중인 ‘아이리스’는 총 몇 편이죠. 그리고 일본에서는 언제부터 방영이 될까요. 정말 재미있나요?(웃음).”

-미유키 여사는 『하토야마 레스토랑에 어서 오세요』 등의 요리 책자를 출간할 정도의 요리 전문가이신데, 한국 요리에는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시나요. ‘이런 점에 더 노력하면 한식 세계화가 더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는 한국 요리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맵다’라거나 ‘마늘이 많이 들어갔다’라는 이미지가 (외국인들에게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한식이란 원래 채소를 많이 사용하는 음식이거든요. 따라서 제 생각에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한식은 채소를 아주 많이 사용하는 건강식이다’라는 점을 보다 (외국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미유키 여사가 좋아하시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지요.

“저는 (한식은) 전부 좋아합니다. 특히 김치를 매우 좋아하죠. 김치는 매 끼니 우리 집 식탁에 나옵니다(웃음).”

-매운 음식도 괜찮으신 모양이군요.

“네.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김치 말고도 잡채와 김밥을 좋아합니다. 한국 김은 참 맛있어요.”

-총리 부인이 되시기 전에 한국에 오실 때는 늘 파전과 보쌈을 즐겨 드셨다고 하던데요.

“아,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웃음). 하여간 한국 요리는 싫어하는 게 없습니다. 보쌈은 재래식 된장과 함께 먹는 게 좋죠.”

-하토야마 총리도 한식을 즐기시나요.

“그럼요. 특히 채소가 많이 들어간 메뉴를 잘 먹고 늘 ‘(한식은) 건강식이야’라고 말합니다.”

-두 달 전(10월 9일)에 한국을 방문하셨는데 뭐가 가장 인상에 남습니까.

“인사동 길을 걸었는데 길 양쪽에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말 너무나 기뻤습니다. 한국 대사께서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박수로 환영을 받다니’ 하고 말이죠. 또 (김윤옥 여사와) 김치를 담그는 체험을 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맨손으로 김치도 담갔습니다. 저는 요리란 맨손으로 하지 않으면 싫습니다.”

-맛은 어땠습니까.

“(미유키 여사는 이 부분 대답을 전부 한국어로 했다) 맛? ‘좋아요’ ‘맛있어요’ ‘밥 주세요’(웃음).”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후 ‘우애’와 ‘아시아 중시’를 강조합니다. 이에 한국 국민들도 많은 공감을 합니다. 한·일 간에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여러 불행한 일들이 있었지만 내년은 ‘한·일 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기 위해 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요.

“하토야마(총리)는 언제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용기를 갖고 제대로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걸 토대로 양국이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이죠. 정치적인 부분에서는 그렇고, 제 입장에서 본다면 여러 소프트(soft)한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이 하나가 돼서 뭔가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미래의 ‘일·한’, ‘한·일’의 훌륭한 관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 믿어요.”

-중앙일보는 신문사입니다만, 미디어법이 개정돼 내년부터는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방송사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거죠. 이를 통해 일본의 다양한 현상이나 정보, 콘텐트를 한국에 소개하고, 반대로 한국의 콘텐트를 보다 다양하게 일본에 소개하려 합니다. 미유키 여사께서는 미디어 부문에도 깊은 관심이 있으신 것으로 압니다만, 양국의 미디어 간에 어떤 협력이 필요할까요. 격려의 말씀도 부탁합니다.

“미디어의 힘은 매우 큰 만큼 전 앞으로 (중앙일보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한 양국의 미디어가 뭔가 같이할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같은 재료를 써도 한국은 이런 요리가 가능하고, 일본은 저런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비교해주는 요리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NHK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이산’의 주인공 이서진씨를 지난달에 만나셨죠. 그때 이씨가 “DVD를 선물하겠다”고 하자, “그걸 보면서 한글 공부를 할까 한다”고 이야기하셨다는 보도를 봤는데, 그 후로 한국어 실력에 진전이 있으십니까.

“이씨로부터 (DVD 선물이) 아직 도착이 안 되고 있습니다(웃음). ‘이산’을 지금 하고 있는데, 한글로만 나오면 잘 모르니까 (일본어) 자막이 달린 것을 부탁한다고 했는데, 아직 도착이 안 되고 있습니다(웃음).”

-한글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신 겁니까.

“실은 매우 오래전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전혀 모를 때죠. 그때부터 왠지 ‘한국에 갈 경우 대통령을 만나면 어떻게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좋을까’라고 생각해 배웠어요. 한글을 배우다 보면 일본어와 발음이 비슷한 게 많다는 점에 놀라곤 합니다. 역시 뭔가 통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도 한글을 뒤늦게 배우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머니가 지금 90세이신데, 85세 때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도 친정어머니가 한국어 공부 하시는 걸 들으면서 한글을 익히곤 합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대화 중에) ‘괜찮아요’라는 말을 한국어로 하곤 합니다(웃음).”

퍼스트레이디 미유키는

-먼저 미국에서의 추억을 여쭙겠습니다. 유학생이던 하토야마 총리를 만났을 때 한눈에 반해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겁니까.

“음. 그건 좀 다르네요(웃음). 늘 하토야마와 의견이 다른 부분인데요. 하토야마는 언제나 저를 ‘오시카케 뇨보(남자 집에 밀고 들어가듯 해서 그의 아내가 된 여자)’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 ‘오시키라레 뇨보(남자가 밀고 들어와 그의 아내가 된 여자)’라고 주장합니다(웃음). 하지만 하토야마는 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은 뭐면 어떠냐. 지금이 행복하면 되는 것이지’. 그래서 저도 ‘그렇죠’라고 합니다(웃음).”

-그동안의 일본 퍼스트레이디라 하면 총리의 몇 발자국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거나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유키 여사는 매우 활달한 이미지인데, 어떤 퍼스트레이디를 지향하고 계십니까.

“전 제가 어떤 퍼스트레이디가 되고 싶다는 건 따로 없어요. 단지 의도적인, ‘만들어낸 것’은 오래 못 가고 국민도 뭔가 어색하다고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그냥 이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생각이에요.”

-퍼스트레이디가 돼서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다면 어떤 겁니까.

“매우 고맙게 생각하는 점은 여러 나라의 여러분을 만날 수 있고, 또 여러 국가의 개성적인 퍼스트레이디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불편한 점은 여기 공관으로 이사를 온 다음 뭔가 빌린 곳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부엌 사용도 뭔가 적응이 안 되고 주변에 수퍼가 있는 환경도 아니어서 불편하군요.”

-퍼스트레이디를 그만둔 다음에 뭘 꼭 해보고 싶습니까.

“하토야마는 (총리를 그만두면) 야채 농사를 하거나 꽃을 키우거나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전 그 옆에서 레스토랑을 하고 싶네요. 또 영화 제작도 하고 싶고요.”

-하토야마 총리는 대단한 애처가라 하시는데, 어떤 생활을 하십니까.

“하토야마는 나를 한 사람의 부인이 아닌 한 사람의 개체로서 인정하고 존중해 줍니다. 남편은 요리를 해 주진 않지만 설거지는 늘 도맡아 합니다.”

-총리의 의상 코디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디에 가장 신경을 쓰시는지요.

“역시 TPO(Time, Place, Occasion:시간·장소·경우에 따라 옷차림을 정하는 센스)입니다. 공식적인 귀빈을 만날 때는 확실한 정장으로, 스포츠와 관련된 자리에는 그에 맞게 신경을 씁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남편으로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인가요.

“업무에서는 일본을 바꿔 나가자라는 강한 의식이 있고 세계와 같이 하나가 되자라는 부분은 존경합니다. 집에서는 상대를 존경하는 것, 나를 한 사람의 부인이 아니고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겁니다.”

-평소 “우리 시어머니는 무엇을 해도 완벽하다”고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만,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며 스트레스는 없습니까.

“시어머니는 ‘너희들은 너희들의 인생을 좋은 대로 즐기라’고 하십니다. 우리 부부, 가정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습니다.”

-많은 며느리가 부러워하겠습니다.

“부럽습니까?(웃음)”

미유키 여사는 누구

‘톡톡 튀는’ 거침없는 화술
20대 땐 가극단서 끼 발휘


미유키 여사는 한마디로 ‘톡톡 튀는’ 여성이다. 단발머리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거침없는 화술로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 잡는 데 천부적 재질이 있다. 다만 예전에 “자는 동안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타고 금성에 다녀왔다” “나는 태양을 먹고 있다” 등의 엽기적 발언을 했지만 총리 부인이 된 다음에는 “남편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며 말조심을 한다.

그의 인생은 전형적 ‘코스모폴리탄’이다. 1943년 무역업을 하던 부친의 중국 근무로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귀국 후 무역도시 고베(神戶)에서 자랐다. 고베의 명문학교 가이세이(海星)여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영화 ‘모정’ ‘쉘 위 댄스’를 보며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고교 졸업 후 여성들로만 구성되는 다카라즈카(寶塚)가극단에 들어가 예술적 끼를 발산했다. 6년간의 무대생활 후 24세이던 67년 첫 남편과 결혼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만난 네 살 연하의 하토야마 총리와 2년 동거 후 75년 재혼했다. 하토야마는 미유키 여사에게 “난 미혼 여성이 아닌 이 세상 모든 여성 중에서 당신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라이프 컴포저(life composer)’란 직함으로 일본 여성들에게 즐겁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전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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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