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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시장 우선주의’ 전재희 벽에 또 막혀


투자개방형 병원 논의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협의와 의견 수렴을 지시했지만 당분간 논의가 진척되기 힘든 상황이 됐다. 6개월여 동안 두 부처의 갈등의 골만 확인한 꼴이 된 것이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기획재정부가 수년 전부터 밀어붙여 왔던 제도다. 이번 정부 들어 지난해 3월 재정부가 이 대통령에게 도입 방침을 보고했다. 이어 올 2월 윤증현 장관이 부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윤 장관은 시장 우선주의자다. 의료도 시장원리에 따른 경쟁과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 재정부 관계자는 “윤 장관이 의료 그 자체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의료 경쟁력을 키워 ‘달러’를 더 벌자는 차원이 아닌 일자리 창출과 산업구조 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이 나서야 하고, 그 핵심 역할을 의료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구상도 있다. 윤 장관은 2월 취임 후 줄곧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강조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금융위기처럼 우리 잘못이 없어도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판단한다. 3월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살려야 수출이 줄어도 경제가 끄떡 없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내수를 늘리려면 의료 규제를 풀어야 하고,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첫 단추를 끼우겠다는 것이다. 의사·약사·변호사 등 전문직 독점권을 깨겠다는 구상도 마찬가지다.

이런 윤 장관의 구상은 이번에도 정치인 출신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 장관은 의료를 공공재로 본다. 그는 15일 언론사 사회부장 간담회에서 “의료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의료법을 개정할 수가 없다”며 “(투자개방형 병원을) 할 것이다, 말 것이다 예단하기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해소책 마련이 필요하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무부처는 복지부라고 못 박았다.


전 장관은 다소 진보적인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민주노동당 정책에 가깝다”라고 비판을 받았던 기초연금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는 막대한 재정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선호하지 않던 제도였다. 전 장관은 지난해 초 국회의원 시절 복지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모든 의료기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제도)를 완화하려는 뜻을 비치자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전 장관의 시각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복지부가 투자개방형 병원제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를 ‘의료 민영화’로 보는 비판적 시각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시위 때도 이런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는 당시 ‘투자개방형 병원=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 장관도 의료 민영화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건강보험의 틀을 허무는 것을 미국식 의료 민영화로 보는데, 재정부와 복지부는 건강보험 틀을 유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정부는 내년 월 1회 이상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투자개방형 병원 문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두 장관의 이견이 좁혀질 것 같지는 않다. 전 장관 말대로 문제를 푸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신성식·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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