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한 보고서에 두 결론 … 여야 대치 보는 듯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5월에 열린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여부가 최대 이슈였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날 “연구용역을 통해 필요성이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후 11월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6개월 이후로 답을 미룬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예정기한에서 한 달여 연기된 끝에 15일 보고서가 나오자 복지부는 “이제부터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보고서 결론은) 사실상 도입하기로 하고 부작용 보완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두 부처의 이견을 좁혀 하나의 답을 내기 위한 보고서가 오히려 두 부처 간 논란을 부추긴 셈이다. 보고서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연구 결과가 너무 상이해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의료비 상승만 해도 보건산업진흥원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 반면 KDI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선은 연구용역을 처음 발주할 때부터 예견됐다. 두 연구기관은 각각 두 부처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다.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을 놓고 허용과 불가로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려온 재정부와 복지부가 사실상 KDI와 보건산업진흥원을 내세워 대리전을 치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것과 흡사한 모양새다.

결국 700쪽이 넘는 방대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용역’ 보고서는 두 연구기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각각의 주장을 그대로 서술해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정책결정에 대한 결론은 물론 도입에 따른 효과 분석이나 부작용 등에 있어 의견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 보고서에 두개의 결론이 있어 사실상 두 개의 보고서나 마찬가지다. 예컨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국민의료비 측면에서 보건산업진흥원은 최대 4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KDI는 경쟁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가격(진료비) 하락으로 오히려 국민의료비가 2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나 의료진 유출 문제 등 모든 쟁점에 대해 상이한 결론을 내렸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사가 일시에 빠져나가 지방 중소병원은 폐업 도미노가 일어날 것으로 봤지만 KDI는 의료진 유출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지방 중소병원 경영난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과는 무관한 병원 자체의 경쟁력 부족으로 봤다.

두 연구기관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은 경제적 효과 딱 하나다. 보건산업진흥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최소 1조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1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KDI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도입에 따른 부작용보다 실익이 큰 것으로 결론 냈다.

이 같은 대립과 우여곡절 끝에 보고서가 나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을 갖고 논의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에 이르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4대강·세종시 문제 등 정국 현안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돈 많은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였다가 자칫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안혜리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