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조두순 사건 수사 때 무슨 일이 … “녹화 잘못됐다며 피해 아동에 네 번 진술시켜”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과 가족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떤 피해를 봤기에 국가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을까. 아동 성폭행 사범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함께 형법 개정까지 몰고온 이번 사건의 실체와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한변협은 “검찰 등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제대로 하지 않아 또 다른 피해를 유발시켰다”며 15일 그동안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검찰은 대한변협의 발표 내용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올 1월 6일 오후 6시 경기도 안산시의 한 병원 앞. 진눈깨비가 날리는 가운데 여덟 살 소녀가 아버지와 함께 서 있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 추위에 떨며 택시를 기다렸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조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소녀는 한 달 전 등굣길에 조두순에게 성폭행을 당한 ‘나영이’(가명)였다.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다 지친 두 사람은 결국 병실로 되돌아갔다.


조두순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 어린이가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보낸 시간은 또 다른 ‘악몽’이었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 아동을 보살피는, 따뜻한 손길은 보이지 않았다.

대한변협이 15일 발표한 ‘조두순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는 피해 아동이 겪었다는 ‘2차 피해’ 내용이 담겨 있다. 변협은 검찰이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조사 횟수를 최소한으로 하라는 성폭력법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아동은 택시를 타지 못해 출석을 포기한 다음 날인 1월 7일 안산지청에 갔다. 그런데 이날 영상 녹화를 위한 진술을 네 차례나 해야 했다고 변협은 밝혔다.

한 번은 녹화 기기 조작 미숙 등으로 15분간의 진술이 녹화되지 않았고, 두 번째는 음성이 녹음되지 않았으며, 세 번째는 소리가 너무 작게 녹화됐다는 것이다. 피해 아동이 지치자 검찰은 영상 기기 담당자를 급히 수소문해 네 번째 녹화를 했다는 게 변협의 주장이다. 피해 아동의 주치의인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가 지난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피해 어린이에게 수차례 진술을 요구한 검찰도, 조사를 받게 한 의사도 문제가 많다”고 분노를 터뜨렸던 대목이다. <본지 10월 31일자 1면>

변협은 또 “경찰이 조두순을 검거한 직후 촬영한 영상 자료를 담은 CD가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음에도 검찰은 항소심 선고 전날에야 이를 제출했다”고 했다. 당시 조가 “평소 흰머리에 안경을 착용한다”며 자신은 피해 아동이 진술한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뒤늦게 냈다는 것이다. 변협은 “이 때문에 조의 변호인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피해 아동을 상대로 범인의 인상 착의를 추궁했다”며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등 심적 고통을 주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협 발표에 대해 검찰은 “주장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 아동의 영상 녹화와 관련, “조두순이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피해자 확인이 필요했다”며 "당시 병원으로 관용차를 보내겠다고 했으나 피해 아동의 외출 절차가 늦어지는 바람에 조사가 다음날로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목소리가 작게 녹음돼 양해를 구하고 재녹화에 대한 동의를 받았으며 피해자를 상대로 네 차례 녹화를 반복한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CD 제출에 대해서는 “이미 녹화 당시 작성된, 동일한 내용의 피의자 진술조서가 법원에 제출됐고, 유·무죄가 달라지는 사안도 아니었다”며 “법원이 변호인 측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이자 공소 유지를 위해 추가로 자료를 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의진 교수는 “수사 자료 제출 과정 등에서 검찰의 성의가 부족해 피해 아동이 더 많은 고생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동 성폭행 피해자 조사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승현·최선욱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