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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작가 “난장판 화백회의 장면, 국회 의식한 건 아니지만 … ”

“혼자 하면 뻗어버릴 작업이었는데, 몸이 아프면 서로 대신 써주면서 공동작업의 덕을 봤다”는 김영현(오른쪽)·박상연 작가. “드라마가 어느 순간, 우리들 손을 떠나 시청자들 속에서 확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4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올 최고의 드라마에 오른 MBC ‘선덕여왕’이 22일 막을 내린다. 신라사·여왕 등 새로운 키워드를 내걸어 인기를 끌었다. 정치세력 내부의 암투 묘사를 벗어나 정치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명품 정치드라마라는 평도 받았다. 14일 두 주역 김영현(44)·박상연(37) 작가를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피케이앤쇼’라는 작가회사를 차린 두 사람은 이번이 MBC ‘히트’에 이어 두 번째 공동작업이다. 두 작가와 보조작가 2명이 8개월여 대장정을 함께 한 아파트. 현관에 홈쇼핑으로 배달된 다이어트 음료 한 박스가 눈에 띄었다. 김 작가가 “모두 3~5㎏씩 살이 쪘다”고 말했다. 박작가는 “지난 1년간 세차 한 번 못했다”고 거들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박상연=애초의 목표는 시청률 30%, 최대 35%였다. 신라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역사인데도, 시청자들이 잘 따라와줬다. 나중에 ‘6분토론’이라고 명명된 29회의 엔딩은, 정치적인 대사가 너무 길고 어려워서 채널이 팍팍 돌아갈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신라사와 여왕, 새로운 시도였다.

김영현=MBC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세 공주 이야기, 일종의 궁중사극이었다. 그래서 일단 거절하고, 자료 보다가 미실을 만났다.‘서동요’ 때 왕 얘기하면서 한계를 느낀 적이 있어서 역사에 해박한 박 작가를 3개월간 꼬드겼다.

박=신라사를 그린다는 것은, 그 위대한 고구려를 무너뜨린 신라를 그린다는 것은, 내셔널리즘과 싸우는 일 아닌가. 그래서 처음엔 못하겠다고 했다.

-신라를 어떤 나라로 보나.

김=결과적으로 우리 국토를 좁히고 당을 끌어들여 자주성을 의심받고는 있지만, 통일이라는 어젠다를 150년에 걸쳐 준비하고 실천한 나라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국가 어젠다를 실현하는 것, 대한민국의 어떤 정부도 못한 일이다.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미실의 고현정(왼쪽)과 선덕여왕의 이요원.
박=초기에 미실을 비롯한 캐릭터가 워낙 잘 잡혔다. ‘정치의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자’가 모토였다. 만화『열혈강호』에 이런 대사가 있다. ‘세상에 선과 악은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김=정치 리더로서 선덕의 장점은, 시대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쓴 점이다. 드라마 도입부 ‘사람을 얻는 자 시대를 얻는다’라는 대사를 넣었다. 당연히 소통도 잘했다.

-현실정치에 빗대어 보는 시청자가 많았다.

박=난장판이 된 화백회의에서 미디어법 국회 통과를 떠올리는 시청자가 많았다. 맹세컨대 그걸 의식하고 쓴 게 아니다. 그냥 우리가 평생 봐온 게 그런 거니까 자연스레 나왔다. 『반지의 제왕』의 톨킨 같은 위대한 작가도 그런 장면은 못쓴다. 모두 한국정치의 산물이다.

김=한때 덕만은 노무현, 미실은 이명박, 이렇게 보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현실을 대비시킬 생각이 없었고 드라마가 정치에 자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그래서 특정 인물과 맞아떨어지지 않게 부러 헷갈리게 한 점도 있다. 드라마를 통해 여러 유형의 정치인을 제시하고 시청자가 정치인에 대해 잘 판단하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을 했다.

-역사물에서 상상력의 한계는.

김=신라사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정답이 없다. 가급적 역사적 근거에 충실하면서 작가적 상상력을 더했다. 물론 덕만과 천명은 쌍둥이가 아니다. 비담 또한 미실의 아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인가 아닌가보다 어느 쪽이 더 리얼한가, 정치적 상황으로서 리얼리티가 있는가를 우선시했다. 정적을 악마로 묘사해서 역사를 지나치게 판타지로 풀어가는 게 더 문제이고, 역사의식이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를 끌면서 시청자의 여러 요구에 직면했을 텐데.

박=김남길씨가 연기한 비담은 인기가 치솟고 팬들의 기대가 커져서, 나중엔 작가인 우리들도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못보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스타의 팬들은, 문자메시지를 보내 극중 비중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김=보통 사극은 스토린데 ‘선덕여왕’은 스토리도 캐릭터도 강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도 캐릭터를 쫓는 층과 스토리를 쫓는 층으로 나뉘었고, 이들의 요구가 충돌하기도 했다. 후반부 비담은 멋진 순정남인데, 캐릭터에 열광하는 층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박=고현정씨는, 너무 연기를 잘 해서 내가 자극을 받아 대본이 더 잘 써졌다. 그러면 현정씨는 연기를 더 잘하고. 배우와 소통, 교감하면서 대본을 썼다.

-공동작업은 어떻게 했나.

김=전체 회를 같이 구성하고 대본은 딱 절반씩 나눠 썼다. 극본이 안 써지면 나는 밥하고 청소, 설거지했다. 박 작가는 갑자기 김치를 먹거나, 잡채에 생크림을 섞어먹는 식의 괴식을 했다.

-‘대장금’에 이어 또 한번 ‘김영현사극’의 힘을 과시했다.

김=시청자로서는 로맨스물을 좋아한다. 선덕여왕 사후 대당항쟁과 함께 본격적인 전쟁사극이 펼쳐지는데 기회가 되면 시즌 2를 쓰고 싶다. 내가 ‘꿈빨’이 있는 편인데, ‘대장금’ 때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꿈에 나왔다.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꿈을 꿨다. 모든 게 꿈 덕이 아닌가 싶다. 하하하.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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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