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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빼라

회화 위주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목표로 삼은 중·고등학교의 영어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여 가르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3년이나 지났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1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영어 사교육에 지출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처럼 정부, 학교, 부모 그리고 학생 모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영어에 매달리고 있지만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영어 능력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특히 회화와 작문과 같은 조어 중심의 영어 구사능력만 보면 고교에서 영어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하는 의심이 갈 정도로 신입생들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일상적인 대화나 기본적인 영작문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고등학교 영어 교육의 목표는 구두선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영어 학습이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을 망치는 주범이다. 고교생들의 영어 학습 목표는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조어 중심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해 공부를 했던 학생들도 고교에 진학하게 되면 수능 준비를 위해 독해, 문법, 그리고 듣기 위주의 영어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말하기와 쓰기 위주의 학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간과 노력을 회화와 작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면 고등학생의 영어 구사능력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현재의 수능 체제에서 말하기와 쓰기를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십만 명의 학생이 같은 날 시험을 보는 상황에서 이들 영역을 평가하기 위해 시험에 필요한 컴퓨터·녹음기 등의 장비를 구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뿐더러 예기치 못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시험 결과를 타당하고 객관적으로 채점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과목을 제외하고, 대신 학교 차원에서 말하기와 쓰기 영역을 가르치고 평가하여 학생부 성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우선 고등학교 영어 교사들이 말하기와 쓰기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유창한 영어 구사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어평가에 관한 심도 있는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학교별 교차 평가 또는 학년별 교차 평가 등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은 기형적인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영어를 수능에서 빼고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실제적인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영역을 각급 학교 차원에서 가르치고 평가한다면 고교 졸업생들의 영어 구사능력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될 것이다.

비슷한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제안의 시행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다.

조동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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