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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안, 외국사례에서 배운다 <3> 추진 중단된 일본

일본 도쿄의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霞ヶ關)를 우산을 든 공무원·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일본은 1990년부터 국회가 중심이 돼 수도 이전을 추진했지만 2005년 이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의 관청가인 가스미가세키(霞ヶ關). 이곳의 국토교통성(한국의 국토해양부)에서 만난 수도기능이전기획과 공무원들은 대뜸 600쪽 분량의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1990년부터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한 무언(無言)의 답이었다. 한국의 세종시 못지않은 격론을 짐작하게 했다. 일본은 참·중의원(각각 상·하원 격)이 함께 ‘국회 등의 이전에 관한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 문제가 시작됐다. 상징적 존재이긴 하지만 일왕(日王)이 도쿄에 남고, 입법·행정·사법부가 옮기는 내용이어서 ‘수도 기능’ 이전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한국과 ‘닮은 꼴’ 논란=수도 기능 이전이 필요하다며 제시된 근거는 ▶도쿄 집중 완화 ▶국정 전반의 개혁 추진 ▶지진 등 재해 대응력 강화 세 가지다. 도쿄 집중에 대해 국토교통성은 일본 면적의 3.6%에 불과한 도쿄권에 인구의 27%,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32%, 자본금 10억 엔(약 130억원) 이상 기업의 본사 59%가 집중돼 있다고 홍보했다.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행정도시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정 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도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이전에 찬성해온 일본생산성본부 우치야마 가즈노리(內山和憲) 연구원은 “일본은 8세기 말부터 약 400년 주기로 역사적 흐름이 바뀔 때마다 수도를 옮겨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쿄에 정치·경제가 모두 집중돼 심해진 정경유착을 없애고, 지방 분권을 촉진하려면 이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4년 “역사·소설책을 보면 구 세력의 뿌리를 떠나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기 위한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국회 결의안 채택 9년 만인 99년 ‘국회 등 이전심의회’는 도치기·후쿠시마, 기후·아이치, 미에·기오 등 3곳을 이전 후보지로 정했다.

이전이 가시화되자 현 수도인 도쿄가 발끈했던 것도 한국과 닮았다. 도쿄도는 1만 명이 참여한 반대 집회까지 열었다. 수도 이전의 비용·편익을 따져보면 최대 6조3300억 엔이 손해라는 계산도 내놨다. 도쿄도에는 아직도 수도 이전 반대 담당 직원이 있다. 도쿄도 지방분권추진실의 사카마키 아키히로(酒卷亮弘)는 “수도를 옮겨봤자 빠져나가는 인구는 고작 1.7%”라며 “교통 혼잡 같은 과밀 문제는 수도 이전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들해진 이전 논의=국토교통성의 수도기능이전기획과 소속 공무원은 현재 7명이다. 한 직원은 “논의가 한창일 때는 20여 명까지 됐지만 2005년 이후엔 국회 논의가 한 번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기타모토 마사유키(北本政行) 과장은 “회의가 안 열린다고 이전 계획이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4년 넘게 회의조차 없었다면 사실상 논의가 거의 흐지부지됐다는 뜻이다.

이 문제가 시들해진 것은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12조3000억 엔(이전심의회 추산)이라는 거액을 쏟아붓는 데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핫타 다쓰오(八田達夫) 정책연구대학원대학 학장은 “혹시 우리 지역이 이전 대상지라는 ‘복권’에 당첨돼 공공투자 붐이 일어날까 기대했던 정치인·지자체들이 후보지가 세 군데로 압축되자 흥미를 잃은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에서 “전부 옮기기 어렵다면 일부라도 옮기자”고 주장하면서 행정 비효율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지역구가 도쿄에 있는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자민당) 중의원 의원은 “도쿄 관청가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방위성(한국의 국방부)도 멀어서 불편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부 기능을 흩어놓으면 굉장히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의 균형 발전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달라진 것도 원인이다. 국토교통성 기타모토 과장은 “균형 발전이라는 말을 과거처럼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 고 말했다. 메이지대 공공정책대학원 이치가와 히로오(市川宏雄·도시정책학) 교수는 “전국을 균형 발전한다고 국력을 너무 분산하면 균형은커녕 발전만 해친다”며 “한국도 세종시에 행정기관을 보내려면 국제 경쟁력은 어느 정도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베 일본경제연 연구원
“저출산·고령화 대책이 더 시급”


일본에서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근거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추세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가베 시게사부로(可部繁三郞·사진)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이 대표적이다. 동아시아 인구 문제를 연구한 그는 『늙어가는 아시아(老いる アジア)』의 공동 저자다.

그는 “일본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도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수도 이전이나 행정도시 건설은 길어야 20년 정도밖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이 기간이 지나면 도쿄 과밀보다 인구 감소와 노인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 1억2777만 명이던 일본 인구는 2050년엔 951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베 연구원은 “수도를 옮긴다면 최소 50년은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며 “고작 20년을 위해 이전한다면 우선순위가 매우 낮은 곳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일본 못지않게 빠른 고령화를 감안하면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는 이미 2006년 1675만 명을 끝으로 감소가 시작된 상태다. 이 추세라면 현재 4875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50년엔 지금보다 641만 명(13%)이 줄게 된다. 고령화도 심각해 2050년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거란 게 통계청의 예상이다. 가베 연구원은 “한국·일본 모두 지역 균형 발전보다 경제활동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시급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기관 분산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기관이 새 도시로 옮긴다고 의사결정 구조나 예산 시스템이 바뀌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가베 연구원은 “중앙집권적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정부 부처를 이전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준현·김성룡(독일), 김선하·강정현(호주·일본), 김영욱·유철종(카자흐스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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