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데스크의 현장] ‘내년 5% 성장’ 너무 믿지 말자

예전에는 국책 경제연구소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기 전에 정부와 협의하는 게 관행이었다. 사실 협의라기보다 정부의 지침을 받았다. 이렇게 국책 연구소들이 기준을 잡으면 민간 연구소들도 ‘알아서’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러다 전망치가 턱없이 빗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외환위기 불과 한 달 전인 1997년 10월 금융연구원은 “내년에 수출과 투자가 회복되면서 성장률이 7%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다른 연구소들도 비슷하게 전망했다. 기아차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되고, 외화가 바닥나고 있는데 엉뚱한 얘기를 한 것이다.

그해 11월 외환위기가 터진 후에도 정부는 이듬해 성장률을 3%로 예측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충격이 예상보다 커 실제 98년 성장률은 -6.9%였다. 이에 잔뜩 움츠러든 정부가 99년에는 성장률을 2%로 봤다. 그러나 그해는 닷컴 붐이 불면서 성장률이 9.5%에 달했다. 전망이 번번이 거꾸로 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9월 전후에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금융위기 직후 정부와 연구소들은 부랴부랴 전망치를 떨어뜨렸다. 내로라하는 국제기구도 헤매는 건 마찬가지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위기 전에 한국의 2009년 성장률을 4.3%로 예측했다. 금융위기 이후 몇 차례 하향 조정하더니 올 초에는 -4%까지 낮췄다. 4.3%에서 -4%까지 냉온탕을 오가며 하나마나한 전망치를 계속 내놓은 것이다.

최근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각 기관이 앞다퉈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5%로 예상했고, 정부 5%, 한국은행 4.6% 등 ‘5% 전후’에서 줄서기를 했다. 이를 근거로 이성태 한은 총재는 “5% 성장에 2% 기준금리는 너무 낮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KDI도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5% 성장’은 그저 전망일 뿐이다. 97~99년에 그랬듯이 경제위기 때의 전망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 지난달 KDI가 5.5% 전망을 내놓은 직후 두바이 사태가 터진 데서 알 수 있듯 세계경제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사실 누가 알겠나. 위기가 오는 것도 잘 몰랐는데….

설령 내년 5% 성장이 맞더라도 기저효과(base effect, 침체돼 있는 올해와 비교하는 바람에 수치가 올라가는 현상)의 덕분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확실하지 않고, 의미도 크지 않은 전망치를 토대로 한은과 KDI가 금리 인상을 거론한 것은 너무 앞선 느낌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마찬가지고.

고현곤 경제정책 데스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