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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적자 병원 반년 만에 살려낸 솔선 리더십

9일 경북 김천시 모암동 김천의료원 중앙정원에서 김영일(왼쪽에서 넷째) 원장과 병원 관계자들이 손을 모으고 화합을 다짐하고 있다. 김 원장은 병원 경영이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에 있는 지방공사 김천의료원(1921년 설립) 전체 직원 180명 중 53명은 10월부터 병원을 살리자며 월급 일부를 반납하고 있다. 4급은 12%, 5급은 10% 등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내놓는다. 이들은 내년 9월까지 1년 동안 자발적인 반납을 약속했다. 1억5000만원쯤 된다. 최근 시작한 토요일 진료는 의료진과 직원 모두 수당을 받지 않고 무료로 봉사한다. 간호사 등 이 병원 전체 조합원 108명 중 87명은 “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최근 노조를 줄줄이 탈퇴했다. 탈퇴자가 많아 민주노총 소속 노조는 사실상 와해 직전이다.

소통으로 개혁 이룬 김영일 김천의료원장



구미에서 치과의사를 했던 김영일(55)씨가 올 6월 공모를 통해 임기 2년의 의료원장을 맡으면서 일어난 변화다. 그는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김천의료원을 맡자마자 급여 절반을 내놓았다. 병원은 지난해까지 밀린 약제비 23억원 등 무려 14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도 노조는 요지부동이었다.



김 원장은 솔선수범으로 마음을 열어갔다. 반납한 급여로 산뜻한 근무복을 마련해 전 직원에게 선사했다. 환자들은 옷만 봐도 직원임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오전 5시쯤 출근하고 일요일에도 병원을 들렀다. 야간업무의 고충을 살피기 위해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내부 소통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을 모아 놓고 환자수와 수입 등 경영 사정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들었다. 개선 방안은 직원들이 스스로 찾도록 했다. 원장의 대학생 딸은 방학을 맞아 한 달 이상 병원에서 환자들의 휠체어를 미는 봉사를 하기도 했다. 부인은 직원들 조문 때 함께 자리를 지켰다.



직원들은 차츰 원장의 진정성을 믿기 시작했다. 수간호사들이 먼저 노조를 탈퇴했다. 노조를 탈퇴한 한 수간호사는 “20년 병원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헌신적인 원장은 처음”이라며 “원장 생각을 따라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0일 직원 월례회의는 눈물로 범벅이 됐다. 병원 내에서 ‘경북도 부지사를 지낸 사람(김 원장)이 내년에 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쇼를 하는 것’이라는 음해성 소문이 돌자 김 원장은 “절대 그런 일 없다. 제발 믿고 같이 병원을 살리자”며 복받치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 말에 간호사들이 “우리가 심했다”며 눈물을 훔쳤던 것이다. 이후 간호사를 중심으로 노조 탈퇴가 줄을 이었다.



직원들이 원장을 따르면서 병원 경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올 7∼10월 병원 수입은 51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억원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감소하던 환자는 한 달 평균 5000명이 늘어났다. 최근 가족이 이 병원에 입원했던 홍기면(52·여·김천시 황금동)씨는 “지난해까지는 말 붙이기 무섭던 직원들이 이제는 환자 반찬이 입에 맞는지 챙길 정도로 친절해졌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죽기로 몸을 던지니 강성 조합원들도 조금씩 진심을 알아 주더라”며 “내년이면 흑자로 전환해 공공 병원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송의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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