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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자들 뱀파이어가 멋있어 죽겠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하이틴 로맨스에 가깝다. 주인공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인간 소녀 벨라를 향한 순정으로 여성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부유한 의사집안의 아들로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꽃미남이다.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로 설정돼 기존의 흡혈귀 이미지와 뚜렷하게 선을 긋는다. [판시네마 제공]


뱀파이어와 트와일라잇. 최근 전세계 여성을 사로잡은 키워드다. 외신에 따르면 올해 각종 온·오프라인 미디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영어단어는 ‘뱀파이어’였다. 또 야후닷컴 인기검색어 2위는 ‘트와일라잇’이었다. 지난해 말 하이틴 로맨스 풍으로 각색돼 전세계에서 3억8000만 달러(약 4400억원)을 거둬들인 영화 ‘트와일라잇’이 진원지였다.



초절정 꽃미남 뱀파이어 로버트 패틴슨(에드워드 역)과 인간 소녀 크리스틴 스튜어트(벨라 역)는 할리우드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 세트가 지어진 워싱턴주 포크스 마을은 관광명소가 됐다. 지난달 개봉한 시리즈 두 번째 ‘뉴문’은 개봉 2주 만에 제작비의 다섯 배를 벌어들였다. 미국 언론이 ‘트와일라잇 현상(Twilight Phenomenon)’이라 부를 만했다.



국내에서도 관심은 뜨겁다. ‘뉴문’은 개봉 5일 만인 8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 OST도 음반순위(한터차트) 1위에 올랐다. 시리즈 세 번째 ‘이클립스’는 주요 포털 사이트 개봉 예정작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원작소설 네 권이 모두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재진입했다. ‘스크린셀러’라는 단어를 올해의 출판 키워드로 띄웠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4부작 소설은 전세계적으로 2500만부 이상 팔렸지만, 국내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트와일라잇’ 개봉 덕으로 최근까지 90만부 가까이 팔렸다. 또한 이 분야 고전으로 꼽히는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연대기』시리즈가 15년 만에 재출간되는 등 뱀파이어 특수가 일고 있다.



뱀파이어는 올 한 해를 꿰는 문화 트렌드다. 소녀 뱀파이어와 인간 소년의 슬픈 우정을 그린 스웨덴 영화 ‘렛미인’이 이례적으로 8만 명을 동원했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흡혈귀가 된 신부의 터질 듯한 욕망을 그려 220만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대체 누가, 왜 뱀파이어를 좋아할까.



◆새롭다, 특이하다, 친근하다=뱀파이어의 주 소비층은 여성이다. 국내에선 10~20대가 주를 이루지만, 미국에서는 엄마와 딸이 함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관람하는 경우도 많다. 중년여성까지 팬으로 끌어안은 것. 공포·액션의 소재인 뱀파이어와 여성. 언뜻 봐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100% 하이틴 로맨스인 원작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며 여성 관객을 충성스러운 지지자로 끌어들였다. 뱀파이어의 이미지도 바뀌었다. 19세기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이래 뱀파이어는 ‘어둠의 자식’이었다. 공포와 금기의 존재였다. 인간 못지 않은 철학적 고뇌(‘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인간과 뱀파이어 혼혈의 액션(‘블레이드’) 등 형태·소재 면에서 진화해오긴 했지만, 뱀파이어를 사모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트와일라잇’을 경험한 요즘 젊은 세대에게 뱀파이어란 색다르고 멋진 존재다. 깡마르고 창백한 비인간적 존재는 햇빛을 받으면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는 순백색 피부의 꽃미남이 됐다. ‘뉴문’에서 에드워드는 자신의 흡혈본능이 예기치 않게 발현돼 벨라가 위태로울까 봐 가슴 찢어지는 이별을 고한다. 뱀파이어가 인간보다 더한 헌신과 순정의 캐릭터가 된 것이다. 에드워드가 최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부유한 의사집안의 아들로 설정된 것도 여성의 환상을 부추긴다. 원작자 스테파니 메이어가 영화화의 조건으로 “절대로 송곳니와 관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선정 서울대 교수(영문과)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분석하며 “뱀파이어는 더 이상 사악한 존재가 아니며 우리 이웃의 소수자 집단, 한번쯤 돼보고 싶은 매력적인 타자로 여겨진다”(영미문학연구지 ‘안과 밖’ 26호)고 말했다. 최근 사진작가 강영호씨와 함께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를 발표한 소설가 김탁환씨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판타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뱀파이어는 음침하거나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낯설고 이국적인, 그래서 더 매혹적인 존재인 것 같다. 이들은 로봇이나 컴퓨터, 휴대전화를 대하는 것처럼 뱀파이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현실의 고단함 잊게 하는 아이돌=뱀파이어를 소비하는 행태가 팬덤으로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인다. ‘트와일라잇’ 팬들은 로버트 패틴슨에게 ‘롭군’이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숭배하거나, 그의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안티팬을 자처한다. ‘뉴문’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긴 화보집은 여학생들의 생일선물 혹은 크리스마스 선물 1순위다.



영리하게도, 패틴슨에 이어 ‘뉴문’은 또 다른 관객 유인책으로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을 준비했다. 기존 늑대인간을 연상하면 큰 코 다친다. 제이콥은 요샛말로 얘기하자면 ‘짐승연하남’이다. 요즘 젊은 여성이 열광하는 조건을 한 몸에 갖춘 것이다. 벨라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는 장면에서 제이콥은 웃옷을 벗어 초콜릿 복근과 소시지 팔뚝을 과시하는데, 이 장면에서 극장은 여성 관객들의 비명으로 떠나갈 듯하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 관객들이 영화 속 뱀파이어에 열광하는 건 아이돌, 혹은 나쁜 남자에 환호하는 것과 같은 심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건 뱀파이어 자체보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포장된 뱀파이어의 외양이라는 얘기다.



기선민 기자



영화·드라마 속 뱀파이어 변천사



■ 노스페라투(1922년)=브람 스토커 원작을 기초로 한 최초의 드라큘라 영화



■ 드라큘라(1931년)=벨라 루고시 주연. 송곳니와 올백 머리 등 드라큘라의 이미지 완성



■ 드라큘라의 공포(1958년)=크리스토퍼 리 주연. 미녀의 목을 물어뜯는 성적인 코드



■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1992년)=프랜시스 코폴라 감독. 브람 스토커 원작에 충실



■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년)=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주연. 실존에 대해 고뇌하는 뱀파이어



■ 언더월드(2003년)=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대결



■ 블레이드(2004년)=웨슬리 스나입스 주연. 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 등장



■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폭스, 1997 ~2003년)=뱀파이어 사냥꾼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청춘물



■ 트루 블러드(HBO, 2008∼)=뱀파이어와 인간 웨이트리스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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