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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달걀 속에도 생명 꿈틀, 닭은 내게 진리의 동반자”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는 자신과 닭과의 교감을 담은 『계림수필』을 펴냈다. [통나무출판사 제공]
도올 김용옥(61) 전 고려대 교수가 닭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양계장을 차렸다는 말이 아니다. 서울 동숭동에 있는 그의 개인 연구실 앞 마당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중앙일보 기자 생활 2년을 마감한 2009년 3월 31일 직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봉혜(鳳兮)라고 이름 붙인 암탉은 그의 철학의 동반자가 됐다. 그는 심지어 봉혜를 닮고 싶어 한다. 봉혜는 『논어』에서 공자를 빗대어 부른 이름이기도 하다.



닭 키우며 『계림수필(鷄林隨筆)』 펴내



닭들의 생태를 살피면서 자신과 닭 사이의 교섭 과정을 책으로까지 펴냈다. 『계림수필(鷄林隨筆)』(통나무출판사). 일기 형식으로 닭의 하루하루를 관찰하면서 그때그때의 단상을 글로 옮겼다. 그의 장기인 고전 이야기와 인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양념 같은 언급도 빠지지 않는다.



◆닭의 생리, 인간의 도덕=닭을 보면서 도올 자신이 변화한 듯하다. 생계란 먹기를 즐겼는데 요즈음은 달걀 프라이 먹기도 꺼려진단다. “달걀 속에 그토록 정교한 생명이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끔찍한 파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닭 하면 통닭만 떠올리지 말고, 도올이 진리의 동반자로서 함께 한 생명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했다.



도올은 봉혜를 보면서 엄마를 떠올렸다. 불교의 윤회를 믿는 것은 아니다. 봉혜의 조촐하고 소담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이 엄마를 닮았다고 했다. 봉혜는 새끼를 부화시킨 이후 먼저 철저하게 새끼에게 헌신한다고 했다. 부리로 쫀 먹이를 새끼들에게 나눠 주었고, 성장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동물성 모이는 완벽하게 새끼들에게 주고 자기는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새끼와 같이 사는 동안은 봉혜의 볏의 빨간 빛이 지푸라기 색깔같이 죽어 있고 오그라 붙어 누워있다”(75쪽)고 묘사했다. 그러다가 봉혜의 태도가 돌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새끼를 낳은 지 46일만의 일이다. 새끼들을 다 쪼아 버리고 자기 주변에 못 오게 하고는 혼자 식량을 취했다. 이후 닭볏의 색깔이 다시 붉게 돌아왔다. 이러한 표변을 접했을 때의 당혹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일말의 여정(餘情)도 없었다. 완벽한 헌신에서 완벽한 대자적 해탈의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를 몰랐다.”(76쪽)



암탉의 단호한 태도를 이렇게도 적어놓았다. “자연은 비정(非情)이다. 모든 도덕은 생리(生理)에 귀속될 뿐이다. 자연에 있어서는 생존이 우선이다. 그토록 사랑하던 새끼들을 46일이 되는 날부터 심하게 쪼기 시작한다. 어미가 새끼들이 곁에 얼씬도 못하도록 못살게 군다. 아직도 새끼들은 엄마를 따르고 의지하려는데 이젠 엄마가 무서운 폭군이 되었다. 새끼가 독립하려는 것이 아니라, 에미가 독립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도덕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단지 인간화된 가치의 소산이다. 애초에 도덕은 자연(自然:스스로 그러함)에 존재하지 않는다.”(21쪽)



◆하루 15시간 이상 저술 몰두=오래 전부터 가꿔오던 채마밭의 변화도 특기할 만하다. 채소에 벌레 먹는 현상이 사라진 것이다. 벌레를 닭들이 다 잡아 먹기 때문이다. 또 봉혜의 다섯 마리 자녀가 모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점도 주목 받았다. “닭들이 뚜렷한 개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국 닭들에게 언어적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가 없이 개성은 생겨나기 어렵다.”(69쪽)



도올은 닭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루 15시간 이상 저술에 몰두해 왔다. 『계림수필』과 동시에 『대학·학기 한글 역주』도 펴냈다. 이에 앞서 『논어 한글 역주』(전3권), 『효경 한글 역주』도 출간한 바 있다. 지난 9개월 사이의 작업이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탈장 현상이 생겨 최근 수술까지 받았다.



동양 사상의 핵심이 담긴 13종 경전의 한글 완역이 그의 당면 목표다. “고전 번역의 주저(主著)가 없는 학자는 학자로서 대접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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