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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인에 ‘빛’을 주는 한국인 인술

김성주(왼쪽) 원장이 캄보디아 어린이를 무료 진료하고 있다.
‘어꾼, 어꾼…’(크메르어로 ‘고맙다’는 뜻).



김안과병원 의료진, 2007년부터 일곱 차례 진료 봉사

10여년 전 대나무에 눈을 찔려 오른쪽 눈을 잃은 레스지웃(28)씨는 달라진 자신의 눈을 보고 감격했다.



건양대 김안과 병원 캄보디아 의료봉사팀에 지원한 오문원 검사실상이 그에게 의안(義眼)을 넣어준 것이 전부였다.



마침 진료실 안엔 거울이 없어 레스지웃씨는 자기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몰랐다. 디카에 찍힌 사진을 보고서야 “이게 꿈이 아닌가? 이제는 남들 시신을 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임신한 아내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싶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오실장은 “이번 (첫번째) 의안은 3, 4개월 지나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6개월 후에 (진료소에) 다시 오면 더 멋진 의안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의료봉사팀은 이번에 의안 40개를 가져왔다. 지난 6월에 10개를 가져와 시술했는데 반응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다.



김안과 병원이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의료봉사를 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2007년 6월 첫 방문 이래 매년 정기적으로 세번씩 다녀간다.



7번 연속 의료봉사팀을 이끌고 와서 직접 수술용 메스까지 잡은 김성주 원장은 “대부분의 해외 의료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며 “불교계가 시엠립에서 운영중인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센터 내에 ‘김안과병원 진료소’를 설립해 안과 의료봉사에 지속성을 부여한 것이 우리 의료봉사팀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11월 28일 오전 7시30분 ‘김안과병원 진료소’엔 벌써 60여명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몰려 왔다. 개중엔 6시도 되기 전에 도착한 사람도 있었다. 입소문과 현지 라디오 방송을 들은 사람들의 방문이 오후 늦게까지 계속 이어졌다.



김원장도 공식 의료봉사 개시 시간(오전 8시)보다 일찍 나와 이들에게 ‘쑤어 쓰다이’(크메르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를 연발하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환자들도 양손으로 합장하며 답례했다.



개인 안과의원을 16년간 운영하다가 ‘의료봉사 욕심’에 김안과 병원에 들어왔다는 손경수 교수(여)는 진료실을 오가면서 연신 이들과 스킨십을 나눴다. 오래된 지인을 대하는 듯했다.



손교수는 “돈이 없어서 의안도 못하고 다니는 젊은 환자를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의안 시술을 받은 뒤 이들의 미소는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캄보디아엔 강렬한 자외선 탓인지 백내장ㆍ익상편 환자가 유난히도 많다.



28일에도 시엠립의 ‘김안과병원 진료소’에선 아침부터 오후 7시까지 9건의 백내장, 4건의 익상편 수술이 행해졌다.



김원장은 “베트남ㆍ프랑스에서도 안과 의료봉사팀이 와서 백내장 수술을 해준다”며 “그들은 수련의가 집도하는데 반해 우리는 특진 교수가 직접 한다”고 전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란다.



그 덕분인지 여기선 한국 의사들이 용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BWC 원장인 성보 스님은 “아무리 무료 시술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믿음이 없으면 외국인 의사에게 자신의 몸을 맡기겠느냐”며 “여기서 3년간 의료봉사를 하는 동안 단 한번의 불평이 없을 정도로 김안과 병원팀은 ‘준비된 봉사팀’”이라고 칭찬했다.



김안과 의료봉사는 ‘애프터 서비스’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



이번 의료봉사 첫날(11월27일)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11명은 BWC ‘입원실’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28일 오전 의료봉사팀 전용화 간호사는 “앞으로 한달동안 눈 심하게 비비지 말고 무리한 운동을 해서는 안되며 엎드려 자지 마세요…”라고 신신 당부했다. 백내장 환자에게 끼워준 인공렌즈가 빠질 수 있어서다.



전날 백내장 수술을 받은 프락시움(66ㆍ여)씨는 “8년 전에 백내장이 와서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부 보인다. 손자ㆍ손녀의 얼굴을 더 분명하게 보고싶다”며 “한국이 최고”라며 고마워했다.



백내장이 한쪽 눈에만 온 노인은 너무 많아서 의료봉사팀은 “더 심한 사람(양쪽 눈에 모두 온)부터 수술해야 하므로 이번엔 힘들다”며 양해를 구했다. 양쪽 눈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술을 해주겠다는 수술 예약증도 끊어주었다.



전신마취 하에서만 수술이 가능한 선천성 백내장 어린이는 직접 한국에 데리고 와서 수술을 해줬다.



지난 6월 방문 때 선천성 백내장 진단을 받은 문 세이하군(6)은 김안과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했다. 그래서 지난 25일 한국을 찾은 캄보디아 티르 크루이 보건부 차관은 김안과 병원을 직접 찾아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쪽 눈 모두에 안검하수가 심해서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쳐야만 간신히 사물을 볼 수 있었던 남굿떼임(여,80세)씨도 이날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기 힘든 순간을 맞봤다. 김원장이 2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양쪽 눈꺼풀을 올려주자 깊은 어둠 속에서 광명을 찾은 듯한 표정이었다.



28일 진료와 수술은 어둠이 짙게 깔린 오후 7시까지 계속됐다.

의료봉사팀은 더위ㆍ과로로 거의 탈진했다. 끝까지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바람을 외면하기 힘들어 저녁식사도 뒤로 미뤘다. 그러나 하루살이와 벌레가 진료실에 날아와 진료ㆍ수술을 접어야 했다. 젊은 의대생들이 모기약을 살포해가며 의료봉사를 계속 했지만 더 이상은 역부족이었다.



이번 의료봉사엔 김안과병원 의사 2명, 간호사 7명 등 모두 13명 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산부인과 원장ㆍ의정부 연세안과 김호겸 원장이 동참했다.



불교 신도인 손경수 교수는 “자기 내면을 보고 자비를 행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의료봉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한번 방문할 때마다 경비만 1억원이 소요되는 캄보디아 의료봉사에 대한 김원장의 생각은 의외로 덤덤했다.



“의료봉사의 최대 수혜자는 봉사를 통해 행복을 얻는 나 자신이다. 이왕 왔으니 단내나게 할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오겠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캄보디아 의사 서너명을 내년 3월부터 우리 병원에 데려와 철저히 교육시키겠다.”



병원 직원인 김지혜씨는 “개인 경비와 휴가일수를 써가며 봉사하러 왔다”며 “우리나라에 이런 직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보였다.



김안과 병원은 이달 2일까지 지속된 이번 의료봉사를 통해 1,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백내장 48명, 익상편 28명, 안검하수 수술 10명, 의안 지원 26명 등의 성과를 거뒀다. 지금까지 연인원 110여명의 의료진을 캄보디아에 파견해 7,300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백내장 환자 250명 등 총 396건의 수술을 실시했다.



이런 노력을 높이 산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지난 10월 19~23일 건양대 김희수 총장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했다.



캄보디아 시엠립=박태균 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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