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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현장] ‘퇴직 후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

올봄 경제부처에 있는 후배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요새는 정치권에서 산하기관에 너무 많이 밀고 들어가 우리는 갈 자리가 없어요.” 그 뒤에도 후배 부처의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에 가는 것을 보니, 아마 예전에는 공무원과 정치권이 5대5로 나누던 게 요새는 4대6이 됐다는 푸념이었던 것 같다.



공무원과 정치권이 산하 공기업·단체의 요직을 차지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의롭다고 자처했던 진보정권 10년 동안도 그랬고, 민간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이 들어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은 전리품을 챙기듯 한다. 그 틈새에서 공무원은 눈치를 보고, 때로는 목소리를 내면서 최대한 자기 몫을 챙긴다. 그걸 잘하는 장·차관은 부처 내에서 유능하다는 말을 듣는다.



흔히 낙하산 하면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떠올리는데, 모피아로선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는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어 옛 상공부의 위용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수많은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소리 없이 강하다’는 말을 듣는다. 다른 부처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낙하산으로 가서 회사를 잘 이끄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그걸 아예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낙하산으로 가면 우선 노동조합부터 달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선물’을 주고, 어차피 3년 임기라는 생각에 장기 비전보다 단기 성과에 매달리게 된다. 이렇게 수십 년 누적된 결과가 지금의 공기업이다. 부채가 쌓이는데도 놀라울 정도의 급여와 복리후생이 가능한 게 다 이런 연유에서다. 공기업이 부실해지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공무원의 퇴직 후 자리를 국민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챙겨주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공무원(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고위직만 해당되겠지만)은 왜 퇴직 후에도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건데…. 민간에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쉰 살을 넘기는 게 쉽지 않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공무원 조직은 아니지만, 한국은행에 금융회사 검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한은이 금융 안정을 바라는 충심에서 금융회사를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혹시 금융회사에 퇴직 후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검사권이 필요한 건 아닐까. “은행감독원이 금융감독원에 흡수된 이후 한은 출신은 퇴직하면 갈 곳이 없어요. 예전에는 국책은행장도 하고, 은행 감사도 우리 차지였는데…”라는 한은 사람들의 푸념을 들어온 터라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고현곤 경제정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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