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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이 따로 없는 ‘에헤라, 생률 밤이로구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군밤·군고구마가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우리 선조는 9월 초순∼10월에 햇밤을 따서 다양한 음식에 사용하고 겨울이면 밤송이를 모아 아궁이에 불을 뗐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밤은 껍질이 딱딱한 과일, 즉 견과류의 일종이다. 영어명이 ‘chestnuts’이다. 그러나 영양면에선 호두·아몬드 등 다른 견과류와 큰 차이를 보이는 별종이다.

열량부터 다르다. 호두·아몬드·잣·코코넛 등은 고열량(100g당 600㎉ 이상) 식품이다. 반면 같은 무게의 밤은 열량이 4분의 1 남짓(162㎉)에 불과하다. 또 견과류 가운데 유일하게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밤의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30㎎ 이상. 사과·블루베리·포도·복숭아·라임·키위·토마토는 ‘명함’도 내놓지 못한다. 비타민 C는 면역력 증강·항산화 효과 외에 피부미용에도 이로운 비타민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조상이 정월 대보름날 생밤을 씹으면서 피부에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한 것은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풍습이다.

비타민 C는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숙취를 덜어주는 효능도 있다. 그래서 생밤은 애주가의 겨울 안주로 그만이다. 그 밖에도 면역력 증강·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정신건강에 유익한 비타민 B1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토실토실 밤토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지방이 적다는(100g당 0.6g) 것도 장점이다. 호두·아몬드·피칸의 지방 함량이 각각 66.7g·54.2g·72g에 달한다는 사실과 비교해 보라. 물론 견과류에 든 지방은 대부분이 혈관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이다. 하지만 불포화 지방도 과다 섭취하면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1g당 9㎉를 내는 것은 포화 지방과 마찬가지다.

우리 민족에게 밤은 조상과의 ‘뗄 수 없는 연(緣)’을 뜻한다. 맨 처음 나온 씨밤(조상을 뜻함)은 늦게 생긴 밤들이 쉽게 떨어지는 것과 달리 비교적 밤나무에 오래 달려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조상을 모시는 위패·신주를 밤나무로 깎고, 차례상에서 밤이 대추 바로 옆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차례상엔 홍동백서(紅東白西), 즉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데, 밤은 동쪽에 놓는 붉은 과일로 분류한다. 그러나 컬러 푸드 분류상으론 노란색 식품이다. 밤 알맹이가 노란 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 때문이다. 카로티노이드는 귤·당근에도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이다. 노화·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고 면역력을 강화한다.

동의보감에선 밤을 “가장 유익한 과일”로 칭송했다.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강하게 하며 정력을 보한다”고도 했다. 예로부터 밤을 특히 남성에게 이로운 과실로 여긴 이유는 또 있다. 밤송이의 날카로운 가시가 남성의 강함을 뜻하며 밤꽃 향취가 남성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밤은 한·중·일 등 주로 동양인이 즐겨 먹는다. 서양인은 대개 추수감사절 음식에 넣거나 빵·케이크 등에 넣어 먹는다. 밤을 설탕시럽에 졸인 프랑스 과자 마롱 글라세가 서양의 대표적인 밤식품이다. 우리는 군밤·생밤·삶은 밤을 겨울 간식거리로 선호한다. 또 밤영양밥·밤떡·밤경단·밤다식·밤암죽·밤엿·밤초·밤단자·송편 등 다양한 음식에 밤을 이용했다. 특히 밤을 강판에 갈아 끓인 밤암죽은 아기 이유식으로 널리 쓰인다. 또 밥을 지을 때 햇밤을 넣으면 밥맛이 더 구수해진다.

밤은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햇밤은 덜 달고 약간 떫은 데 비해 묵은 밤이 단맛이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좋은 밤은 무겁고 껍질에 윤기가 도는 것이다. 밤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속껍질까지 벗긴 뒤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말려 냉동 보관한다. 밤을 삶은 뒤 바로 찬물에 담가두면 속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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