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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민 애환 달래온 84년, 무대 위 접시는 계속 돌고 싶다

“컹컹.” 3일 오후 2시, 서울 청량리 수산시장 공터에 세워진 동춘서커스 천막. 공연 시간에 맞춰 입장했지만 천막 안은 컴컴하고 흰 진돗개만 놀란 듯 짖어댄다. 400여 개의 플라스틱 의자도 비어 있다. 10분쯤 지나자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30명 남짓. 잠시 뒤 조명이 들어오고 공연이 시작된다. 무대에 세워진 2개의 철봉에 남성 곡예단이 오르내린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지지만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녹음된 소리다.

폐업 위기 동춘 서커스 정부 지원으로 계속 공연

1925년 창단한 동춘서커스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공연 단체다. 전성기는 60~70년대였다. 단원이 250명에 달했고 배우 허장강, 코미디언 서영춘·배삼룡·백금녀, 가수 정훈희 등이 거쳐 갔다. 하지만 봄날은 길지 않았다. TV와 영화가 관객을 다 뺏어 갔다. 40대 이상의 추억으로만 남은 동춘서커스는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떠돌다가 지난 9월 청량리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후의 결정타가 덮쳐 왔다. 신종 플루라는 괴물은 조금씩이나마 이어지던 관객의 발길을 끊어 버렸다. 태풍으로 장비를 다 잃어버리는 위기도 겪었지만 이번만은 대책이 없었다. 단원들은 공사장이나 야간업소로 흩어졌다. 박세환(65) 단장은 11월 중순까지만 공연하고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서커스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네티즌을 중심으로 소문이 퍼져 나갔고 몇몇 언론이 기사로 다뤘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장 실사를 거쳐 동춘서커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단원 12명분의 월급을 1인당 83만7000원씩 1년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약 1억2000만원. 이것이 가능하게 된 건 문광부가 6월 노동부와 맺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업무협약’ 덕분이다.

박 단장은 홈페이지에 ‘국민 여러분이 동춘서커스를 살리셨습니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재미있고 우수한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동춘서커스는 세계적인 ‘태양의 서커스’ 등과 비교하면 연출·무대의상·음악·조명 등이 모두 떨어진다. 40명의 단원 중 절반가량이 중국인이고 옛날에 손에 땀을 쥐고 보던 6인조 공중비행·공중오토바이·3인그네 등은 공연하지 않는다. 창경원 다음으로 많았던 동물도 이제 볼 수 없다. 하지만 박 단장은 “여건만 갖춰지면 세계 최고의 서커스를 다시 보여 주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한다.

동춘서커스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서민에게 웃음과 눈물, 오락을 선사했던 토종 서커스가 부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사라지면 다시 살리기는 힘들다. 동춘서커스는 17일까지 현재의 장소에서 공연하고 19일부터는 김포실내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문의 02-452-3112.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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