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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끼리 한 결혼식은 현실에서도 유효할까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혼인을 약속한 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식을 치른다. 함께 집을 마련하고, 필요한 것들도 사고, 영화를 감상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상점을 열어 사업도 하고, 힘들 땐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가상세계와 法

이 이야기를 보면서 누구나 평범한 혼인 관계를 떠올릴 것이다. 가족법상 위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혼인 의사가 있고 부부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면 사실상 혼인 관계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위의 일들이 모두 가상세계 속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여전히 법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재의 법률과 사회적 인식을 고려할 때 가상세계에서 혼인한 두 사람은 가족법상 보호받을 수 없다. 그러나 미래에 혼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없으리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가상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기에는 가상세계가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다가오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컨드라이프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상대로 이혼 청구소송을 낸 여성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가상세계에서 일방적으로 이혼당한 여성이 남편 아바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사법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다.

가상세계가 본격화되면 위의 사례 말고도 다양한 법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상세계 내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나 아이디를 도용해 가상의 물건을 쇼핑하거나 다른 사람의 가상화폐를 빼앗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이나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 같은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가상공간에서 누드 이미지를 이용해 활동한다면 공연음란죄나 음란물배포죄에 해당되는 걸까. 실제로 세컨드라이프에서는 공개적인 성행위가 이뤄지기도 하고 가상의 총기 사용으로 아바타가 희생되기도 한다. 이 경우 현실세계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가상세계 속에서 가상의 화폐를 이용해 도박하는 건 괜찮은 걸까. 가상세계와 오프라인의 정보를 결합할 때 발생할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최근에는 지적재산권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가상현실 게임 ‘미러월드(Mirror World)’는 현실세계의 건물을 있는 그대로 3차원으로 제작해 현실과 동일한 상점을 입점시키고 영업하게 돼 있다. 이 경우 건물 디자인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속하게 되는지, 가상세계 이용자들이 만들어 낸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건지, 가상세계에서의 재산을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할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취득한 부동산과 사업체로 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이에 대해 정부가 세금을 물려야 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국제거래상의 분쟁이나 국제적 위법 행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 서버가 있는 사이트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일본인 이용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미국인 운영자가 져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일본 법원이 관할해야 하는 것인가. 가상세계는 가상현실을 바탕으로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고 국가 간의 언어 장벽을 낮춤으로써 국제거래나 소통의 증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거래상의 분쟁이나 국제적인 위법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상세계의 등장과 발전은 우리에게 신규 시장의 창출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미래 콘텐트 산업의 핵심 플랫폼인 가상세계는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서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순기능을 최대한 촉진하기 위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가상세계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새로운 법률 문제의 등장이나 기존 사이버 범죄의 심화와 같은 역기능도 존재한다. 따라서 순기능은 최대한 살리면서 역기능은 억제하고 예방하는 방향으로 법·정책·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법률가가 법을 다루는 데 있어 미래를 예측해 미리 법을 만들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현재 형성되고 있는 가상세계에 대해서만큼은 법과 제도의 대응 및 검토가 필요하다.

가상세계의 익명성은 범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상세계의 신뢰성을 증진하기 위한 수단을 가상세계가 형성되는 초기에 제도화해야 한다. 가상세계 분쟁해결기구 등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법을 정비할 때는 가상세계의 형성을 촉진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즉 단순히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의 형태나 구체적·개별적 규제가 포함된 일반 법률이어선 안 된다. 최소한의 규율 기준을 정립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실제 법적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도록 실체적 내용을 규정한 포괄적인 ‘플랫폼’ 형태의 법률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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