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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서비스 개발, 작년 6억 달러 투자

『구운몽(九雲夢)』이라는 고전을 학창 시절 한 번씩은 읽어 보았을 것이다.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이 용왕의 대접을 받고 오던 길에 조우한 여덟 선녀에게 반해 불문(佛門)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번민하던 차에 양소유라는 인물로 환생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다가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는 다시금 불도에 전념하였다는 내용이다.

산업으로서의 가상세계

현대를 사는 우리도 한 번쯤은 현재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꿈꾼다. 영화 매트릭스는 바로 이러한 현대인의 상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는 가상현실, 매트릭스 2199년. 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인큐베이터에서 ‘재배’되어 에너지원으로 활용당한다. 컴퓨터에 의해 뇌세포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당한 인간은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1999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항상 그들의 감시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된다. 매트릭스 밖은 가상세계의 꿈에서 깨어난 인간이 생존해 있는 곳이다.

이런 고전과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꿈속에서라도 현실과 다른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태초부터 인류가 꿈꾸어 오던 이상이었다. 구운몽이라는 행복한 가상세계, 매트릭스라는 불행한 가상세계. 이런 긍정과 부정의 가치판단을 넘어 인간의 삶이 연장되거나 여러 형태의 인생을 재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가상세계 비즈니스다.

미국·일본 가상세계 투자 활발
가상세계는 인간의 분신인 아바타가 살아가는, 서버에 있는 가공의 세계다. 온라인게임 속의 아바타, 미니라이프 속의 아바타가 활동하는 세계가 가상사회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상사회는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2차원이나 3차원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에 접속,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아바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세계에 대한 개발과 서비스가 지금 세계적인 붐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한 조사(www.engagedigitalmedia.com )에 의하면 2008년 가상세계에 투자된 금액은 약 6억 달러(약 6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약 3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많은 투자가 가상세계 콘텐트 개발에 몰릴까. 그것은 가상사회의 잠재적 파급력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 기업은 가상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IBM이나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도 가상세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상세계 비즈니스에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세컨드라이프를 필두로 Vivaty·IMVU 등 100개가 넘는 가상세계가 등장해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미국에 본사를 둔 린든랩이 제공하는 기술적 기반 위에 이용자가 콘텐트의 창작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형성된 3차원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용자들은 이 가상공간 속에서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현실의 삶과 다른 제2의 인생을 즐긴다. 국내외의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은 글로벌 고객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 수집, 신제품이나 서비스의 테스트, 신규 비즈니스의 창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e러닝의 도구로 세컨드라이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여러 형태의 가상세계 콘텐트가 등장했으며, 이미 널리 알려진 3차원 가상세계인 ‘밋트미’를 비롯해 최근 여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니코토 타운’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 니코토 타운의 경우 여성 사용자가 좋아할 2차원 기반의 귀여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했다.

유럽의 경우에도 특색 있는 가상세계가 서비스되고 있다. 1999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핀란드의 ‘하보호텔’은 개발사 추산 약 8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형성돼 있는 하보호텔은 유럽에서는 한국의 ‘싸이월드’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 현실세계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목적 아래 서비스되고 있는 독일의 ‘트위니티’는 베를린을 필두로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도시를 가상세계 내에 재현하고 있다. 독일의 ‘클럽 쿠이’는 가상세계와 메신저를 결합함으로써 메신저형 가상세계라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한국, 게임에 편중돼 부진
한국의 가상세계 산업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가상세계의 범주를 온라인 게임까지 확장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가상세계 국가라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 말하는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형태를 가상사회로 본다면 그렇지 못하다.

한국은 2000년을 전후해 ‘다다월드’와 ‘조이시티’라는 한국형 가상세계를 내놓은 바 있다. 다다월드에는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이 참여해 큰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다월드·조이시티 모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또 얼마 전까지 큰 기대를 받고 있던 ‘누리엔’도 서비스를 중단해 실질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가상세계 콘텐트는 SK컴즈의 ‘Mini life’가 유일하다.

이렇게 한국의 가상세계 비즈니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콘텐트 자체의 문제와 산업을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국은 가상세계와 유사한 온라인게임이라는 훌륭한 콘텐트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태동 시기는 가상세계의 태동 시기와 맞물린다. 한국의 다다월드나 조이시티의 경우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온라인 게임에 밀려 실패했다. 이와 반대로 같은 시기에 서비스되었던 유럽의 하보호텔은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가상세계가 성공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 눈이 높아져 있는 사용자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콘텐트 개발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산업 환경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가상세계 사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미국에서는 최근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아이템 거래 시스템을 가상세계 콘텐트 개발사에서 흡수해 운영하는 것이다. 린든랩은 세컨드라이프의 아이템 거래를 서비스하던 OnRez와 Xstreet SL이란 외부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IMVU는 아예 자체적으로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구축, 서비스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자사에서 아이템을 디자인하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이 아이템을 만들고 매매할 때 수수료 수익을 얻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가상사회의 구축 역시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에서 사용하는 가상사회다. 교육 목적의 가상사회는 저렴한 구축비용과 높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경기영어마을’은 운영비 282억원 중 자체 수입은 64억원에 불과해 220억원의 적자 상태다. 그러나 가상 영어마을 구축에는 10분의 1 수준의 초기 비용과 운영 경비가 들어갈 뿐이다. 더구나 가상의 교육 공간에는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교육형 가상공간의 대표적인 사례가 ‘G러닝’이다. 정부 지정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G러닝은 게임형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한 교육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산업적 이슈로 등장할 가상사회에 산업계와 정부의 공동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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