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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사태는 예고편에 불과

만약 영화 예고편이라면 이런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당신이 마음을 놓는 순간, 갑자기 괴물이 앞길을 막는다. 두바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아들’이다.”

두바이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두바이월드는 590억 달러의 채무 상환을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외환·채권시장도 흔들거렸다. 투자자들이 실의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두바이 사태는 그 자체만 봐선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두바이가 라스베이거스나 제네바의 돌연변이 후손을 자처할 때부터 거품의 징후가 보였다. 두바이가 빚을 갚지 못하더라도 세계 금융 시스템이 대공황에 빠지진 않는다. 어차피 적자였던 회계장부의 숫자가 더 커질 뿐이다.

그러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은 세계는 암환자와 비슷하다. 증상은 호전됐지만 병의 뿌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재발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갚을 능력이 없는 개인이나 기업에 너무 많은 빚을 떠안긴 것이 원인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국가부도가 잇따르고, 투자자들의 손실이 쌓이고, 신용카드 부채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연약한 기초에 지나친 레버리지의 기둥을 세워선 안 된다는 기본적인 교훈을 말이다.

문제는 결코 두바이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공공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보자. 대표적으로 그리스는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낮췄다. 그럼에도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영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국채는 안전하다는 신화가 있었다. 필요하면 정부가 세금을 올려 빚을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세금을 올리면 경기는 후퇴하고 덩달아 세수도 급감한다. 이럴 때는 국가부도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국채도 100% 안전자산이 아니다.

다음은 투자 손실이다. 신용에 거품이 끼어 있던 시절 기업들은 지나치게 많은 빚을 끌어왔다. 지금은 사막의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위기가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신용카드 부채다. 무디스에 따르면 9월 영국 신용카드사들의 추정손실은 11.8%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10파운드를 쓰면 그중 1파운드 이상을 못 받는다는 얘기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도 영국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가능할 리 없다.

허약한 지반에 너무 무거운 건물을 올리면 결국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두바이는 예고편에 불과하고, 본 영화는 아직 상영되지 않았다고 하는 이유다. 두바이 사태에서 배울 점이 세 가지 있다. 우선 미래의 수익전망을 현실적으로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장밋빛 청사진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 국가·기업·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둘째, 필요하다면 채무 조정을 해야 한다. 갚지도 못할 부채를 떠안고 언제까지나 구조를 기다릴 순 없다. 가장 중요한 셋째로 갚을 능력이 없는 나라나 개인에게 추가로 빚 부담을 떠안겨서는 곤란하다.

두바이는 글자 그대로 모래 위에 지어졌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수많은 다른 나라와 기업들도 기초가 부실한 ‘사상누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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