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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살리려면 사냥꾼에게 거짓말 할 수밖에 …

“장님 코끼리 말하듯”이나 군맹평상(群盲評象)은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제각기 다른 말을 했다는 불교 설화에서 나왔다. 부분만 알면서 전체를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이른다.

영혼의 리더<34>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

‘전체가 하나요, 하나가 전체’라고 보는 화엄사상에 따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장님들의 인식이 나름대로 옳다는 것이다. 상대편이 그르다고 비방하지 않고 모두 옳다고 인정하는 게 ‘소통과 화합’의 출발점이다.

‘소통과 화합’은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모토다. 스님은 제33대 조계종 총무원의 집행부를 지난달 11일 구성했다. 수석부장인 총무부장의 자리에는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58·사진) 스님을 임명했다.

‘관운 좋은’ 불교 종단의 거물
영담 스님은 불교 종단 정치의 거물이다. 94년 조계종 개혁에 앞장선 바 있는 스님은 종무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법률 지식이 해박하다. 종책 모임인 보림회의 리더로서 이번 종무원장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에 기여했다.

영담 스님은 ‘관운(官運)’이 좋다. 충남 서산 출신인 영담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고산 스님을 은사로 13세에 출가했다. 82년 29세의 나이로 부천 석왕사 주지가 됐다. 스님은 중앙종회 의원, 불교신문 사장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불교방송 이사장, 동국대 이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 대표,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이사장이다.

영담 스님에게는 ‘안티’ 세력도 있다. 그럼에도 영담 스님이 감투를 여러 개 쓰고 있는 이유는 스님이 지닌 대표성·상징성과 추진력·비전 때문이다. 석왕사는 80년대 인천·부천 일대의 ‘민주화 성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수영장·장례식장·어린이 포교시설을 갖춘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다. 스님은 ‘젊은 불교’를 표방하며 신불교운동·민주화운동·노동운동·외국인 근로자 인권운동을 해 왔다. 석왕사는 특히 생활협동조합운동의 현장이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무농약·저농약 농산물을 공급해 농촌 살리기에도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석왕사의 발전으로 부천·인천 지역의 불교 교세도 양적·질적으로 견고해졌다.

영담 스님은 범어사 불교전문강원, 동국대 승가학과(학사). 동국대 행정대학원(석사),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과(박사)에서 공부했다. 저서로는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동승일기』 『대한불교 조계종 재무행정체제의 발전 방향』 등이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동에 있는 불교방송 이사장실에서 스님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신불교운동을 주창하셨습니다.
“신불교운동은 과거의 불교를 없애고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전통적인 가르침이나 수행 방법을 현대 상황에 맞게 계승·발전시키는 게 신불교운동입니다. 80년대는 노동운동·민주화운동이 필요했고 지금은 환경운동이 필요합니다. 환경운동의 실질적 대안은 생활협동조합운동입니다. 산성화된 농토를 되살려 비옥하게 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생협운동입니다. 환경운동·생협운동은 부처님의 가르침하고도 일치합니다.”

-신불교운동과 민중불교운동의 관계는 어떻게 됩니까.
“민중불교운동은 급진 세력이 추진했습니다.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할 때도 저는 급진적으로 가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중도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석왕사에선 유기농산품 판매도
-불교 교리가 어렵다는 분이 많습니다. 모든 종교, 진리의 세계는 원래 다 어려운 겁니까.
“『아함경』 등 원시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의 설법은 쉽습니다. 일상생활 속의 문제를 쉽게 풀어내셨죠. 경전의 한역(漢譯) 과정에서 불교가 어렵게 된 측면도 있죠. 불교는 포괄적입니다. 일상생활과 밀접하지만 심오한 철학적·논리적·윤리적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불교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중화가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문적인 연구자 수가 많지 않습니다. 불교가 대중화되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 대중화도 신불교운동의 과제이며 신불교운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승불교는 부처님의 말씀에서 멀어진 것은 아닙니까.
“소승불교를 보수적 불교, 대승불교를 진보적인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승불교는 발전한 불교이지 부처님으로부터 멀어진 불교가 아닙니다. 근본사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계율·생활습관 등이 변한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하고 있습니다. 신종 플루 같은 병에 걸렸을 때 병균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저항하지 말아야 합니까.
“불교에는 ‘개차법(開遮法)’이라는 게 있습니다. 계율에서 어떤 때는 허락하고 어떤 때는 금지하는 일입니다. 살기 위해 계율을 어겨도 될 때가 있고 죽게 되더라도 계율을 지켜야 할 때가 있습니다. ‘여는 것(開)’은 계율을 범하는 것, ‘막는 것(遮)’은 계율을 지키는 것입니다. 사슴을 살리려면 사슴을 쫓는 사냥꾼에게 거짓말하는 게 옳습니다.”

-불교는 농경사회와도 잘 맞고 후기자본주의 사회와도 잘 맞지만 그 중간 단계, 환경 파괴를 동반하는 개발시대와는 잘 안 맞는 것은 아닙니까.
“국내총생산(GDP)뿐만 아니라 국민총행복(GNH)과 같은 행복지수도 중요합니다. 부탄 같은 나라가 상위권, 우리나라는 하위권이죠. 부탄은 1년에 관광객을 2만 명 이하로 제한하고 나라 전체가 금연구역입니다. 환경이 잘 보전된 나라죠. 지속 가능한 발전이 필요합니다. 무자비하게 환경을 파괴하는 발전은 곤란합니다. 정신과 문화의 세계에는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총무부장은 어떤 일을 하는 자리입니까.
“총무원 총무부장은 원장 스님을 보좌하고 직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원장 스님이 성공한 종교 지도자가 되도록 보좌하는 게 총무부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정부 관계, 소통·화합으로 풀 것”
-이번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나 총무원 집행부 구성의 기조는 ‘소통과 화합’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정부 관계에서도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게 됩니까.
“그렇습니다. 정부와 대립각만 세울 일은 아닙니다. 제33대 집행부의 모토는 소통과 화합으로 불교 중흥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누구와도 소통하고 화합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통령이 자신과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유력 대권주자 모두 불교계와 친하게 지내며 불교 예식에도 자주 참가하시는 분들입니다. 어떤 종교를 믿건 참된 국가적 지도자라면 모든 종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로서 대북 사업 현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남북 당국자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당국자들이 대립할 때일수록 민간 교류가 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간 부문이 싸움을 말리고 중재할 수 있습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보면 먹는 문제만큼은 북한에 대해 야박하게 하면 안 됩니다. 그쪽 사람들이 그만큼 굽히고 들어왔으면 우리 정부도 ‘형님으로서’ 못 이기는 척하며 풀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조금 더 압박하면 저쪽이 더 굽히고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요. 식량을 주면 군량미로 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된 바도 없습니다. 그리고 군인도 같은 민족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당국에서 잘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연으로 석왕사에 스리랑카에서 만든 불상이 있습니까.
“석왕사는 스리랑카·미얀마·방글라데시·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이 타향살이를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스님, 방글라데시 스님도 있습니다. 스리랑카 대통령이 2007년 감사의 표시로 불상을 기증했습니다. 스리랑카 특산 보석인 돌라마이트로 조성된 2m 좌상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닌 이주 노동자들을 불교 신앙으로 이끌 계획은 없습니까.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신앙은 인연 따라 되는 것이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도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과식을 할 가능성 때문에 저녁 모임은 되도록 피하고 있습니다.”

-평소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는 말씀이 있습니까.
“항상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신 말씀 두 가지를 되새기려 노력합니다. 우선 ‘사자교인한로축괴(獅子咬人韓獹逐塊)’라는 말은 ‘사자는 사람을 무는데 개는 흙덩이를 쫓아간다’는 뜻입니다.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번뇌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근본을 짚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득도뿐만 아니라 매사가 핵심을 파악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물위걸용지인(勿爲乞容之人) 하고 능위서타지인(能爲恕他之人)하라’는 말도 지침이 되는 말입니다. ‘남에게 용서를 구걸하지 말고 남을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 돼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열심히, 성실하게 살라는 뜻이죠.”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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