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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신화, 황금빛의 환상

어릴 적 “열려라 참깨”를 외치며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났다. 두바이의 신화가 한참 시작될 즈음이었다. 깜깜한 동굴 속에서 반짝이는 환상의 금은보화를 만나 행복해하던 주인공의 얼굴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바이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들었다. 까만 밤 비행기 유리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두바이는 마치 금으로 가득 찬 동굴 속 같았다. 화려한 금빛 조명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말로만 듣던 두바이의 상징, 바다 위 돛대 형상을 한 칠성급 호텔을 방문했다. 겉모습과 달리 화려한 금칠로 번쩍거리는 내부는 아라비안나이트 속의 궁전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 유명한 금 시장엔 너무나 많은 금이 있었다. 방문객은 “모두 가짜 같다”며 오히려 황금에 어색해했다. 믿기 어려운 사막 도시의 중심 도로 셰이크 자이드 로드 양쪽으로 들어선 고층 빌딩은 금색 유리로 장식돼 있었다. 태양빛을 받아 더욱 노랗게 빛났다. 처음 만난 도시, 두바이는 금빛 찬란한 상상으로 가득 채워진 황홀한 아라비안나이트였다. 그날 오후 사막 사파리를 가던 중 1년에 한두 번 발생한다는 모래바람을 만났다. 순식간에 시야가 흐려지며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수많은 금빛이 모래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공사장 건물들의 앙상한 구조물이 불안해 보였다. 두바이의 미래를 본 것일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두바이로 출장 갈 때마다 늘 궁금한 질문이 몇 가지 있었다. 예측 불가한 규모의 건축물과 형태가 도시를 상상 속 현실로 만들어 가지만 그 공간을 채워 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생활 모습도 그려지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없었다. 공사하는 사람들은 아침저녁 실려 가고 실려 오고 있었지만 정작 만들어진 도시를 사용할 사람들의 모습들이 떠오르질 않았다. 세계 최대의 두바이 쇼핑몰과 고급 호텔 주변에는 그나마 이용객이 있었다. 하지만 변해 가는 도시 규모에 비해 사람들의 숫자는 그다지 늘어나는 것 같지 않았다.

바닷가 주변의 주거용 건물들은 밤이면 어둠 속에 잠겨 텅 비어 있었고 도로변 1층 상가에는 고급 간판을 단 빈 상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듯했다. 고급 주택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불 꺼진 창들이 하늘의 별들을 받으며 스산할 뿐이었다. 대형마트 옆으로는 빈민가가 형성돼 고급 주택들을 위협하는 듯 보였지만 아무도 말리는 기운은 없었다. 인구 150만 명의 도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어울리지 않는 메트로는 섭씨 50도를 넘는 뜨거운 날씨에 걸어올 이용객을 걱정해야 할 것 같았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치밀한 계획과 그에 따른 배려가 없는 까닭이다. 열심히 세워지는 오피스 빌딩 속에 밤이면 빛나는 공사장 타워크레인의 불빛만이 화려한 치장으로 그 불안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

어느 순간 두바이의 프로젝트들이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한 현재에 대한 분석과 미래 계획을 꼼꼼히 하지 않은 채 시작한 불안한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우리의 신도시 계획들이 생각났다. 내세우는 주제들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친환경 그린시티에 미디어복합·경제특구의 형태로 특화한다고 하지만 ‘특화’로 보이지 않는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도시는 드러난 구조를 따라 보이지 않는 배려와 섬세한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금빛 찬란한 화려함도 좋지만 그 안에서 삶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상상돼야 하는 것이다. 콘텐트를 만들기 위한 꼼꼼한 사전 계획이 중요한 까닭이다.

오늘도 또다시 금값이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기를 희망했던 이솝 우화가 떠오른다. 화려하게 빛나는 황금의 유혹 뒤에 숨어 있는 진정한 디테일의 보석을 찾을 수 있는 혜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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