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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계획하기

“노년이란 노년을 제외한 모든 것과 비슷하다. 잘 늙으려면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

늙어서도 스크린을 장식했던 미국의 배우 프레드 아스테어가 한 말이랍니다. 글쎄요, 이제는 몇 살부터 노년이라 할지 모호하기도 하고, 한창 활기가 넘치는 호시절에 나이듦을 준비하는 것도 우스우니 제대로 실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새삼 뉴스가 되긴 하니 마냥 모르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거나 사회문제가 된다니까요.

그런데 그 준비라는 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노년을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책은 ‘마무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건강관리라든가 주변과 어울리기 위한 마음 다스리는 법, 생활안정을 위한 재테크 뭐 그런 것들이지요.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령화 시대’ 운운하며 주목하지만 사회의 짐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보도가 넘쳐납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출신의 할아버지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색다른 주장을 폅니다. 그는 환갑이 넘어 4년에 걸쳐 단신으로 실크로드를 걸어낸 인물입니다. 이 과정을 『나는 걷는다』란 책으로 펴내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왜 걷기를 시작했는지 등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한 『떠나든, 머물든.』(임수현 옮김, 효형출판)의 글머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 잘못 생각하지 말자. 은퇴란, 멋진 것이다.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있어서, 그것은 인생에서 완전한 자유를 갖게 되는 특혜 받은 순간이다… 비로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은퇴란, 몹시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는 일들까지도 포함한 모든 도전을 향해 열려 있는 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이런 당당한 자세를 갖게 된 것은 아닙니다. 육십이 되던 해 어느 날, 사회보장보험재단으로부터 ‘퇴직’을 알리는 편지 한 통을 받고 난 뒤 우울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내도 없고(사별했답니다), 실업자가 되어 생계도 막막하고…. 한때 자살을 꿈꿉니다. 그러다가 연말을 삼촌댁에서 보내고 싶다는 조카의 전화를 받고는 바뀝니다.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증거를 얻은 덕이라죠.

그러고는 생각하고 움직이기 위해 스페인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국내에선 산티아고 가는 길로 많이 알려졌죠)를 걷기로 작정합니다. 한 달 동안 매일 20~30㎞를 걸으면서 그는 여러 가지를 발견합니다. 이 숙소 저 숙소로 옮겨다니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그는 ‘느림’과 인간에 눈 뜹니다. 아울러 급한 것, 필요 없는 것, 피상적인 것들을 비워내는 데도 익숙해지죠. 실크로드를 답파하고, 자신의 깨달음을 살려 ‘문턱’ 사회단체를 만들고 경범죄를 저지른 젊은이들을 교도소로 보내는 대신 어른 한 명을 붙여 도보여행을 시키자는 운동을 벌이는 등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눈부신’ 노년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구나 그처럼 걸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젊음은 아름다움의 동의어가 아니듯, 늙음은 추함의 동의어가 아니다… 계획이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것이다. 비록 그가 계획을 실현하지 못할지라도.” 같은 구절은 모두에게 큰 울림을 남깁니다.



경력 27년차 기자로 고려대 초빙교수를 거쳐 출판을 맡고 있다.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맛있는 책읽기』등 3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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