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영국 - 헌 옷으로 새 옷 만드는 영국 ‘정키 스타일링’

영국 런던 동쪽 지역(이스트엔드)에 있는 브릭레인 거리 모퉁이에는 작은 옷가게가 하나 있다. 이름은 ‘리사이클링 포 더 퓨처(Recycling for the future)’, 혹은 ‘워드롭 서저리(Wardrobe Surgery)’다. 우리말로 하면 ‘미래를 위한 재활용’, 혹은 ‘옷을 수술하는 가게’ 정도일까. 매장에 들어서니 안 쓰는 와이셔츠를 모아 만든 여성용 드레스, 남성 양복 소매만 잘라 만든 원피스, 헌 티셔츠 조각으로 만든 치마 등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선 남성용 양복이나 셔츠부터 여성용 스커트까지 다양한 제품을 살 수 있다. 단 제품의 재료는 공장에서 갓 생산된 새 옷감이 아니다.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처분 대상이 된 양복천이나, 벼룩시장에서 구한 옷, 액세서리 등이다. 집에 있던 옷을 들고 와 새롭게 고쳐달라는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새 옷을 맞춰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가게는 1997년 생겼다. 단짝 친구인 애니카 샌더스(35)와 캐리 시거가 만든 가게다. 두 사람이 처음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클럽 파티에 입고 갈 만한 옷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궁리하던 두 사람은 집에 있던 안 입는 옷을 직접 재단해서 입기로 했다. 새 옷을 사기엔 너무 비쌌고, 자신들의 마음에 꼭 맞는 옷을 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쳐서 입고 나간 옷을 본 친구들은 너도나도 자신들의 집에 있던 옷을 두 사람에게 들고 와 새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대학 졸업 즈음 도쿄·뉴욕 등을 여행하던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유기농 제품으로 만든 옷이나 공정무역을 통한 옷들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집에 있는 옷을 재활용한다는 것이야말로 환경친화적인 아이디어가 아닌가!

이들은 곧 켄싱턴에 있는 신진 디자이너 전문 매장에 처음 자신들의 작품을 선보였고, 97년에는 자신들의 브랜드 ‘정키 스타일링(Jungky Styling)’을 만들기에 이른다. 현재는 브릭레인 매장을 비롯, 일부 도매상을 통해 뉴욕· 파리· 이탈리아 등에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헌 옷으로 만든 옷들이지만 가격은 그다지 싸지 않다. 재료만 헌 옷일 뿐이지 새로 탄생한 옷은 옛날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새 옷이 되기 때문이다. 직접 디자인하고 재단해 바느질하는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평균 가격은 80파운드(16만원) 정도. 드레스는 85파운드에서 500파운드까지 다양하고, 바지는 60파운드대부터 200파운드대까지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커트 윌리엄스(46·사진)는 “이곳의 옷들은 세간의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음악·건축,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의 목표는 “옷을 입는 개개인들이 행복하고 즐겁게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헌 옷으로 만든 옷들이지만 스타일은 신세대 감각에 어울린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2주일 후에 있는 내 열여덟 살 생일파티에 입을 옷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의 옷들은 정말 특별하다”고 평했다.

영국의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도 이들의 작품은 인기다. 윌리엄스는 단골 연예인들의 이름을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은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 등의 모델·배우가 이곳의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헌 옷이나 버려진 천으로 새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 계속 늘고 있다.

폴 매카트니의 딸로서 유명 디자이너이기도 한 스텔라 매카트니는 ‘국제 구호와 개발을 위한 옷감 재활용(TRAID Remade)’이 만든 작품들을 구입하곤 한다. 이 단체는 영국 850여 개 의류업체들이 사용하고 남은 옷감들을 모아 판매하기 위해 2000년 설립됐다. 이들은 5명의 전속 디자이너를 두고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TRAID의 디자인실장 트레이시 클리프는 “우리는 오래된 티셔츠나 고풍스러운 침대보로 드레스와 스커트를 만든다. 가죽 재킷으로는 벨트와 가방을 만든다”고 말했다.

옷을 재활용하는 것은 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영국에서는 90만t의 옷감이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70만t은 매립된다. 울 소재 옷들은 땅속에서 분해돼 메탄가스를 내뿜고, 합성섬유는 분해조차 되지 않는다. 옷감을 짜는 데 드는 물과 염료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모든 영국인들이 한 해에 한 벌의 울 소재 옷을 재활용품으로 구매한다면 3억7100만 갤런(14만L)의 물이 절약된다는 것이 환경운동자들의 추산이다. 환경친화적 소비를 원하는 영국인들이 재활용된 옷감으로 만든 옷을 구매하며 패션감각과 도덕적 자부심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셈이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