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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희생정신, 스파이로 제격이죠”

뽀글 파마에 몸뻬 바지. 무표정한 얼굴에 반쯤 감은 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평범해 보이는 아줌마가 실은 스파이라면?

인터넷 애니로 인기,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홍석화 대표

6분짜리 점토애니메이션 ‘코드네임 아줌마’ 시리즈를 인터넷에 잇따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는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홍석화(34) 대표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줌마죠. 지하철 빈 좌석이건 마트 할인품목이건 목표는 반드시 완수하고, 말싸움이건 몸싸움이건 지지 않는 데다, 젊은 시절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르는 존재. 누군가의 엄마로서 아줌마가 갖고 있는 열정과 희생정신이야말로 스파이의 기본 조건 아닐까요.”

이 아줌마, 어디선가 본 듯하다. 그렇다. 아리랑TV를 통해 방영됐던 ‘아라리쇼’(2006)에 나왔던 그 하숙집 아줌마다. 아라리쇼는 외국인들이 생소하게 느끼는 한국 문화를 점토애니메이션으로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5분짜리 26부작 TV시리즈. 대한민국 애니메이션대상 특별상(2006)을 받은 데 이어 2007년 NHK 한국어강좌에 등장했으며 188개국에 한국을 소개한 공로로 2008년 대한민국 문화콘텐트 해외진출 유공자 상을 받은 작품이다.

“당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인상 깊은 점을 물었는데, 많은 사람이 하숙집 아줌마를 얘기했어요.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쓱 한번 훑어보고는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던 투박한 정(情)에 매료됐다는 거죠.”

그 아줌마가 스파이가 되는 과정과 활약상을 장편 액션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해 홍 대표가 생각한 것은 블로그. 지난 4월부터 짤막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무료로 올리기 시작했는데 3개월 만에 클릭 수가 15만 건이 넘었다. 회원이 85만 명이라는 ‘아줌마닷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내년 1월부터는 아예 에피소드 공모 이벤트를 함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은 TV시리즈를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극장용을 만드는 방식이었죠. 전 다른 방법을 시도한 겁니다. 인터넷에서 노출을 시키고 펀딩을 통해 극장용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중국에서 큰 관심을 보여 35만 달러 MOU를 체결했습니다. 2011년을 목표로 준비 중인데, 정신 없이 웃기다가도 찡한 감동을 주고 싶어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그는 상업화랑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다 전 무형문화재 108호 목조조각장 허길량 선생 밑에서 불모(불상을 조각하는 사람)의 길을 걷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체코 이지 트룬카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부터. “세상에, 조각이 움직이더라고요.”

99년에는 일본으로 1년간 무전여행을 떠났다. 그는 “180만원 갖고 떠났는데 돌아올 때 호주머니에 700만원이 있더라”고 말했다. 술집에서 주차 아르바이트 등을 했고, 침낭을 들고 축제를 쫓아다니며 초상화를 그려주고 돈을 벌었다.

“다른 사람이 간략한 캐리커처를 그릴 때 전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그렸죠. 가격표엔 700엔이라 적었지만 700엔만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잔돈을 안 받는 것은 물론 어떤 분은 ‘가치가 있다’며 3000엔을 주시기도 했죠. 그렇게 일본 구석구석을 다녔고 어디 가서도 굶진 않겠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수천 명과 만나 그들의 얼굴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는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무엇을 궁금해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몸으로 체득했다. 그 노하우가 점토로 만든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영어회화 애니메이션 ‘잉글리시쇼’(2004년)의 초석이 됐고, 현재 추진 중인 ‘아바타로 관상 보기’ 프로젝트의 밑거름이 됐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장은 차력사인 것 같아요. 차력사가 철봉을 구부리는 게 아니라 약을 파는 게 주목적이잖아요. 애니메이션은 2차 부가사업을 위한 홍보영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줌마 캐릭터로 어떻게 부가가치를 올릴 것이냐를 두고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의 회사 한 편에 붙어 있는 로고는 특이하다. 입술 속에 눈동자가 그려져 있다. “눈으로 말해요라는 뜻이죠. 일단 보고 말씀하세요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요.”
문화콘텐트의 시대, 그의 ‘아줌마’가 어떻게 세상의 모든 엄마와 가족의 마음을 웃음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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