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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대비해 대체 기관사 3000명 양성, 나부터 면허 딸 것”

전국철도노조의 ‘8일 투쟁’은 철도역사상 최장기 파업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한 가지도 얻지 못한 채 파업을 접었다. 철도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한다.

파업 고비 넘긴 철도공사 허준영 사장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는 데도 철도공사 측은 숨고를 틈도 주지 않고 여전히 ‘강공 모드’다. 파업 때문에 생긴 손해배상 책임을 추궁하고, 차제에 파업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4일 대전의 철도공사 본사에서 만난 허준영(사진) 사장은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기관사 인력을 충실히 확보해 설령 노조가 파업을 해도 앞으로 효과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나부터 지난 1일부터 기관사 면허를 따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날 노조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해온 바람에 철도에 적폐가 적잖이 쌓였다”고도 했다.

-파업이 8일 만에 끝났는데.
“워낙 명분이 없었고 무모했죠. (임금이)공무원보다 적다든가 복지가 나쁘다든가 했다면 모를까. 노조가 얻을 게 없었어요. 저 자신이 합리적인 노조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보더라도 이건 아니었습니다. 이젠 노조문화를 바꿔야 해요.”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철도공사는 계속 강경한 입장인데.
“철도파업은 공장파업과 다릅니다. 공장파업은 관계되는 분들에게 피해가 국한됩니다만 우리는 전 국민과 관련이 있습니다. 국민을 볼모로 하는 건 근로자 도리로 있을 수 없습니다. 죄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볼모로 하려면 차라리 저를 붙들어 둘 일이지….”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으니 당장 교섭에 나서라고 하고 있는데요.
“파업 철회 자세가 그러면 안 되죠. 진정성을 보여주면 교섭을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진정성이 안 보입니다.”

-어떻게 해야 진정성을 보이는 겁니까.
“철도파업은 석고대죄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노조위원장이 파업을 중단하면서 보인 자세를 보세요. 자기 체면도 있겠으나 국민한테는 석고대죄해야지요. 그걸 애교로 봐주기에는 지나치죠.”(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은 지난 3일 파업 철회 기자회견에서 “업무에 복귀해 투쟁대오를 유지하며 3차 파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측이 파업 참여 노조원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는데 노조를 다시 자극하는 건 아닌지요.
“파업을 무슨 예사로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경중은 따지겠습니다. 국법과 사규를 위반한 노조원은 잘못된 노조문화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형사상 책임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도 묻겠습니다. 그렇지만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끌려다닌 사람으로서, 잘못을 뉘우치고 잘해 보겠다는 직원들은 감안할 생각입니다.”

-이번 파업 중에는 혼란이 있기는 했지만 운송 대란으로까지 번지진 않았습니다. 대체인력과 필수근무 인력이 어느 정도 몫을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는데요. 대체인력을 더 확충하실 계획은 없습니까.
“군에 대체인력이 300명 정도 있습니다. 또 기관사 면허를 갖고 외부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임시직·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내년에 외부인력 1000여 명을 대체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철도공사 사무직 중심으로 2000명을 교육해 내년 중 총 3000명에게 면허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파업 대비 인력인 거죠. 저 자신도 지난 1일부터 기관사 운전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부임하면서부터 KTX 면허를 따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일에 묻혀 지내다 못 땄는데 이번에 새로 따려고요.”

-예산은 마련이 됐습니까.
“대체인력 양성 예산은 과거엔 군에 있는 분들의 교육예산으로 1억원뿐이었는데 정부가 긴급예산으로 50억원을 새로 편성해 국회에 올렸습니다.”

-노조는 허 사장이 지난달 26일 단체협약을 해지하면서 파업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사람들은 단협 해지 때문이라고 선전합니다만, 전국적 파업을 하루아침에 강행할 수 있습니까? 최소한 일주일은 준비해야 합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필수 업무를 감당할 기관사가 누구인지 적어도 파업 닷새 전에는 사측에 통보해야 하거든요. 노조는 (단협 해지 전에도) 투쟁지침을 계속 내려보내면서 이미 상당 기간 전에 파업을 확실시하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단체협약을 해지해 버린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저는 처음 외교관 생활을 하다 뜻한 바 있어 경찰을 하게 됐습니다(허 사장은 1980년 외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찰이 국민의 사랑을 받지 않으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느껴서죠. 운 좋게 경찰청장이 되기도 했는데 저로선 여한 없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철도공사 사장으로 올 때는 철도에 명운을 걸고 국가에 입은 은혜를 환원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세계적으로 철도의 르네상스입니다. 철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습니다. 철도 발전에 천우신조의 기회인데 일을 하려고 해도 노조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잘못된 단체협약 때문에 조직이 병들고 있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단체협약의 어떤 부분이 문제였나요.
“예컨대 노조집행부 중앙위원 200명, 130개 지부별로 5명씩의 인사문제는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합니다. 800여 명이 노조와 인사협의 대상인 겁니다. 그런데 노조가 어디 인사에 협의해 줍니까? 이들이 전국에 쫙 깔려서 요지부동인 채로 지역을 장악해 지
역본부장이나 역소장은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또 노조전임자가 모두 61명인데, 정부 기준은 20명입니다. 여기에 노조가 월급을 주는 해고자들이 50명입니다. 일은 안 하면서 노조운동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111명인데, 이들은 밥만 먹으면 공기업 선진화 발목 잡는 연구만 했으니… 난감했죠.”

-노조 파업의 근본 원인이 결국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추진 때문이란 시각이 많습니다.
“철도의 연간 매출액은 3조6000억원인데 인건비가 2조1000억원입니다.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58%죠. 개인기업은 40%를 넘어가면 망한다는데 우리는 인건비도 많이 들고 연간 7000억원 가까이 적자입니다. 국민기업이자 국가기간사업인 철도를 흑자 전환하려면 슬림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2년까지 정원 5115명을 감축해야 합니다. 당장 현원을 줄여야 할 정도로 경영 효율화가 시급합니다. 그럼에도 3년의 시간을 두면서 일감도 찾고 KTX 구간이나 거리도 연장하고, 역세권 개발을 해 강제퇴직 안 하면서도 5115명 감축을 소화할 수 있는 구도로 가려 합니다. 노조가 밑도 끝도 없이 반대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파업에 적당히 타협하지 말라’고 한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습니까.
“많이 격려해 주신 게 저로선 큰 힘이 됐습니다. 제가 경찰청장 할 때 느낀 것은 ‘빠른 길이 바른 길이 아니라 바른 길이 빠른 길’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바르게 하
려 애를 쓰는 데 뒷받침이 됐습니다.”

-일각에선 파업 과정에서 재량권을 행사하지 못해 대화와 타협을 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철 전 사장은 (지난주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관료 출신을 단정적으로 대화타협 안 하는 사람으로 말씀하셨는데, 관료들은 대화타협 안 하나요?
제게 재량권이 없다고도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저는 평생 소신으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할 말 있으면 하는 거지요. 그랬으니 전번 정부(노무현 정부)에서 잘렸지…. 영합했으면 그럴 리 있겠어요. 그동안 저에 대한 악플도 있었지만 격려전화도 많았습니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하루에 두 개씩 갈 정도였어요. 법과 원칙이란 게 특별한 게 아닌데 그간 얼마나 이게 흔들렸으면 원칙대로 한 게 특이한 일로 받아들여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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