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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정권의 명운 가를 北 화폐개혁

탈북자 이화선(36·가명)씨는 함북 청진 포항시장 출신이다. 고난의 행군에서 살아남은 뒤 1999년부터 장사를 했다. 삶은 계란→국수→강냉이→쌀 장사로 이어졌다. 쌀을 팔 때는 남들이 월급 300~400원 받을 때 하루 100원도 벌었다. 2002년 7월 1일 경제조치 때는 당국이 매대(좌판)를 지어준다고 해서 2만원도 기부했다. 2004년 연말 대목 땐 하루 70만원도 벌었다. 그렇게 해서 약 1만 달러쯤 되는 돈이 고여 사채놀이도 했다. 1만 달러면 암시장 환율로 약 3000만원. 북한 부자였다. 그렇게 부를 축적한 사람은 이씨만이 아니었다.

중앙SUNDAY와 동국대 북한학과 일상생활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8월 2일자) 북한엔 8대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300~350개의 시장이 있다. 148개 군마다 1~2개, 27개 시마다 2~5개씩 있다. 도·소매도 분화됐다. 예를 들어 소매 격인 포항시장엔 상인 1500명이 있는데 같은 청진의 도매인 순안시장은 4배 더 크다.

유통도 전문화돼 행방꾼ㆍ차들이꾼들이 단계마다 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을 통해 몇만 달러는 잔돈 취급하는 ‘돈주(큰손)’가 해주ㆍ청주ㆍ원산 같은 지역에 등장했다.시장에는 또 관리소장·시장장·관리원 같은 관리들이 바닥에서 올라온 뇌물을 들고 구역당→시당→도당을 통해 중앙의 권력과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제 돈은 북한 경제의 피다. 성균관대 박영자 교수는 그렇게 해서 북한 주민 90%가 시장과 관계 맺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니 화폐개혁이 강타한 북한에서 시장 친화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 2004년 말 일이 꼬여 이씨는 탈북했지만 그가 지금 청진에 있었다면 ‘일인당 10만원 교환’ 기준에 걸려 남은 2990만원은 꼼짝없이 휴지가 됐을 것이다. 다른 돈주들도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것이다. 시장의 활동력을 정치권력으로 제압하려는 북한 화폐개혁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동국대 홍민 교수는 “시장과 연결된 중간 간부들의 대대적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화폐개혁의 후유증은 어떻게 나타날까. 혹자는 북한이 1947년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화폐개혁을 문제없이 넘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본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일간지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이번 화폐개혁을 ‘강도 같은 정책’이라며 비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고, 이 때문에 당국이 소요사태 발생에 대비해 군에 전투준비 태세를 지시했다고 한다. 화폐개혁은 했다지만 정작 신권에 찍힌 발행연도는 2002년, 2008년으로 돼 있는 것도 미스터리다.

이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은에게로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이런 무리수를 감행했다고 보는 시각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식량난, 경제 봉쇄로 또 다른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지 모를 비상사태에서 90% 주민의 생목을 조이는 조치의 후폭풍은 예상을 뛰어넘을지 모른다. 북한의 화폐개혁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김정일 정권의 묵시록적 운명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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