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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불법파업을 깨는 돈의 위력

철도노조가 후퇴했다. 정부가 법과 원칙대로 대응해서다. 서민들도 귀족 노조의 탈선에 분통을 터뜨렸다. 파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덥지 못하다. 언제 파업에 다시 나설지 모른다.

철도노조는 부자다. 투쟁비도 풍성하다. 코레일(철도공사) 직원 평균 임금은 6000만원 수준이다. 사장과 비슷한 연봉(9000만원)대 직원이 400명 선이다. 조합비는 1년에 110억원이다. 조합비로 해고자를 먹여 살린다. 지난해 해고자 구호금으로 1인당 5400만원을 썼다.

이런 거대 노조를 길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노조에도 아킬레스건과 급소가 있다. 선진 일류 국가는 그 급소를 찾아내 쳤다. 노조의 버릇과 생리를 뜯어고쳤다.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경험이 원조다.

1984년 영국 탄광노조는 파업에 들어갔다. 조합원 18만 명의 거대 노조다. 정권을 갈아 치울 힘도 가졌다. 노조위원장(아서 스카길)은 제왕으로 불렸다. 노조 수뇌부는 과거 사례를 믿었다. 파업이 오래가면 예전 정부는 적당히 협상해 봉합했다.

대처 정부는 달랐다. 법 질서 고수의 일관성을 다졌다. 전략적으로 대응했다. 비상용 석탄의 비축량을 늘렸다. 세심한 홍보와 여론 관리를 했다. 국민에게 고통을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다수 국민이 대처 편에 섰다. 정부는 노조원들에게 파업 간부를 고소하라고 설득했다.

노조는 여론 승부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때 집행부 반대편의 두 광부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파업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했다. 법원은 불법 파업으로 판결했다. 그리고 노조위원장에게 1000파운드, 노조에 20만 파운드의 배상금을 선고했다. 납부하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라고 명령했다. 노조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 법원은 도피재산을 추적해 회수했다. 노조에 치명타였다.

탄광노조는 주저앉았다. 배상금,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급소를 쳤다. 돈으로 혼내 준 게 절묘한 결정타였다. 다른 노조들도 거액 배상 판결을 의식했다. 파업의 행태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영국의 고질 병(病)은 빠른 속도로 치유됐다.

2005년 12월 미국 뉴욕 대중교통노조(TWU)가 불법 파업을 했다. 뉴욕시는 파업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뉴욕법원은 “파업금지 명령을 어기면 하루에 100만 달러씩 벌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노조의 조합비는 300만 달러 정도였다. 노조는 돈 문책의 위협에 두 손을 들었다. 파업을 사흘 만에 접었다.

돈 징계의 파괴력이 높다. 손해배상 청구는 특별한 병기다. 반면 형사상 처벌의 효력은 제한적이다. 노조 간부를 구속하면 노조의 동지애가 발휘된다. 그 간부의 투쟁 경력은 화려해진다. 불법 파업의 어설픈 투쟁의지로 다시 뭉친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다르다. 소송의 파장은 미묘하면서 위력적이다. 배상금이 클수록 동지애가 작동하기 어렵다. 간부 개인까지 배상을 물으면 단합은 쉽지 않다. 노조 단결력에 금이 간다.

우리 노사도 그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공기업일수록 민사소송 공세는 집요하지 않다. 철도노조의 2002년 파업 때다. 회사 측은 2심까지 승소했다(배상액 80억3000만원). 그해 월드컵 화합 차원에서 소송을 취하했다. 2006년 3월에도 철도노조는 파업했다. 그해 9월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올 3월 2심(69억원)에서도 이겼다. 대법원 계류 중이나 가압류 승인이 떨어졌다. 그러나 회사 측은 그걸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영업 손해만 91억원이다. 회사는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다. 시흥의 가난한 학생은 열차가 멈춰 서울대 면접을 보지 못했다. 그 어이없는 좌절은 여론의 분노를 일게 한다. 그 피해 배상금도 노조에 물려야 한다. 손해배상은 불법 파업의 악습을 고치는 확실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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