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분수대] 닌자

1676년 일본에서 출간된 『반센슈카이(萬川集海)』라는 책을 보면 일본인들에게 닌자(忍者)는 단순한 암살자나 특수요원 이상의 의미임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닌주쓰(忍術)라고 불리는 닌자의 온갖 기술과 무기 사용법, 철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닌자의 역사를 ‘중국 고대 복희씨와 황제 때부터’로 거창하게 잡고 있다. 일설엔 ‘고지키(古事記)’에 나오는 4세기의 왕자 야마토 다케루(日本武)가 닌자의 시조라고도 한다. 그는 여자로 변장하고 적진에 침투해 두 적장을 살해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상상하는 복면 닌자는 14세기 이후 기록에 등장한다. 각지의 영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국(戰國)시대 들어 닌자는 전문직으로 승격됐고, 이가(伊賀)와 고가(甲賀) 지역은 우수한 닌자들의 출신지로 명성을 떨쳤다.

통일 후에도 도쿠가와 막부는 ‘정원지기’라는 뜻의 오니와반슈(お庭番衆)라는 닌자 비밀 조직을 운영했다. 피터 루이스의 『닌자 이야기』에 따르면 비교적 근세인 1853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 함대가 막부에 개항을 요구했을 때에도 닌자들이 미군 군함에 침투해 문서를 훔쳐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화려한 전설은 현대전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닌자들은 20세기 후반 일본 대중문화의 꽃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에서는 ‘왜색’이란 이유로 배제됐지만 닌자가 나오는 영화들은 홍콩제 권격 액션 영화들과 나란히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모았다. 1970년대의 소니 지바, 80년대의 쇼 코스기 같은 ‘닌자 스타’들은 아직도 매니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닌자 캐릭터가 한국 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진출 경로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상옥 감독은 1995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저예산 영화 ‘닌자 키드’ 시리즈의 제작자로 성공을 거뒀고 시리즈 3편 ‘닌자 키드 3(3 Ninjas Knuckle Up)’은 직접 연출했다. 이병헌도 할리우드 대작 ‘G.I.조’에서 닌자 캐릭터를 맡았다. 정지훈(비)이 주인공인 ‘닌자 어쌔신’은 말할 것도 없다.

하필 왜 죄다 닌자 역할이냐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일본 국내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요즘 제작되는 영화의 닌자 역을 왜 모두 한국 배우들에게 빼앗기는 거냐”라는 시각이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동양인 소프라노들의 세계 진출 창구 역할을 해왔듯 닌자 캐릭터는 남자 배우들의 문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송원섭 JES 콘텐트본부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