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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서 길어 온 시상 126편

국내 유일의 일본 와카(和歌) 시인이었던 고 손호연(1923∼2003) 시인의 딸 이승신(사진)씨가 두 번째 시집 『숨을 멈추고』(SOUL)를 냈다. 지난 여름 시베리아 바이칼호 여행에서 얻은 짧은 시 126편이 담겼다.

시집에 눈길이 간 건 우선 ‘성탄제’의 김종길 시인이 쓴 다음과 같은 추천사 구절 때문이었다.

“바이칼호를 찾은 시인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인만큼 그 장관으로부터 깊은 감동을 받고 거기서 자신의 근원을 발견한 운명적인 만남을 시를 통해 노래한 시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시편들은 하나같이 그런 상찬에 값할 만한 것들이다. 끝간 데 없는 벌판과 수평선, 숨막히는 황혼 등 웅혼한 대자연 앞에서 느끼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인생무상, 찰나여서 서글프고 아름다운 인간의 사랑과 인연 등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바짝 졸아붙은 언어로 노래한다. 흰 뼈로 남은 시베리아 자작나무 가지라도 보는 것 같다.

“저것은/누구의 손으로 쓰는/시인가//이 편 하늘의 웅장한 노을을 바라보다//잠시 숨을 멈추고”

표제시 ‘숨을 멈추고’에서도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긴다.

와카는 31음절로 이뤄진 일본 전통 시형식이다. 손호연씨는 일본 국왕이 직접 시 낭송을 하는 신년 모임에 초청될 정도로 와카 실력을 일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었다. 이씨의 짧은 시와 와카 사이의 관련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씨는 “어머니의 영향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번 시편들이 “무한한 영감과 삶의 에너지를 주는 여정에서 봉숭아 씨 터지듯 자연스럽게 쏟아진 것들”“시베리아든 어디에서든 나오고야 말 것들”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시인으로서 홀로서는 중이다.

이씨는 전시회·연주회도 열리는 서울 필운동의 레스토랑 겸 갤러리 ‘더 소호’의 대표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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