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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 ‘반세기 저술활동’ 잔치상 받았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7일 펜을 쥐고 있는 그의 손 모양을 형상화한 기념품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단 한 번의 그윽한 진실로/단 한 번의 아득한 사라짐으로/불타는 책 앞에서/불타는 몸 앞에서/내 몸이 한 웅큼의 재로 사라질 때까지/이어령을 읽는 겨울밤”(김용희, ‘이어령을 읽는 겨울밤’ 부분)



출판 50년 행사 열려
나라현립대 명예총장으로도 위촉돼

27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이어령(75) 이화여대 석좌교수(본지 고문)의 출판 50년 기념행사 ‘만남 50년’이 열렸다. 1959년 출간한 첫 책 『저항의 문학』부터 올해 낸 『생각』까지, 50년간 쏟아낸 그의 저작을 하나씩 인쇄한 현수막들이 극장 입구부터 안쪽 벽까지 빼곡히 세워져 있었다.



무대 중앙에는 초서의 대가 취운 진학종씨의 ‘同行半百年(동행반백년)’ 글씨가 걸렸다. 하용부의 진도북춤과 김운태의 채상소고춤으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안무가 국수호의 신무(神舞), 국악인 안숙선의 ‘춘향가’ 한 자락에선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독자 대표 조순희·김민시씨의 헌사, 김용희 시인의 헌시 ‘이어령을 읽는 겨울밤’ 낭독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나라현 현립대학 명예총장으로 위촉됐다. 아라이 쇼고 나라현 지사는 위촉장을 전달하면서 “매우 우수한 도래인들이 한반도로부터 건너와 한자·불교·건축·토목 등 국가 기반 형성에 도움을 줬다”며 “이어령 선생님이 나라현민과 일본국민이 감사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늘 외롭게 혼자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모인 분들을 보니 동행자와 함께 반세기를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며 “여태 진부해서 그런 말을 못했는데, 오늘은 아주 진부하고 상투적이고 흔히 쓰는 말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홍구 전 총리(중앙일보 고문), 유인촌 문화부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 민음사 박맹호 회장,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임권택 감독, 김남조 시인, 이근배 시인, 문정희 시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등 문학 각계 인사, 그리고 이 교수와 함께해온 남녀 독자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경희 기자



아라이 나라현 지사 참석

“이 교수 강연 듣고 대단하다 생각”




“이어령이라는 큰 인물에 비해 나라현은 일본에서 그리 크지 않은 도시인데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라이 쇼고(荒井正吾64·사진) 일본 나라현 지사가 2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이어령(75) 출판 50주년 기념 행사 ‘만남 50년’ 참석차 방한했다. 아라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본지 고문)를 나라현 현립대 명예총장(일본 표현으로는 명예학장)으로 추대했다. 아라이 지사는 행사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이어령 선생을 명예총장으로 모신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명예총장으로 추대하게 된 배경은.



“올해 이어령 교수의 특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백제의 유민이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이라는 나라를 형성했는데, 일본인은 정작 그 사실을 몇 명이나 알고 있느냐고 하시더라. 자기 조상의 바탕도 모르면서 문화나 자원 등을 언급하는 건 문제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저서로도 알고 있었지만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명예총장직을 수락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내년에 열리는 나라 헤이죠쿄(平城京) 천도 1300년 기념축제에도 정책고문으로 모셔 시민과 학생들에게 지적인 강연을 많이 하시도록 부탁할 생각이다.”



-한일 고대관계사는 일본의 학자들조차 쉽게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예민한 문제이기도 한데.



“역사를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다.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는 어떤 관점이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0년 전 역사도, 1300년 전 역사도 일본의 자원이자 한국의 자원이 된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역사를 인정한 뒤에 더 큰 발전이 있지 않겠나.”



-내년 천도 1300년 행사는 어떻게 준비되는지.



“1년간 행사가 계속 열린다. 테마는 축하·감사·미래 세 가지다. 감사란 테마에는 백제에서 문화가 전래된 데 대한 고마움도 포함된다. 백제뿐 아니라 신라, 고구려에서 건너온 유물을 발굴해 전시할 계획이다. 마침 부여의 백제축제도 내년에 열린다고 해 교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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