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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검찰총장의 촌지와 시장의 촌지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출입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벤트 형식으로 기자 8명에게 50만원이 든 봉투 하나씩을 주고, 2차 자리에서 봉투 2개를 더 전달하는 등 모두 500만원의 ‘촌지’를 주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야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까지 들먹이며 김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총장 입장에서는 기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검찰의 좋은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한 관행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문제는 법의 형평성에 있다. 2005년 9월 충주시장이었던 필자는 기자 2명에게 식사비 20만원씩을 준 일로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선거철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일절 기부행위를 금지하는 ‘상시기부행위 금지조항’이 생긴 개정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사연은 이렇다. 광고비 문제로 충북권 신문과 대전권 신문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억울하게 생각하는 대전권 신문 2개사 기자들을 불러 저녁이라도 먹으며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팀장 2명에게 “미안하게 됐다”며 식사나 하라고 20만원씩을 주었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필자에게 3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1심에서 150만원이 선고돼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상고심에서도 기각이 되는 바람에 2006년 9월 15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됨에 따라 필자는 끝내 시장직을 박탈당했다. 선거보전금 1억2500만여원도 반환해야 하는 무서운 형벌을 받은 것이다.

지방의 시장이 기자 2명에게 식사비를 줬다고 추상같이 법을 적용해 시장직을 박탈하는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은 기자 10명에게 50만원씩의 촌지를 주며 이벤트를 하고 식사를 대접해도 괜찮은 것인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하는 말은 수식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총장의 촌지 사건은 유야무야(有耶無耶) 그냥 넘어 가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은 기자에게 촌지를 주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기소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하는 게 옳지 않을까.

국회도 이제 법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입법 취지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검찰만 권한 행세를 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형평성이 철저히 고려돼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상시기부행위 금지조항’을 둬 준엄하게 심판하게 하고, 임명직 공직자는 괜찮다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차제에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기소독점주의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잘못해도 자기들끼리 담합해 기소하지 않으면 판사가 재판을 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검찰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게 돼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우선 솔선수범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법을 지키며 억울한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될까. 사극 ‘포청천’이 보고 싶다.

한창희 전 충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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