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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에 숨은 ‘문화코드’를 관광자원으로 …

자신이 쓴 책을 든 이정웅씨가 24일 대구시 남산3동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 ‘서상돈 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나무는 국채보상운동을 주창한 서상돈 선생이 1910년 대구대교구 설립용 부지를 기증한 뒤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나무에 ‘문화코드’가 숨어 있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관광자원이 될 수 있지요.”

‘달구벌 얼 찾기 모임’ 대표인 이정웅(64)씨의 말이다. 24일 대구시 남산3동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에서 그를 만났다. 본관 계단 앞에는 지름 60㎝가 넘는 히말라야시더 두 그루가 뻗어 있다. 왼쪽 나무 아래에는 ‘徐相燉 手植’(서상돈 수식)이라는 표석이 서 있다. 대한제국 시절 일본의 경제 침탈에 맞서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했던 독립지사다. 그는 1910년 대구대교구청 설립 때 자신의 종묘원이던 이 일대 땅 3만3000여㎡(1만여 평)를 기증했다. 이를 기념해 심은 나무가 바로 ‘서상돈 나무’라는 것이다. 그가 이런 사연이 담긴 나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대구·경북의 명목(名木)을 찾아서』(아이컴·239쪽)다.

이 책에는 이씨가 선정한 ‘명목’ 52그루(25종)에 얽힌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이 서상돈 나무다. 선생의 나무는 이곳 정문 쪽에 있었으나 대교구청이 60년대 공사하면서 다른 나무를 심었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 달성군 도동서원의 은행나무, 문경시 산북면의 장수 황씨 종택 탱자나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천연기념물·경북도기념물 등 문화재 외에 평범한 나무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구 동구 평광동의 일명 ‘광복 소나무’다. 단양 우씨 집성촌인 이 마을의 한가운데 서 있다. 광복 당시 마을 청년 다섯 명이 심었다고 한다. ‘단기 4278년 8월 15일 해방기념’ 이라 쓴 표석이 있다. 이씨는 “젊은이들이 광복 기념으로 식수를 한 것 자체가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출간을 준비했다. “나무에는 특정 가문, 조선시대와 근대의 역사가 스며 있습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책을 펴내기로 마음먹은 동기다. 매주 토·일요일 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누볐다. 그에겐 지역의 ‘얼’을 찾는 작업이기도 했다. 나무가 있는 사당이나 재실의 문이 잠겨 헛걸음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씨는 이미 2003년 이와 비슷한 작업을 했다. 대구시 녹지과장으로 있을 때 한 ‘역사 속의 인물과 나무’ 찾기다. 대구 계산성당 감나무는 30년대 천재화가 이인성이 이를 그렸다고 해서 ‘이인성 나무’로 명명했다. 제일교회 안 이팝나무 옆길은 당시 계성학교에 다니던 음악가 현제명의 통학로였다. 이는 ‘현제명 나무’로 명명됐다. 이 나무들은 대구 골목투어 때 반드시 거치는 코스가 됐다.

“나무는 자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사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지요.”

이씨는 “오래됐거나 수형이 멋있거나 사연이 있는 나무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자체가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관광산업에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69년 대구시 공무원으로 출발해 녹지계장·녹지과장을 지냈다. 나무 1000만 그루 심기와 담쟁이 심기 등 대구의 녹화사업을 주도했다.

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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