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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패스트15 [9] 아이엠

아이엠(IM)의 손을재 사장이 24일 광픽업 생산 라인 앞에 서서 웃고 있다. 이 회사는 레이저로 영상·정보 등을 재생하는 광픽업 분야에서 세계 1위다. “매출 규모가 1조원인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이노패스트 15’는 혁신(Innovative)을 통해 고성장(Fast-Growing)을 일궈내는 우량기업을 가리킵니다. ‘한국 대표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 기업들입니다. 중앙일보는 작지만 강한 15개 이노패스트 기업의 창업·성장 스토리를 통해 기업가 정신이 기업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의 컨설팅도 함께 소개합니다. 또 매년 이들 기업의 성과를 다시 취재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 나가겠습니다.

튀지 않고 정도 지키며 … 3M 전략으로 광픽업 세계 1위





얼마인지 밝힐 순 없다고 한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들어온 돈, 지금 다 회사 금고 안에 있단다. 인수합병(M&A)에도 썩 관심이 없다. 국내 대기업과는 절대 경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새로 진출하려는 사업에도 많은 돈을 쓸 생각이 없다.



세계 1위의 광픽업(레이저를 이용해 음성·화상·데이터를 재생하는 장치) 생산업체 아이엠 얘기다. 성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경영인데도 지난해 매출(본사 기준 756억원)은 2007년보다 14% 늘었다. 금융위기의 충격도 딱 6개월 만에 회복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323억원, 한 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의 40%를 해냈다.



딜로이트와 중앙일보가 선정한 ‘이노패스트’ 아이엠은 2006년 삼성전기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대기업 문화가 남아 있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하지만 아이엠은 톡톡 튄다고 혁신을 하는 게 아니고, 요란하다고 고성장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이 회사의 성장은 ‘3M’에서 나온다. 시장(Market)을 중시하고, 관리비용은 최소(Minimum)로 막고, 회사의 자금(Money) 흐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시장(Market)이 최우선



손을재(59) 사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전기에서 영업 분야에 오래 있었다. 그래서 시장 돌아가는 걸 잘 읽는다.



“영업 출신은 고집이 세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면 물건을 팔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시장 흐름을 보고 타이밍(시기)을 잡는 데는 선수입니다.”



그는 기술 외곬에 빠지지 않는다. “기술도 변하고 시장도 변한다”며 유연하게 본다.



“시장의 수요를 무시한 채 ‘세계 최고 기술인데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는 기업을 보면 안타깝지요.”



그의 시장 중시 경영은 사업 아이템을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성전기가 여러 사업 부문을 분사시키던 2005년 그는 다른 사람이 맡으려던 광픽업을 낚아챘다.



“시장의 구조가 단순했습니다. 대만 업체는 없고, 일본 업체 두세 곳만 있었지요. 게다가 소니와 산요는 AV용 광픽업을 축소하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분사하면서 삼성전기 중국 공장의 직원들을 데리고 나왔다. 중국이 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을 잡지 못하면 승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중국·홍콩에 3개의 별도 법인이 있다. 중국 상탄 공장엔 원자바오 총리가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이나 동유럽엔 중국만 한 시장이 없다. ‘마켓 인(Market-In)’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법인 매출을 합하면 이 회사는 올해 35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 가운데 60%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그는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장은 따로 있다고 믿는다.



“대기업이 없는 시장도 많습니다. 덩치 큰 사람은 작은 골목에는 못 들어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회사의 매출 중 국내 대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줄어든 상태다. 이동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대기업과 부품업체가 갑과 을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이엠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을의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소(Minimum) 관리비용



삼성전기에 있을 때 손 사장은 대만과 납품 경쟁에서 여러 번 졌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대만보다 높았다. 관리비용 때문이었다. 좀 심한 대만 기업은 아들이 납품하고, 아내가 경리 보는 식이었다. 항상 10%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났다.



그래서 손 사장은 불필요한 인력은 최대한 억제한다. 분사 후 40명인 본사 직원이 80명이 됐는데 대부분 연구개발 인력이고, 지원 인력은 두어 명 늘었다. 그는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다 과잉 인력이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거나 제품을 판다”고 말했다. 최소 비용의 원칙은 새 사업 진출에도 적용된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은 올해 처음으로 10억원의 매출이 난다. 내년에는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보유한 광학 기술을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의료기기 분야 진출도 추진 중이다. 전자부품연구원(KTEI)과 원주의료클러스터,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공동 개발을 통해 전립선암 검사기, 골다공증 진단기 등의 개발에 착수했다.



“의료기기는 미래성장산업이면서 국책 사업이어서 정부 지원이 80%에 달합니다. 큰 줄기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신사업 투자는 이익의 2%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자금(Money) 흐름이 최우선



해외 출장이 잦은 손 사장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검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금 흐름표다. “재무제표상 이익보다 중요한 게 현금입니다. 이익 내고도 흑자 도산하는 업체가 얼마나 많습니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현금이지요.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도 금고가 비어 있으면 소용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이 호되게 당했던 외환 파생상품인 ‘키코’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환 영향을 없애기 위해 대금도 달러로 받고 달러로 주는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할 문제도 있다. DVD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들고 있고, 고부가가치인 IT용 광픽업 시장에서 아직 일본 업체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손 사장은 해외법인을 합쳐 회사 매출 규모를 1조원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아직은 뾰족한 계기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은 중소기업에 잘 오려 하지 않고, 기존 직원들은 노령화돼 가는 것도 조직으로선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손 사장은 한 발씩 나아갈 작정이다. 이 회사의 모토는 ‘우리의 꿈을 향해(For Our Dream)’다.



특별취재팀=금융증권팀 김준현 차장, 김원배·김영훈 ·조민근·박현영·한애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이런 점은 보완하세요

해외 생산시설 다변화하고 기술력 뛰어난 중기 M&A 검토를




창업 이후 줄곧 한 우물을 파왔던 아이엠은 최근 최첨단 바이오 의료기기, 미니 프로젝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사업 다각화는 기업의 발전 단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요인이다. 그러나 이때도 사업의 초점은 핵심 역량의 유지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



아이엠의 핵심 경쟁력은 광픽업 분야에 있다. DVD 시장이 포화 상태에 근접해 있다는 일부 시장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존재한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 태동하고 있는 틈새 시장의 소비자들은 최소 기능 중심의 저가 DVD 제품에 대해 강력한 구매욕구가 있다. 원가 혁신 및 모듈 간소화를 통해 주력 상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이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아이엠의 생산 거점은 중국에 있다. 1차 고객인 완제품 생산업체들이 모여 있고 아울러 거대한 소비자 집단이 존재하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전략은 여러모로 유효했다. 완제품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제조 및 공급 과정의 비용을 낮춘 것만 해도 실익이 크다. 단 이 경우에도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은 일정 시점까지는 한국에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도 완제품 생산업체들의 생산 거점을 면밀히 분석해 글로벌 수준에서 생산시설을 지역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동유럽이나 중남미·인도 등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을 겨냥해 이들 지역을 거점으로 생산을 다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이엠의 목표는 연평균 매출이 1조원 이상 되는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경쟁사를 뛰어넘는 남다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그간 회사가 고수해온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 오버헤드(Overhead) 비용 최소화, 대기업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는 안정추구형 전략은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관리 가능한 수준의 사업적 리스크를 찾아 도전하는 성장 추구 전략이 요구된다. 무모해서는 안 되겠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라면 도전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 아울러 현재의 현금 유보율과 현금흐름 지수를 감안할 때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유기적 성장 전략도 검토해 볼 만하다.



또 중요한 전략적 판단의 실책을 방지하고 사업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구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제까지는 안정적 지배구조의 바탕 위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직관과 경험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 성장 단계에서는 게임의 룰이 바뀐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광범위하고 급속한 기술적 진보, 유동적인 시장 상황, 관리 범위의 확대 등으로 현 경영진의 판단만으로는 적시에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이 올 것이다. 소프트하면서도 체계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우보원행(牛步遠行)’의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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