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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내려도 내려도 지갑 안 열어 … 명품거리 긴자엔 중저가 물결

지난 21일 도쿄 긴자(銀座) 한복판에는 무슨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2000명에 이르는 행렬이 이어졌다. 값싸고 질 좋으면서 유행을 재빨리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인 유니클로가 이날 창업 60주년 기념 세일을 개시하자 긴자점에 고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이 소문을 들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행렬 곳곳에 끼어 있었다. 개점 시간(오전 6시)에 맞춰 오전 5시부터 줄을 섰다는 한 20대 여성은 “5000엔 이상 구매자에게 추첨으로 주는 1만 엔 상품권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을 겪으면서 호주머니 사정이 빡빡해진 일본인들이 값싼 제품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디플레 현장을 가다
“일본 이대로 가면 ‘하토야마 불황’ 온다”

디플레 현상은 세계적 명품 거리로 꼽히는 긴자의 풍경마저 바꿔놓고 있다. 명품점이 떠난 자리에는 잇따라 중저가 의류점이 들어서고 있다. 마쓰자카야(松坂屋)백화점은 내년 봄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구찌가 떠난 자리에 미국계 패스트 패션 브랜드인 ‘포에버21’을 입점시키는 교섭을 추진 중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유니클로에 맞서기 위해서다. 유니클로는 지난달 미국계 명품 ‘브룩스 브러더스’가 떠난 자리를 넘겨받아 긴자점을 크게 넓혔다.



오사카의 대표 백화점인 다이마루(大丸)도 유니클로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긴자에 처음 진출한 스웨덴의 H&M은 고급 백화점 이세탄(伊勢丹)이 철수한 부지에 점포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디플레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자산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전국 부동산 평균 가격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18년째 하락세다. 2007년을 전후해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에서 벗어나는 듯했으나 지난해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디플레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다른 얼굴’의 디플레다. 2000년대 초·중반의 디플레는 버블 경제 때 수요 과잉의 후유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요 부족이 원인이다. 아무리 값을 내려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올해 백화점 매출은 1985년 이후 24년 만에 7조 엔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근로자 임금과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92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일본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선언한 지난 20일 도쿄에서 한 여성이 세일 표시로 뒤덮인 상점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0일 디플레를 공식 선언하면서 간 나오토(管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담당상은 “소비가 과도하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내수 비중이 65%에 이르는 일본 경제에서 소비 위축의 충격은 크다.



와세다(早稻田)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교수는 “이대로 가면 자칫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紀夫由) 불황’의 도래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연립정권은 정권 공약에 발목이 잡혀 불황을 부채질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공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복지정책을 확대하면서 재정이 부실해지고 있다. 864조 엔에 이르는 국가채무가 내년에는 900조 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상황을 두고 ‘3D 불황의 덫’에 빠졌다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3D는 디플레 외에 다일류션(Dilution)과 DPJ(일본 민주당의 영문 표기)의 머리글자를 의미한다. 다일류션은 가격 파괴 경쟁에 내몰린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바람에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DPJ는 민주당의 경제정책 부재가 불황을 가중시킨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는 이런 논란이 나오자 일본은행(BOJ)에 책임을 떠넘기고 나섰다. 가메이 시즈카 금융상은 24일 “일본은행이 졸음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추가적인 금융 완화에 부정적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사실상 제로금리(0.1%)를 쓰고 있어 더 내놓을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통화가치는 상승하고 실물자산 가치는 하락한다.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생산과 부의 감소, 실업증가 등을 동반하므로 고정소득자나 채권자 등이 일시적으로 상대적인 이익을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경기침체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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