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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명가(名家)를 가다] 천안부성중 복싱부

천안부성중 복싱부 김상일 선수(오른쪽)와 권영태 선수가 스파링을 하고 있다. 창단 1년여 만에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부성중 복싱부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꿈꾸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링 위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조영회 기자]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전남 여수 일원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충남이 3위에 오르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충남은 전국체전에서도 10년이 넘도록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스포츠에 강하다. 이 같은 충남의 선전 배경에는 천안·아산의 역할이 컸다. 천안·아산은 소년체전을 비롯해 전국체전 등의 대회에서 수영·육상·체조 등 전통적 강세종목을 비롯해 핸드볼·하키 등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충남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 스포츠 스타의 산실인 천안·아산지역 초·중·고 운동부를 찾아 그들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내일의 꿈 ‘올림픽 금’향해 오늘도 링 위에서 구슬땀

글=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1. 10일 오후 4시30분 천안종합운동장 내 복싱체육관. 10여 명의 까까머리 중학생들이 링 위에서 날랜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머리엔 헤드기어, 주먹엔 글러브를 끼고 파트너를 상대로 연신 주먹을 뻗었다. 링 밖에선 모자를 푹 눌러쓴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매서운 눈초리로 이들을 지켜봤다. 학생들의 몸에선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얼굴에선 힘든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천안부성중학교 복싱부 선수들로 매일 오후 전용훈련장인 이 곳에서 ‘국가대표’를 꿈꾸며 고된 훈련을 이겨낸다. 선수들은 흘린 땀방울이 올림픽 금메달이나 국가대표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 8월 말 성무용 천안시장은 천안부성중 복싱부 선수들을 집무실로 초청했다. 창단 1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전국대회 종합우승을 일궈낸 감독·코치와 선수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성 시장은 “천안을 빛내준 여러분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성중 복싱부는 8월 열린 ‘제30회 회장배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며 중등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전국대회 첫 출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일을 낸 것이다. 우승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복싱계에서는 "1970~80년대 영광을 어린 중학생들이 재현했다”며 한껏 고무됐다.



창단 1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



부성중은 8월 열린 ‘제30회 회장배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중등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11체급 경기가 열린 대회에 8체급 9명의 선수가 출전한 부성중은 현동주(2학년·-46㎏급), 손세현(3학년·-60kg급), 이정희(3학년·-63kg급)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정우(2학년·-42kg급), 김상일(3학년·-48kg급), 정대훈(2학년·-50kg급), 권영태(2학년·-52kg급)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하며 금3, 동 4개로 금 3을 기록한 경북체중을 따돌리고 중등부 종합우승에 올랐다. 같은 체급에 출전한 2명의 선수가 예선에서 만나 자체 기권을 한 경기를 제외한다면 1체급을 뺀 모든 체급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2008년 6월 창단한 복싱부가 1년2개월 만에 쏟아낸 성과는 한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던 천안 복싱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천안은 1970~80년대 정순현·정상일 두 명의 동양챔피언을 배출하는 ‘복싱의 메카’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선수양성이 어려워지면서 복싱의 불모지로 전락했고 부성중 창단 이전까지는 복싱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 지역 복싱계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기본적인 여건은 좋다. 부성중은 창단 직후부터 전용훈련장인 천안종합운동장 내 복싱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다. 복싱체육관은 현대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전국의 복싱부들이 전지훈련을 오기도 한다. 이는 부성중 복싱부의 스파링을 늘려 자연스런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용인·성남·연기 등에서 천안을 찾았다.



부성중 복진국(30) 감독(지도교사)은 “짧은 기간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선수들이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기 때문”이라며 “천안시체육회와 천안복싱연맹, 교육청 등의 지원도 복싱부가 단기간 전국 명문으로 도약할 수 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내일의 챔피언을 목표로 훈련 중인 부성중 복싱부 선수들.권영태·손세현·김상일·이정희·현동주·정대훈·현민용·이정우 선수.(왼쪽부터) [조영회 기자]
내년 소년체전 금메달 목표



8월 처음으로 전국규모 대회에 참가한 부성중의 단기 목표는 내년 5월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다. 천안은 물론 충남 전체를 대표하는 선수단으로 참가해 명예를 드높인다는 각오다. 올해 전남에서 열린 소년체전에서는 2명이 출전해 1명만이 8강에 올랐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복 감독은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세웠지만 2~3개의 금메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꿈은 ‘태극마크’



선수들의 장래희망은 ‘국가대표’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금의환향하고 싶다는 게 한결 같은 목표다. 복 감독은 “기특하게도 요즘 인기가 많은 격투기 선수를 희망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며 “대학진학이나 졸업 후 체육교사 등 선수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진로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싱은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정신력’이 중요시되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복 감독은 물론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는 이경렬 코치도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운동을 잘하지만 인성이 나쁜 선수보다는 실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인성이 좋은 선수가 성공한다는 점을 각인시킨다. 이 코치는 “대회에 나가서 1위를 하면 우쭐해지거나 거만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럴 땐 오히려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하거나 기본기를 충실하게 하는 훈련을 시킨다”고 강조했다. 복 감독과 이 코치의 이런 원칙 때문에 선수들은 방학이나 휴일에도 자발적으로 훈련에 나선다. 한 명도 빠지지 않을 정도다.



이 코치는 부성중 선수들의 장점에 대해 ▶신체조건 ▶체력 ▶성실함 ▶근성 ▶파워 등을 꼽았다. 특히 주장인 이정희(3년) 선수의 경우 신장과 센스가 좋아 대성할 그릇이고 현동주(2년) 선수는 키는 작지만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파이터라고 칭찬했다.






형제복서 이정희·정우군

“재능 뛰어나 국가대표 기대주”




“형제는 용감하다” 부성중 복싱부에는 ‘형제 복서’가 있다. 이정희(3년), 이정우(2년)군이다. 두 선수 모두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기대주다. 정희·정우군은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나란히 메달을 따냈다. 정희군은 8월 열린 ‘제30회 회장배 전국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63㎏급에 출전해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제압하며 ‘전국 1위’ 자리에 올랐다. 2학년인 정우군은 -42㎏에서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지만 부성중이 중등부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데 한 몫을 해냈다.



이경렬 코치는 정희군의 장점에 대해 ‘신체조건’을 들었다. 키가 크고 리치(팔)가 길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센스가 뛰어나고 기본기도 좋다. 발 움직임도 빨라 치고 빠지는 데 일가견이 있다. 복싱은 ‘발로 하는 운동’이라고 할 정도로 발 놀림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희군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앞서가 있는 것이다. 다만 게임경험이 적어 대담성이 부족한 게 흠이다. 이 코치는 “대담함은 경기를 많이 뛰면서 상대를 접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며 “복싱을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이런 성과를 거둔 것은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희군의 또 다른 장점은 성실함이다. 복진국 감독(지도교사)은 “담임교사가 ‘복싱선수인 줄 몰랐다’고 할 정도로 성실하고 얌전하다”며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 하는 편이라서 지금처럼 훈련만 한다면 국가대표 재목으로 충분하다”고 칭찬했다.



충남체고로 진학이 결정된 정희군은 “동생과 함께 훈련을 해서 부모님도 걱정이 크지 않다”며 “거칠고 힘든 운동이지만 복싱은 남자라면 한 번 해 볼만 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동생 정우군은 회장배 대회 동메달 이후 지난달 열린 도민체전에서 1위에 올랐다. 형 정희군을 따라 복싱을 시작했다는 정우군은 “아직 배울 게 많다. 3학년이 되는 내년에는 소년체전에 나가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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