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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엔 월 임금 44달러, 한국엔 300달러 요구

재일동포의 모금으로 설립된 평양 모란봉 구역 ‘애국모란피복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봉제 작업을 하고 있다. [화보조선]


“대북 투자 외국 기업에 제시한 우대조치에 비하면 우리 업체에 대한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횡포에 가깝다.”

북한, 남한·외국기업 차별 실태



최근 북한이 취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 우대·장려 조치를 살펴 본 정부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국제 기준에 맞는 투자 조건이나 유인책을 제시하면서도 한국 기업에는 여전히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임금을 6배나 올리고 토지임대료도 기존 합의(1600만 달러)를 뒤집고 5억 달러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와 116개 공단 진출 업체는 뾰족한 수없이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게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6·15 공동선언에 따라 취해진 공업지구 내 혜택을 없애겠다’는 식의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경협이나 대북 투자를 남북 간의 특수 거래로 간주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북한이 비즈니스 마인드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외국 기업에 제시하고 있는 투자 조건은 파격적인 대목이 적지 않다. 평양의 경우 토지사용료가 연간 ㎡당 1유로에 불과하다. 월 44달러 수준의 임금도 경쟁력이 있는 조건이다. 물론 개성공단 진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은 50달러 수준의 월 임금이 경쟁력을 갖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외국 기업과 달리 남북 관계에 따라 투자 환경이 흔들리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12월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출입 차단 조치 등으로 기업들이 최근까지 어려움을 겪자 정부는 16일 60억원의 남북협력기금 대출을 결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공단의 불안정한 투자 환경이 결국 국민들의 세금을 쓰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잇따른 외국인 기업 우대조치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치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재 합영·합작 형태로 북한에 진출한 외국인 기업은 400여 개 사다. 중국이 270여 개로 가장 많고 일본 조총련계가 80여 개에 이른다. 광업과 농수산물 등 1차 산업과 경공업·상업 분야에 70%가 집중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법 제도가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일방적인 계약 파기와 북한 당국의 무분별한 경영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공을 들이는 중국에 대해선 해마다 2~3회에 걸쳐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8월에 북·중 간 합영회사를 관리하는 ‘보통강 대외경제협조총회사’를 내각 직속으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대북 투자는 40% 감소했고 올 상반기도 핵실험 등의 여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가 줄었다. 당국자는 “지난해 이후 북한의 무역·투자 계약 위반으로 중국 기업의 피해가 확인된 사례만 30여 건”이라고 말했다. 물품 대금을 연체하거나 불량 제품을 납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북한은 합영기업의 투자 자산을 임의로 단독 처분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 오승렬(중국학부) 교수는 “북한 기관들이 무리하게 중국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데다 중국 기업들도 신용을 어기는 등 서로 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진출 조총련 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1986년 8월부터 조총련 기업 전담인 조선국제합영총회사를 운영해왔지만 현재 80여 개 진출 기업 중 10여 개 정도만 정상 가동을 하고 있다. 북한 국영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토지사용료 등 투자 여건을 만들어 줬지만 원자재 부족과 판로 문제로 벽에 부닥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91년 2월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한 나진·선봉의 투자 유치도 당초 70억 달러를 목표로 했지만 실적은 1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영종 기자



◆개성공단=현대아산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개성시 일대 6600만㎡를 개발키로 하는 ‘공업지구개발에 관한 합의서’를 2000년 8월 체결하면서 조성됐다. 지난해 11월 총생산액 5억 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116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4만1000여 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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