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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인맥 사이트서 비즈니스 인연 맺는 ‘노링노타이족’ 뜬다

#1



학연·지연·혈연 없어도 트위터·링크나우 등 통해 아이디어 얻고 정보 나눠
오프라인 모임 갖고 채용도

하나은행 한준성(43) 신사업본부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조만간 내놓을 예정인 자산관리 프로그램의 명칭을 무엇으로 할까. 회사 내에서 아이디어를 얻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차라리 광범위하게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가 이용한 것은 트위터. 미니 블로그 형태의 커뮤니티 사이트다. 최대 140바이트(byte)의 짧은 문장을 주고받는 사이트이지만,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83개의 의견이 올라왔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은 금융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회사원과 대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한 본부장은 이 중 ‘하니(Honey)’라는 이름을 골랐다. 회사 이름과 비슷한 데다 꿀 같은 달콤함을 고객에게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회사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약 작명회사에 맡기거나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했다면 적어도 1000만원의 비용과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들인 비용은 제로,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2



의약품 포털사이트의 비타민 담당 상품기획자 겸 부사장인 김종흔(36)씨.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0년간 활동했던 그는 지난해 3월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직원 채용 문제. 수준급 웹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우선 아는 사람의 추천과 헤드헌터의 소개로 직원의 70%를 뽑았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과 건강관리 분야를 모두 이해하는 인력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가 찾은 곳은 국내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나우. 그는 링크나우의 검색 기능을 이용해 뽑고자 하는 업종과 경력을 갖춘 사람을 추렸다. 50명 남짓한 이들이 검색됐다. 마음에 드는 이들에게 직접 e-메일과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다. 검색에서 첫 연락까지 사흘도 걸리지 않았다. 이들을 부서 회식이나 미팅 자리에 수시로 초대했다.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오프라인에서 확인한 것. 석 달 만에 웹디자이너 한 명을 채용했다. 이어 같은 방식으로 올 2월에는 한 사람을 더 뽑았다. 그는 “헤드헌터를 통해 선발한 직원의 경우 연봉의 20~25%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데, 사회 연결망 사이트(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하면 비용이 들지 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노링노타이(No-Link No-Tie)족이 뜬다. 학연·지연·혈연을 바탕으로 인맥을 쌓고, 업무 도움도 그들로부터 얻던 기존 인간관계와는 딴판이다. 자신과 전혀 안면이 없는 이들을 통해 사업을 이야기한다.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고 일할 사람을 고르며 사업 정보를 교환한다. 굳이 접대가 필요 없으며 이 모든 게 무료다.





◆시간 절약 비용 무료=한준성 하나은행 본부장이 트위터를 시작한 것은 올 9월. 신사업 담당 책임자여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갈증을 느끼던 그에게 친구가 “트위터를 쓰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고 권유한 게 계기가 됐다. 현재 그가 트위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인원은 1891명.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다수다. 미국·일본의 금융인도 포함돼 있다.



그는 이달 말쯤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뱅킹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아이폰에 대비해 기본 기능이 유사한 아이팟을 구입해 미리 자신과 팀 직원들이 여기에 친숙해지도록 연습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연관된 금융상품을 만들 수 있을지도 구상 중이다. 모두 트위터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를 업무에 접목한 결과다. 그는 “트위터가 단문 메시지에 불과하지만 금융권 인사들만 접촉했다면 알 수 없는 사회 유행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김진수(47) 대표는 트위터로 500여 명에게 꾸준히 자신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회사 소개도 한다. 그는 "수시로 내 소식을 트위터로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의 동정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업데이트가 꾸준히 이뤄져 언제 누굴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은 아무런 연고 없이 만난 이들이 오프라인 모임까지 활발히 하는 추세다. 온세텔레콤 신상품기획팀 진기욱(33) 대리는 사이트에서 알게 된 이들과 한 달에 한 번꼴로 업계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를 갖는다. 모임 참석에 출신 학교나 나이 등 진입 장벽은 없다. 척추전문의 정지훈(40)씨 역시 이달 13일 서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회의실에서 정보통신 관련 투자정보 모임을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정씨와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130여 명이 나왔다. 회의 장소 역시 트위터로 알게 된 지인이 무료로 빌려줬다.



◆거짓 정보 악용 우려=노링노타이 인맥의 효용은 업무뿐만 아니라 이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링크나우가 최근 가입자 8만3700명을 상대로 사이트 가입 이유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소식이 끊긴 친구나 동료와 연결하고 싶다’가 63%(5만2942명)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직에 필요한) 추천서를 받고 싶어서’라는 응답도 41%(3만4300여 명)에 달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39%), ‘내 회사와 거래할 상대를 찾기 위해’(32%)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사회 연결망 사이트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트위터의 국내 이용자 수가 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본다. 링크나우도 개설 2년여 만에 8만4000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보유했다.



그러나 노링노타이 인맥 구축에서 조심할 게 있다. 서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교류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목적으로 변질되거나 거짓 정보를 양산하는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김세령(34·여) 대리는 가입해 있던 사회 연결망 사이트에서 최근 탈퇴했다. 누군가 자신이 “새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내는 바람에 회사를 옮긴다는 소문이 돌아 곤란한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정일 수석연구원은 “사회 연결망 사이트는 기존 인맥 관계가 주는 안전성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노링노타이(No-Link No-Tie)족=혈연·지연·학연 같은 통상적인 인맥 관계를 초월, 트위터 등을 통해 무작위로 연고를 맺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본지가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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