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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바이러스, 여럿이 코미디 보면 더 많이 웃는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웃음을 만드는 사람 개그콘서트 김석현 PD

개그콘서트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코너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KBS 제공]
“많이 바뀌었죠. 초창기만 해도 젊은 개그맨들이 신선하게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이른바 ‘깔깔유머집’에 나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도 즐거워들 해주셨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국민이 (코미디) 전문가죠. 예전에는 재밌어 했던 말장난이나 단순한 반전에 요즘은 ‘우’하고 야유가 나와요.”



국내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연출자 김석현 PD의 말이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는 ‘콘서트’라는 참신한 형식과 함께 코미디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10년 동안 이를 통해 배출된 유행어와 인기를 누린 코너·개그맨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자연히 이를 꾸준히 지켜본 시청자들의 눈높이 역시 만만치 않다.



김 PD는 9년 전 조연출 시절부터 개콘에 합류했던 이력이 있다. 그간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 터다. 그는 “요즘은 어설픈 신선함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암만 반짝여도 거기에 완성된 연기와 구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 돼요. 코미디도 장르로서 발전을 한 셈이죠. 방송을 보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다음 날 화제를 삼고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놀잇감을 원해요. 저희가 늘 하는 작업이 공감대 찾기예요.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소재를 찾아 이야깃거리와 놀잇감을 제공하는 것, 점점 더 여기에 집중하고 있죠.”



새로운 공감대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는 개콘에 최근 등장한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 코너도 큰 화제다. 이 코너는 연애할 때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편의를 제공하는 세태를 ‘네 생일에는 명품가방/내 생일에는 십자수냐’ ‘커피값은 내가 냈다/쿠폰도장도 네가 찍냐’ 등 소심한 구호로 풍자해 남녀불문 웃음을 짓게 한다. “저희 아버지들 세대에 비하면 그동안 여성들의 권익은 많이 향상된 반면, 지금 남성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죠. 아버지들이 해야 할 책임은 다해야 하면서도, 아버지 세대가 누렸던 것은 못 누리죠. 너무 거창한 얘기를 하면 피곤해하실 거고, 작은 얘기로 해보게 된 거죠.”



김 PD는 “슬랩스틱(치고 받고 넘어지는 등 몸으로 하는 코미디)처럼 선험적인 웃음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빼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코미디는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 경험에 기반해서 웃어요. 아이냐, 어른이냐, 많이 배운 사람이냐, 조금 배운 사람이냐 다 달라요. 그래서 저희는 될 수 있으면 다양한 코너를 만들려고 하지요.” 70분 분량인 ‘개콘’의 한 회는 보통 10여 개가 넘는 코너로 구성된다. 그는 각각의 코너에 대해서도 “되도록 중의적 표현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같은 콘텐트라도 사람 따라 웃는 방향이 달라요. 100%가 될 수는 없겠지만 경험적으로 각각 어떻게들 해석을 할지 확률을 높여가려고 하지요.”



그는 달라진 시청자의 반응 속에서도 “코미디의 기본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도 그랬죠. 아무리 잘난 척하고 떠들어도 바보 같은 이야기, 다시 말해 시청자들 눈에 논리적 약점이 보이죠. 시청자들을 가르치려는 느낌은 안 돼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면서도 하고픈 얘기를 대신 해주는구나 싶어야 웃음이 나와요.”



개콘은 공개방송으로 녹화된다. 녹화현장에서 터지는 웃음소리가 당연히 중요할 텐데, 그는 여기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해서 시청자 반응도 꼭 같은 건 아니에요. 가요 프로그램으로 치면 아이돌 가수들이 나왔을 때 환호나 비명이 크죠. 그렇다고 조용하게 부르는 발라드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잖아요. 배를 잡고 웃는 웃음도 있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보면서도 속으로는 웃는 웃음도 있죠. 그렇게 속으로 웃고도 나중에 이야깃거리로 삼는 게 화제가 되는 코미디죠.”



그에게 코미디로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묻자 역시나 정치와 종교를 꼽았다. “정치나 종교나 모두들 자기 신념의 전문가잖아요. 타인의 취향을 잘 배려하려고들 하지 않죠. 정치적 이슈는 외압 때문이 아니라, 너무 스펙트럼이 다양해 누구에게 맞출지 모르겠어요. 종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는 “‘웃는 것’과 ‘우스워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잘 구별이 안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계층이나 직업마다 코미디 소재로 등장하는 것 자체를 불쾌해하는 분이 많아요. 자신을 보고 웃으면 무조건 기분 나빠하는 분도 많죠.”



코미디를 즐기는 방법으로 그는 “여러 명이 함께 보는 것”을 권했다. “가족이라도 취향이 달라요. 혼자 보면 자기 취향에 맞는 것만 웃게 되지만 웃음은 전염성이 있거든요. 설령 다른 사람이 웃는 것이 어이없어서 웃더라도 한번 더 웃게 되죠.” 그는 경제위기를 비롯, 힘든 시대가 코미디의 인기를 더한다는 시각은 강하게 부정했다. “경제도 코미디도 모두 호황이었던 적도 있죠. 단지 시대마다 그에 맞는 소재가 생겨나고, 또 인기를 끌 수 있다고 봐요. 경제가 어려워 코미디가 잘되는 거라면 거꾸로 묻고 싶네요. 우리 참 잘 살고 있다, 너무 호황이다, 이랬던 적이 있는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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