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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속’ 고 안소봉씨 가족들

아내 추도 1주기에 아내의 묘를 찾은 남편 김재문씨.
2006년 가을, 서울삼성병원 암 병동에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찾아왔다. '특별한' 팬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날 비가 만난 사람은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던 안소봉(여·당시 32)씨. 안씨는 딸을 낳자마자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비운의 엄마'였다. 평소 비의 팬이던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남편이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고, 비가 흔쾌히 찾아와 준 것이다. 비는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안씨를 격려하며 후원금까지 주고 갔다.



안씨는 활짝 웃으며 생기를 되찾았으나 웃음은 오래가질 못했다. '돌 잔치만은 직접 준비 했으면…' 간절한 안씨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안씨는 병실에서나마 딸 소윤의 첫 생일을 조촐하게 축하했다. 그리고 10일 만인 2007년 10월 1일 눈을 감았다.



안씨의 사연은 2007년 MBC 다큐멘터리 '사랑-엄마의 약속’ 편을 통해 알려졌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딸에 대한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위대한 모성,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를 정성껏 간호하는 남편의 모습에 감동한 시청자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후 안씨의 삶은 책으로 출간됐고 지난 10월 뮤지컬로도 재연됐다.



아내를 떠내 보낸 지 2년. 남편 김재문(32)씨와 딸 소윤이는 지금 고향인 마산에서 살고 있다.



엄마를 쏙 빼닮은 소윤이
"소윤이가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우리집 '행복 아이콘'이 됐어요. 사랑스런 손녀로서, 딸로서 저희 가족을 즐겁게 해주는 존재지요. 요즘은 말이 많이 늘어서 잔소리도 가끔 해요. 그럴 때 보면 참 엄마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엄마를 보지 않고 자랐는데 신기하게도 엄마 성격을 그대로 닮았답니다."



김재문 씨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는 또 다른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내를 간호하느라 회사를 그만둔 김씨가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새 직장을 구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않아 현재는 실직상태다.



설상가상이라고 최근 김씨의 아버지마저 암 판정을 받았다.



"지난 달 아버지 생신 선물로 종합 검진을 받게 해 드렸는데 지난 9일 담도암이 의심이 된다는 소견을 받았어요. 지금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신청과 함께 구직활동을 하면서 아버지 간병도 해야 되는 상황이 됐어요. 하나님께 많은 기도를 했는데… 생각보다 저에게 많은 짐을 주시네요."



지난 달 김씨는 딸 소윤이와 장모님,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아내의 삶을 그린 뮤지컬 '엄마의 약속'을 관람하기도 했다.



소윤이의 돌 사진. 이 사진은 안씨가 사망한 뒤에 촬영됐다.
"아픈 상처를 다시 꺼내야 하기에 뮤지컬 제작 제의를 받고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제작자 분께서 좋은 취지로 말씀해주셔서 승낙했어요. 뮤지컬을 보고 아버지께서 많이 우셨습니다.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셨는데 몸이 많이 안 좋으셔서 가슴이 아픕니다."



아직도 이들 부부의 사연을 잊지 않는 이들이 많다. 김씨의 미니홈피에는 아직도 하루에 수백 명이 찾아와 격려의 글을 남기고 있다.



"미니홈피에 소윤이의 사진과 제 근황을 종종 남기고 있어요. 아직도 많은 분이 저희를 잊지 않고 계시나 봐요. 아버지까지 아프시지만 이제는 힘들다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가장으로서 의무와 책임이 있으니까요. 굳건히 잘 버티고 어려움을 헤쳐나갈 생각입니다."



하늘나라 아내에게 부치는 편지



소윤 엄마! 천국에서 잘 있지.

당신을 내 가슴 속에 묻은 지도 2년이 넘었네.

당신이 우리 가족에게 주고 간 선물 소윤이는 모든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잘 자라고 있어.



갈수록 자라는 소윤이를 보면서

당신이 소윤이를 보면 얼마나 흐뭇할까 하는 생각을 해..



당신한테 약속했듯이 소윤이에게 든든한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많이 애를 쓰고 있어.



그러나 세상살이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

당신이 떠난 이후에 참 많은 시간을 방황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져 가며 지냈는데…



또 우리가족에게 시련이 다가 오고 있는 현실에..

좀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이제 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이 위기를 다시 한번 극복 해볼려고 해.



당신 천국에서 우리가족 꼭 응원해줘.

그리고 장모님이 말씀은 안하시지만 많이 우울하신 것 같아.



당신이 가끔씩 장모님 모시고

바람도 쐬고 했는데…



내가 그 역할을 좀 못하고 있어서 죄송할 따름이야.



당신이 천국에서 장모님 꼭 좀 살펴줬으면 좋겠어.



나도 좀 더 신경 쓸수 있도록 노력 할께.



당신 투병할때 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당신이랑 장모님이랑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사회에 나와서 당신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게

비록 힘든 상황이었지만 행복했던 것 같아.

서로에 대해 한없이 바라볼수 있었던 그때…

이제는 당신에 대한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께.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네.

당신이 꼭 아버지 한번만 살펴주면 좋겠어.

내가 여기서는 최선을 다할께.



천국에서 항상 행복하고, 거기서는 아프지 말고

소윤이 건강하게 잘 키울께.



고마워. 항상 당신에게는 내가 모자란 것 같아.

항상 당신을 위해 기도 할께.

천사 같은 당신, 언제나 행복해.



-당신의 남편 김재문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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