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눈에 보이지 않는 국립박물관 경쟁, 남북 모두 14곳

1 놋원앙새형향로. 원산력사박물관. 높이 20㎝. 조선시대 금속공예의 절정을 보여준다. 독특한 형상, 뛰어난 조형미가 일품이다.

2 이인문의 ‘사공’. 조선미술박물관. 조선시대 도화서 화인이었던 이인문(1745~1821)의 수작. 인물을 위에서 내려다본 시각이 특이하다.

한국박물관 100년, 북한의 박물관이 궁금하다

3 고려태조 왕건상. 조선중앙력사박물관. 높이 138.3㎝. 북한에서 ‘국보 중 국보’로 치는 명품. 2006년 남한에서도 전시됐다. [장경희 교수 제공]


한국박물관 100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1909년 11월 대한제국 순종 황제가 창경궁에 제실박물관을 연 때가 기점이다. 당시 순종은 ‘여민해락(與民偕樂·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다)’을 선언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반쪽’의 여민해락에 만족해야 한다. 북한에 있는 박물관·문화재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한서대 장경희(문화재보존학) 교수는 2005년부터 북한의 문화재와 인연을 맺어왔다. 당시 열린 ‘남북전통공예교류전’의 남측 실무를 맡았다. 이후 여러 차례 북한을 다녀왔다. 지난해 초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 도록도 냈다. 그간 북한의 국립박물관 5곳을 방문했다. 그가 ‘북한의 국립박물관’이란 논문을 준비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연말께 발간할 『한국박물관 100년사』에 실린다. 남북한 박물관의 닮은 점, 다른 점을 알아봤다.



1. 문화재 정보도 비밀



“눈먼 이가 코끼리를 만지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북한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이해 정도를 꼬집는 장 교수의 말이다.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흔히 “전시실이 열악하다” “모조품만 전시한다”라고 하는 것에 반문이다. 북한 문화재의 가치를, 북한의 박물관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을 확대 해석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북한의 문화재를 잘 모르는 것은 관련 정보가 북한에서 비밀에 속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간 남한에서 나온 책자에는 북한의 국보유물 총수나 일련번호 등이 책마다 다른 실정이다. 장 교수는 북한 관계자들과 만나고 자료를 모으며 북한 박물관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게 됐다.



2. 사립박물관은 없어



사회주의 북한에는 사립박물관이 없다. 북한의 박물관·전시관은 총 300여 곳에 이르는데, 이중 우리 기준에서 볼 때 북한 각도에 소재한 국립박물관은 현재 계획 중인 혜산박물관을 포함해 총 14곳이다. 우연히도 남한의 국립박물관 숫자와 동일하다. 남북한간의 문화재 경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박물관 설립에 대한 열정은 북한이 우리보다 앞선 편이다. 일례로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은 남한의 국립중앙박물관보다 이틀 앞선 1945년 12월 1일 개관했다. 또 지방 국립박물관들도 60년대 초반 건립이 거의 마무리됐다. 남한의 지방 국립박물관은 2000년대 완성됐다. 장 교수는 “조선중앙력사박물관 로비에는 김일성이 17차례나 방문, 현지 지도한 내용이 배치돼 있다”며 “북한의 박물관이 경제력·예산에 대비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데에는 역대 지도자들의 열성이 한몫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유적과 유물 따로 나눠



북한과 남한은 문화재 구분에서도 차이가 난다. 북한에선 유적과 유물을 따로 나눈다. 현재 북한의 국보유적은 193점, 보존급 유적은 1776점, 국보유물은 266점, 준국보유물은 189점이다. 남한의 기준인 국보 숫자로만 본다면 북한은 459점, 남한은 301점이다. 북한에서도 수도 집중화가 극심해 국보유물 266점 중 평양 소재 3대 박물관(중앙력사박물관·조선미술박물관·조선민속박물관)이 240점을 소장하고 있다. 북한 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작품 안내·설명을 해주는 해설원이 잘 갖춰졌다는 것. 주로 군중교양실 소속이다. 특히 한국회화사를 완성하려면 조선미술박물관을 살펴봐야 한다. 조선시대 회화가 풍성하다. 장 교수는 “안견·김홍도·정선·신윤복·장승업 등의 작품을 보면 숨이 막힐 정도”라고 했다.



4. 고건축물 활용



북한의 박물관은 역사적 유적인 고건축물을 활용하는 것이 이채롭다. 예컨대 묘향산력사박물관은 국보유적 40호인 보현사를 통째로 이용한다. 강계력사박물관은 국보유적 66호인 강계 아사(衙舍)의 동헌과 서헌을, 개성 고려박물관은 국보유적 127호인 성균관 전체를 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전시관 마지막 방은 종관(終館)이라고 하여 박물관 전체 내용을 복습하도록 꾸며졌다. 전시실마다 백제실·신라실을 둔 것도 특징이다. 1년에 한두 번 특별전을 열지만 도록 발간은 미비한 편이다. 장 교수는 “조선중앙력사박물관의 경우 선사·고구려·고려실이 충실한 데 비해 신라·백제·조선실은 빈약해 남북의 상호교류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 여의치 않은 전시 환경



북한의 박물관에는 모사품이 많다. 회화유물이 특히 그렇다. 항온·항습 시설을 갖춘 전시 환경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진본과 모사품을 분명하게 밝혀 놓았지만 모사실력이 뛰어나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때론 그게 ‘강점’이 되기도 한다. 조선미술박물관에는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가 상당수 있는데, 지금은 형태가 심각하게 훼손돼 그 원형을 가늠하기 어려운 고구려벽화의 실체를 확인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신의주력사박물관에는 고구려가 수나라의 침입을 물리쳤던 대형벽화 그림과 고구려 무기와 복식을 복제한 게 있다. 장 교수는 “우리의 잣대로 보면 북한의 박물관이 초라해 보이지만 그들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은 결코 우리에 못지 않다”고 밝혔다.



박정호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