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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는 없다, 연아의 경쟁자는 오직 연아뿐

소녀는 TV 속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새하얀 빙판, 그곳에서 홀린 듯 춤을 추는 새빨간 옷의 동양 여자.

‘피겨 퀸’ 김연아의 밴쿠버 가는 길 

미셸 콴(미국).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콴은 쇼트프로그램 배경 음악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 3악장에 맞춰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쳤다. 점프는 정확했고, 음악의 강약에 맞춘 완급 조절도 완벽했다.

소녀는 다짐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 무대에서 언니보다 더 멋진 연기를 펼치겠다”고. 이후 소녀의 목표는 ‘올림픽’에 맞춰졌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곳곳에서 나타났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소녀는 올림픽 무대의 환희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버텼다.

11년이 지났다. 소녀는 어느덧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나이가 됐다. 그간 소녀는 그랑프리 파이널(2006·2007)과 4대륙 대회(2008), 세계선수권대회(2009)를 차례로 제패하며 ‘피겨 퀸’의 자리에 올랐다. 김연아(19·고려대). 그는 이제 한국에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겨 줄 전 국민의 희망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내년 2월 24일이면 김연아는 꿈에 그리던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무대에 선다.
 
역사에 남을 ‘죽음의 무도’
김연아는 올 3월 미국 LA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선수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넘어서며 세계 최고 기록(207.71)을 세웠다. 지난달 18일(한국시간)에는 올림픽 시즌 첫 대회였던 ISU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경신(210.03)했다. ‘세계 정상급’이라던 선수들은 김연아의 점수에 근접조차 못했다. 3차까지 진행된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김연아 다음으로 높은 점수는 아키코 스즈키가 3차 대회에서 기록한 176.66점이다. 미국 LA 타임스의 기고가 필립 허시는 “김연아는 나머지 선수들과는 다른 리그에 있었다”고 평했다. 김연아가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다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급이었다는 얘기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심판을 맡은 이지희(47)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부회장은 “다른 심판들이 김연아를 내년 겨울올림픽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판들은 김연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갖춘 선수라고 칭찬한다”고 귀띔했다.

김연아는 강하다. 남자보다 더 높고 깨끗한 점프를 구사한다. 점프 비거리 역시 길어 캐나다 국영방송국 CBC의 스포츠 캐스터 스콧 러셀은 김연아가 경기할 때마다 “이곳에서 점프를 뛰면 저쪽에 가 있군요”라며 놀라움을 표한다. 스케이팅 스킬이나 스핀·스텝도 흠 잡을 데가 없다. 완벽한 기술 덕에 점프 도약 거리도 짧아서 정해진 시간(쇼트 2분 50초·프리 4분)에 더 많은 연기를 구성해 프로그램 난도도 높다.

기술뿐 아니라 예술성도 갖췄다.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소니아 비앙게티 전 ISU 의장은 ‘2009 세계선수권 리뷰’를 통해 “그간 신채점제 아래서 까맣게 잊을 수밖에 없었던 ‘예술 연기’를 김연아가 다시 보여줬다. 특히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는 카타리나 비트의 ‘카르멘’, 알렉세이 야구딘의 ‘윈터’ 등과 함께 역사에 남을 연기다. 나를 울게 만들었다”며 “신채점제 하에서는 그런 연기를 하는 게 오히려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고맙다 김연아(Thank you Yu Na!)”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김연아는 영리하기까지 하다. 김연아는 2007년 시니어 무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올림픽을 염두에 둔 장기 계획을 짰다. 결전지가 밴쿠버임을 감안해 ‘캐나다의 피겨 영웅’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호흡을 맞췄고, 결전지에서 비행기로 5시간 떨어진 캐나다 토론토에서 1년 중 8~9개월을 보냈다. 덕분에 캐나다는 김연아에게 ‘제2의 홈’이 됐다. 오서 코치를 사랑하는 캐나다인들은 김연아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김연아는 경기 도중 돌발 상황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지난 시즌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 루프 연속 점프를 제대로 뛸 수 없게 되자 나머지 점프를 다음 점프에 연결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가산점을 받아냈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운 이번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도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도중 빙판에서 이물질을 발견하자 두 번째 트리플 플립 점프를 아예 뛰지 않았다. 트리플 플립 점프를 시도했다가 넘어지면, 오히려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 점수에서 큰 폭의 감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예기치 않은 부상을 미리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플립 점프를 안 뛴 건 김연아에게 오히려 득이 됐다.

이지희 부회장은 “김연아는 모든 채점 요소에서 어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2006~2007 시즌 이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안에 들 만큼 기복도 없다. 심지어 부상일 때조차 평균 성적을 유지하는 게 김연아다. 심판들이 김연아를 주목하는 건 세계 최고 기록보다도 그런 꾸준함 때문”이라며 “좀처럼 실수가 없는 김연아를 다른 선수들이 넘어서는 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밴쿠버 가는 길, 김연아가 준비할 것은
‘떼어 논 당상’이라고 해도 안심할 순 없다.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대부분의 피겨 전문가는 사샤 코언(미국)과 후미에 수구리(일본)의 금메달을 예상했지만 정작 ‘올림픽 퀸’의 영예는 아라카와 시즈카(일본)에게 돌아갔다. 이지희 부회장은 “시즈카가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임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김연아도 부담을 떨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부상 관리도 올림픽의 최대 관건이다. 매 시즌 부상에 시달리던 김연아가 2008~2009 시즌 이후에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참가하는 대회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조언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연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상주 물리치료사와 함께 내년 2월을 겨냥해 신체 사이클을 조절하고 있다. 훈련 프로그램 역시 힘들기만 한 체력 훈련을 벗어나 피겨에 맞는 부드러운 운동으로 바꿨다.

김연아에게 또 하나 남은 과제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지희 부회장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레벨 3~4를 오가는 스핀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었으면 한다. 지금 평균 1점대인 심판 가산점도 2~3점까지 올릴 수 있는 만큼 라이벌이 없더라도 지금보다 더 높은 점수를 목표로 전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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