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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그 나라 민심을 헤아려라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결정했다. 비록 전투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프간 지방재건팀(PRT) 요원의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말대로 불가피한 교전이 있을 수 있고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결정에 대해 국회의 대정부 질문과 언론을 통해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왜, 무엇을 목표로 아프간에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이에 답하려면 현지 상황과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 아프간에 투입된 미군 병력은 약 6만8000명이다. 그중 3분의 1은 전투 병력, 나머지는 공병대·의료부대 등 보조 병력이다. 이들은 주로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인 아프간 동부 헬만드 주와 남부 칸다하르 주에 주둔하고 있다. 또 아프간 주둔 미군과 나토군 사령관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은 4만 명의 추가 파병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1년 이후 미국이 지금까지 아프간 전쟁에 쏟아 부은 돈은 총 1560억 달러다. 그러나 이는 국방부의 예산만 따진 액수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등 다른 정부기관의 예산을 포함하면 2270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내년엔 처음으로 아프간에 투입하는 예산이 이라크전쟁 예산을 추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상황은 좋지 않다. 현재까지 미군 전사자는 906명, 부상자는 4400여 명이다. 지난달에는 58명이 전사해 개전 이후 월간 전사자 숫자로는 최고에 달했다. 지난주에는 유엔 직원 5명이 테러 공격에 희생된 후 유엔은 해외에서 들어간 직원 1000명 중 600명을 임시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아프간 정부는 무능과 부패로 국내외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실시한 대통령선거에서는 정부 측의 엄청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 더욱이 가장 강력한 야권 후보인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이 결선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카르자이는 ‘부전승’을 거두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던 카르자이 정부는 정통성에 더욱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카르자이 정부의 진정한 개혁과 부패 척결 없이는 아프간 재건이 요원하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왜 아프간에 매달리는가? 취임 이후 이라크 철군을 실천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왜 아프간 사태에 더 깊숙이 개입하고 있나? 이는 9·11테러의 진원지가 아프간이기 때문이다. 알카에다와 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야말로 미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논리다. 반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는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알카에다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는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이 불필요한 이라크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르는 사이에 정작 아프간에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세력이 되살아났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 미국은 진정한 안보 위협인 아프간 사태를 해결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미국의 전략가들은 반군 세력을 진압하려면 외국 군대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아프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의 목표는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하고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군사력과 경찰력, 그리고 행정능력을 갖춘 중앙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미국이 기본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는 13만4000명의 아프간 군과 8만2000명의 경찰을 무장·훈련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는 이유다.

이렇게 봤을 때 미군의 전투병력 증파 결정은 아프간 군대와 경찰이 자국의 안보·치안을 감당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중앙정부가 제대로 된 행정능력을 갖추게 될 때까지 소위 ‘숨쉴 수 있는 공간(breathing space)’을 확보해 주고자 하는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최소한의 치안이 유지되는 동안 기간산업망 복구와 확충, 교육제도 확립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한국군 파병은 미국의 이런 전략적 목표의 타당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리고 그런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어차피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그 희생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의 목표, 아프간 국민들이 갈구하는 평화와 안정, 국가 건설에 적극 기여하는 차원에서 파병이 결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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