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수행도 중생 교화도 범패로, 내 평생의 화두입니다

인묵 스님은 범패를 배우기 위해 스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패를 전수받기 위해서는 스님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즉시 출가를 결심했다. 신동연 기자
자신이 전생에 클레오파트라·나폴레옹·카이사르였다고 주장하는 서양 사람들이 있다. 불교를 비롯한 동양 종교의 영향하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플라톤주의를 비롯해 고대 그리스 철학에도 윤회와 비슷한 관념이 있었다. 호주 원주민들은 조상이 자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리스도교의 성경에도 윤회설의 흔적이 있다. 윤회는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믿음이다.

영혼의 리더<32> 조계종 봉선사 주지 인묵 스님

불교는 윤회에서 벗어나는 열반을 추구하지만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천도(薦度) 의식도 발달했다. 천도를 비롯한 불교 의식에 사용되는 음악을 범패(梵唄)라고 부른다. 범패는 가곡·판소리와 더불어 한국의 3대 성악이다. 현재 약 100곡의 범패가 있는데 짧은 곡은 6~7분, 긴 곡은 20~30분 분량이다. 영산재(靈山齋)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9월에 등재됨에 따라 범패도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영산재는 행사 이름이고 범패는 행사에 사용되는 소리와 작법(무용)을 통칭한다.

『탈출기』의 최서해가 머물던 봉선사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봉선사(奉先寺) 주지 인묵(仁默·52·사진) 스님은 범패를 가르치는 어산작법학교 교장으로 1997년부터 재직하고 있다. 2년 과정인 어산작법학교는 입학생의 4분의 1만 졸업한다. 그만큼 범패를 배우는 것은 어렵다. 인묵 스님은 조계종 내에서 원명 스님, 동희 스님과 더불어 어장(魚丈)급 범패 전수자 세 명 중 한 명이다. 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 이수자인 인묵 스님은 범패를 배우기 위해 14세에 출가했다. 인묵 스님은 범패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 도쿄·자카르타·미국 스탠퍼드대학 등지에서도 공연을 했다.

인묵 스님은 광릉 수목원 옆에 있는 봉선사 주지로 2007년 취임했다. 조계종 제25교구본사인 봉선사는 경기도 북부지역 80여 개 사찰을 관할한다. 봉선사는 승과(僧科)를 치르던 승과원(僧科園), 연꽃축제로도 유명하다. 승과원은 2만6446㎡에 달하며 연못·야외 광장·체육시설 등이 포함돼 휴식 공간으로도 기능한다. 봉선사 대종은 대한민국의 보물 제397호로 지정돼 있다.

봉선사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역임한 태허(운암 김성숙) 스님, 불경 한글 번역의 선구자인 운허 스님이 머물렀고, 운허 스님과 6촌인 춘원 이광수도 은거했다. 운허 스님이 준 ‘법화경’을 읽고 춘원이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고 전한다. ‘조선의 고리키’로 평가 받은 최서해는 대표작인 『탈출기』를 봉선사에서 집필했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한 인묵 스님은 불교문화연구소 소장, 회암사 주지, 제12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올해 6월에는 불교의식을 정리한 18개의 CD로 구성된 『불교의식 모음』을 5년간의 고된 작업 끝에 발간했다. 4일 봉선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범패는 어떻게 공부하게 됐습니까.
“태고종 승려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 범패를 접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범패에 매료된 것을 보면 전생에 범패와 인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안 하면 누가 범패를 전수할까’하는 생각도 했죠. 범패를 그렇게 잘한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배운 만큼은 후학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범패를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조계종에서 설립해줬습니다. 범패는 내게 평생의 화두입니다.”

-불교에서 범패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범패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중생을 교화시키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잡념을 떨쳐버리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동자승 제도 폐지로 범패 전수에 어려움
-범패는 어려서 배우는 게 이상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다른 예술처럼 범패도 어려서 배워야 합니다. 출가 연령이 고졸 이후이기 때문에 성대가 이미 굳은 다음입니다. 그래서 범패 전수에 어려움이 큽니다. 예전에는 동자승 제도가 있었으나 폐지됐고 지금은 30~40대에 출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자는 몇 명 배출했습니까.
“학교에서 약 200명을 배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0여 명에게 전수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전수라기보다는 이수·수료입니다.”

-범패는 어떻게 배웁니까.
“옛날 방식대로 선생의 입을 보면서 배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예전에는 맞아가면서 배웠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면 다 도망가죠. 요즘은 ‘꼬시고’ 달래야 합니다. 다른 국악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든 여정을 견디려고 하지 않습니다.

-범패는 악보로 배울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하겠지만 소리의 특성상 악보를 만들기 힘듭니다. 한 음에서 다른 음으로 넘어갈 때 연결해주는 장식음이 있는데 가성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표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만 알아보는 기호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악보로는 전승이 안 됩니다. 지금은 녹음이 가능해 녹음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작곡도 이뤄지고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통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야 편곡 내지는 작곡이 가능한데 현재는 전통을 익히기에 급급합니다.”

-범패가 사용되는 전통적인 불교 의식은 어떤 내용입니까.
“망자를 위한 천도 의식이 주류를 이룹니다. 고려시대의 수륙제(水陸齋), 연등회, 팔관회도 나라와 왕실을 위해 희생된 사람들을 천도하는 게 중심적인 목표였습니다. 지금도 죽은 사람을 위한 천도가 불교 의식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천도 의식에서는 무엇을 기원해야 합니까.
“인간에게 가장 큰 숙제는 태어나고 죽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욕심이 없어야 합니다. 다음 생에서 필요한 것은 욕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입니다. 물질은 욕심의 근원이기 때문에 벗어날 것을 권장합니다. 그래야 생사 문제를 해탈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무아(無我) 개념은 불변의 실체인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칩니다. ‘나’가 없는데 어떻게 윤회가 가능합니까.
“사람의 몸은 땅·물·불·바람의 사대(四大)라고 하는 네 가지 원소적(元素的) 요소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육신은 물질이기 때문에 조건이 맞으면 ‘나’를 이루고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의 몸에서 딱딱한 것은 흙으로, 움직이는 기운은 바람으로, 물기는 물로 가고, 온기는 불로 돌아갑니다. 영혼에 해당하는 것을 불교에서는 심식(心識)이라고 합니다. 심식은 다음 생을 받는 근거가 됩니다. 심식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육신은 단막극처럼 끊어집니다.”

“내세 준비는 농사 짓는 것과 같아”
-다음 생은 어떻게 준비하면 됩니까.
“농사 짓는 것같이 하면 됩니다. 농사를 잘 지으면 좋은 수확을 거둘 것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음 생이 달라질 것입니다. 게으르게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떨어질 것이고 정신 차리고 부지런히 농사 지으면 수확도 좋을 것입니다. 수확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노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서양인 중에는 자신이 불교 신자라고 생각하지만 의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식을 배우는 게 필요합니까.
“서양인들의 불교 신앙은 자력적 성향이 강합니다. 마음을 관조해서 진리를 터득하는 것이죠. 예불을 드리는 등 기본적인 것은 알지만 의식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죠. 의식은 타인을 보살피는 데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사찰을 찾는 것은 삶이 힘들 때입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교화하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