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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웃음회로서 명령, 40개 얼굴근육이 빚은 '종합예술'

1989년 미국 UCLA 대학병원의 프리드 박사는 만성 간질성 발작을 앓는 16세 소녀를 치료하기 위해 뇌검사를 했다. 그 과정에서 뇌 좌측 전두엽의 직경 1인치 정도 되는 특정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가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알았다. 주변의 상황이나 소녀의 감정이 어떤지는 관계가 없었다. 웃음의 강도와 시간은 오로지 전기자극의 세기에 따라 달라졌다. 자극이 약할 때 소녀는 미소 지었고, 강할 때는 즐겁게 웃으며 재잘댔다. 프리드 박사에 의해 가장 먼저 발견된 이 '웃음보' 연구결과는 네이처지에 발표된다.

웃음의 메커니즘

뇌 속 변연계(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해당하는 부분)를 자극해도 웃음이 나온다. 변연계에 포함되는 해마와 편도·시상은 친근함이나 사랑·행복·쾌감을 느끼거나 표현하는 기능을 한다. 뇌 속의 또 다른 웃음 창고다. 특히 이 중 시상하부의 가운데 부분은 조절할 수 없이 터지는 큰 웃음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웃음의 과학적 메커니즘은 병적으로 웃는 환자를 연구하면서 많은 것이 밝혀졌다. 서울대 신경정신과 강도형(37) 전문의는 “웃음은 전두엽이나 변연계같이 뇌의 특정 부위 한두 곳에서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뇌 속의 여러 영역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을 볼 때 우리는 출연자의 행동이나 말장난 등을 눈과 귀로 듣고 해석한다.

만약 우습다고 판단한다면 안면 근육들이 움직이고 입을 벌려 소리를 내게 된다. 배를 잡고 웃으면 복근뿐 아니라 횡격막까지 움직인다. 심하게 웃으면 눈물까지 난다. 이때 우리 뇌 속에 감각신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시각ㆍ청각피질, 말의 뜻과 소리를 구분해내는 언어영역, 몸의 무의식적인 생리작용을 관장하는 뇌간이 복합적으로 반응해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강 전문의는 "현재까지는 웃음을 표현하는 회로가 우리 뇌에 두 가지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했다. 하나는 자연스럽게 웃을 때 활성화되는 회로다. 이 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의 변화에 따라 작동한다. 다른 회로는 의지에 의해 웃음을 조절하는 회로다. 두 회로는 뇌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척수와 곧바로 연결되는 배측 연수에서 만난다. 이곳은 웃음 조절센터 역할을 한다. 두 회로는 서로 작용하며 웃음의 강도와 형태를 조절한다. 평소 자연스럽게 웃다가도 카메라 앞에서 웃으라고 하면 곧 바로 어색해지는 것도 웃음 조절센터에서 의식적으로 웃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뇌의 웃음조절센터에서 웃음의 형태나 강도가 정해지면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얼굴의 근육이다. 사람 얼굴의 근육은 ‘피부 밑 근육’이고 이것이 얼굴의 표정을 만든다. 네발로 걷는 동물은 온몸에 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 사람은 얼굴과 목 근처에만 이 근육이 발달했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퇴화했다.

사람의 얼굴 근육은 크게 눈과 입 주변의 근육으로 나눈다. 웃을 때 눈과 입 주변 근육을 많이 쓰지만, 특히 입 주변 근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 주변 근육은 윗입술을 올려주는 근육(위입술올림근ㆍ위입술콧방울올림근ㆍ작은광대근), 입꼬리 주변 근육(큰광대근ㆍ입꼬리당김근ㆍ입꼬리내림근), 아래입술내림근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런 다양한 입 주변 근육 덕에 여러 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다른 동물도 입 주변에 근육이 있지만 주로 음식을 씹는 역할만 하고, 씹기에 관여하는 위아래 턱이 사람보다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따라서 사람에 비해 입주위 근육의 원활한 운동이 부자연스러워지며 다양한 표정을 짓기 힘들게 된다. 이에 비해 사람의 입 주변 근육은 다른 동물에 비해 입주위근육이 수직적으로, 상대적으로 짧게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보다 운동이 수월해 진다. 또 음식을 씹는 운동도 하지만 주로 말을 하는 등 사회적인 활동을 하기 때문에 표정이 다양해질 수 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희진(44) 교수는“얼굴에는 수십 개의 근육이 있는데 어떤 근육이라도 혼자서 움직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근육 몇 개가 웃음을 관장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대략 80개 근육 중 40여개가 웃는 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눈을 찡그리면 눈 주변 근육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볼과 입 주변의 근육까지 따라 올라간다. 또 사람마다 웃는 모습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웃는 모습이 달라진다. 그때마다 움직이는 근육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의도적인 웃음은 눈이나 입 한 부위의 근육만을 사용한다. 웃음이 어색할 수밖에 없다. 눈ㆍ코ㆍ입 주변 근육이 서로 어울리지 않으면 자연스러움은 사라진다.
김 교수는 한국사람 웃음이 서양인에 비해 자연스럽지 못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볼굴대’의 위치다. 입 주변의 수많은 근육이 입꼬리 주변 한 점에서 만나는데 그곳이 볼굴대다. 볼굴대는 입 주변 근육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크고 환한 웃음을 위해 필요한 윗입술을 올리는 근육과 함께 움직인다.

그런데 한국인의 볼굴대 위치는 입꼬리를 기준으로 아래에 위치한다. 반면 서양인은 입꼬리와 동일선상에 있거나 더 위쪽에 위치한다. 그 때문에 한국인의 웃음은 서양인에 비해 작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얼굴에 지방이 많다. 그래서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이 표현되지 않아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또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입이 작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이 큰 서양인보다 입을 이용한 표정이 작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지막 이유다. 김 교수는 “해부학적으로 보면 웃음에 있어서 한국사람이 서양인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강도형(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희진(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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